신앙 성찰의 기회 주는 <신과 함께: 인과 연> 속 ‘가택신’들

입력 : 2018.07.29 20:26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上)

신과 함께 인과 연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한국인들의 전통 가택 신앙을 다룬다.
◈주거공간과 신화: 한국인의 가택 신앙, 신성의 사물화

작년 흥행에 성공한 <신과 함께: 죄와 벌>의 속편 <신과 함께: 인과 연>이 금주 개봉한다.

전편은 치밀하지 못한 서사와 조잡해 보이는 특수효과 때문에 평론가들과 일부 관객들에게 우호적이라 하기 힘든 평가를 받았으나, 모자 지간의 정이라는 한국적 정서에 호소하는 가운데 가족 단위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기대 이상의 흥행 실적울 거뒀다. 동양적 내세관을 선보인 덕분에 한국뿐 아니라 대만과 홍콩의 관객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전편의 서사는 원작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의 내용에 따라 주로 저승의 지옥 심판을 다뤘다. 금번 개봉되는 속편 역시 원작 <신과 함께: 이승편>의 서사를 반영해 현세의 가택 신앙을 다룰 예정이다.

한국 무속의 가택신들 가운데 수장 격인 성주신(마동석 분)이 등장한다. 집주인을 저승으로 데려가려 하는 차사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성주신 사이의 갈등, 그리고 이들 사이에 얽힌 과거의 인연이 주된 서사를 이룬다.

짧은 시간 내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려다 보니, 영화에는 원작 웹툰이 소개하고 있는 다른 가택신(조왕신과 측간신)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가택신보다는 관객들에게 더 친숙한 차사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흥행을 위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나, 원작 웹툰이 갖고 있던 신화적 매력은 다소 반감될지도 모른다.

가택 신앙은 비단 동아시아만의 소산은 아니다. 서양에도 여러 형태의 가택 신앙이 존재한다. 대표적 예로 유럽 각지의 전설에 등장하는 땅의 정령이자 마당지킴이 노움(gnome), 악마의 접근을 막는 중세 예배당의 석수(石獸) 가고일(Gargoyle), 스코틀랜드 전설에 등장하는 집요정 브라우니(Brownie) 등을 들 수 있다.

브라우니의 경우 해리포터에 등장한 집요정 도비의 원형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 가택 신앙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집의 특정 공간에 거하는 해로운 존재로 옷장에 숨어 아이들을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부기맨(Bogeyman)도 있다.

가택 신앙은 삶의 욕망을 반영한다. 재물의 풍요, 가족의 무병장수, 재해방지 등을 기원하는 마음이 가택신이라는 신앙의 대상으로 구현된다.

한국 가택 신앙의 최상위신이자 우두머리는 <신과 함께: 인과 연>에 등장하는 성주신이다. 성주신은 가택신들 중 유일하게 천신(天神)급 신으로 분류된다. 성주신은 대청마루에 거하며 집안의 가장, 호주를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속에서도 가장이자 집안의 최고 연장자인 허춘삼 노인을 차사들의 호출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 웹툰 <신과 함께: 이승편>에 등장하는 조왕신과 측간신은 중위신으로서 인신(人神)급 신으로 분류된다. 조왕신은 부엌, 특히 아궁이와 불을 관장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가운데 안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측간신은 화장실을 관장하는 신으로 가족 가운데 측실, 첩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과 함께 인과 연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원작 웹툰, <신과 함께: 이승편>의 한 장면. 차사들과 성주신 외에도 측간신, 조왕신이 등장한다.
그 외에도 한국 전통 가옥의 거의 모든 공간에는 해당 공간을 관장하는 신이 존재한다. 안방에는 삼신(출산을 돕는 신으로 안주인을 돌봄), 사당에는 조상신(가문 전체를 돌봄), 축사에는 우마신(기르는 소와 말을 돌봄), 곳간에는 도장지신(풍성한 수확을 돕고 곡식의 부패를 방지), 대문에는 수문신(문을 보호), 장독대에는 철륭신(장을 보호), 우물에는 용왕신(물을 보호)이 배정되어 있다.

가택신들은 주로 농경문화를 영위하며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생명, 가문, 재산을 보호하고, 삶에 실질적 도움을 주며 인간의 생활 하나 하나에 깊숙이 관여하는 신으로 숭배되어 왔다. 지금은 상당부분 희석됐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여겨지는 일부 미신적 금기들은 가택신들의 비호를 바라던 한국인들의 무속적 종교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문지방을 밟지 말라는 금기가 있다. 이는 각 방의 경계선인 문지방마다 그곳을 관장하는 신들이 앉아 지키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생긴 금기다. 가택신들이 앉아있는 곳을 밟아 그들을 노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 한국 전통가옥은 대개 문지방 높이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곳을 계속 밟으면 쉽게 뭉개지기 때문에(전통가옥은 대부분 흙벽이라 강도가 약한 편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가택신과 연관된 금기를 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집을 지을 때 부엌과 측간은 절대 가까운 거리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도 있다. 안주인을 보호하는 조왕신과 측실을 보호하는 측간신은 본질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부엌과 측간을 가까이 배치하면 집안에 끊임없는 분쟁과 불화가 일어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위생을 중시해야 하는 부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의 전통가옥을 보면 거의 대부분 부엌과 측간이 집에서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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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가택신앙.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비교적 정밀한 가택신앙을 지켜오고 있었다. 옛 한국인들은 농업을 주업으로 삼은 까닭에, 한 가문이 대대로 같은 집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당연히 한국인들에게 집은 단순히 자고, 쉬고, 먹고, 생활하는 실용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집은 조상들이 대대로 지켜온 가문의 혈통적 정체성을 의미했고,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이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삶의 세계로 이해됐다.

그러니 우리네 전통가옥에 신격이 부여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신격을 부여하는 작업은 한국의 전통신앙인 무속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

무속신앙은 단지 무속인에게 도움을 구할 때만 유효한 신앙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의 조상들이 일하며 생활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 깃들어 그들의 마음을 지배해 왔다. 가택 신앙은 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신의 초월적인 힘에 대한 갈망이 중첩된 결과 탄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신을 가까이함으로써 신의 권능을 이용하려 하는 인간의 원초적 종교성이 한국인들 고유의 방식으로 구체화된 것, 이것이 한국의 가택 신앙이다. 즉 가택 신앙은 한국 고유의 형태를 갖춘 기복 신앙이었던 것이다.

◈사물에 깃든 신: 사물화 욕망에 잠식된 신앙

기복신앙은 기독교 신앙에 저해된다. 그 이유는 내세의 복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리고 현세의 복에 대한 욕망을 우선적으로 부추기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현세의 복을 무조건 부정하고 멸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세의 복에 비해 무가치하다고 믿는다.

현세의 복은 내세의 복, 즉 구원의 은혜와 상급의 영광을 더 풍성히 누리기 위한 도구적 가치를 가질 뿐, 그 자체로서 목적적 가치를 갖지는 않는다.

현세의 복을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여기는 기복신앙은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사물화(事物化, die Versachlichung)를 초래한다. 사물화란 전문적인 용어로 물상화(物象化)라고도 한다.

이 개념은 헝가리의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게오르그 루카치(Georg Lukács)가 구체화한 것으로, 사물과 같이 여겨서는 안 되는 것, 사물처럼 여길 수 없는 것을 사물처럼 바라보고 처분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이는 마르크스가 물신숭배(der Fetischismus)라 이름붙였던 행태를 루카치가 새롭게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신숭배나 물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유대-기독교 신앙에 기원을 두고 있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라(출 20:4-5).”

십계명 제2계명은 사물과 같은 것으로 바라볼 수 없는 하나님을 기어이 형상화하려는 행태에 엄중한 경고를 내리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도 동일한 맥락에서 하나님에 대해 가르쳤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찌니라(요 4:24).”

신과 함께 인과 연
▲바로크 시대의 프랑스 화가 니콜라스 푸생 작, <금송아지 숭배>. 하나님을 사물화한 대표적 사건인 금송아지 사건(출 32:1-29)을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을, 그분의 신성을, 그분이 내려주시는 은혜와 복을 사물화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배격한다. 하나님을 사물화하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을 임의대로 이용하고 다룰 수 있다고 여기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한국의 전통문화에는 신적인 것, 초월적인 것을 사물화하려는 본능이 깊게 각인되어 있다. <신과 함께>에서 묘사된 가택 신앙은 이런 사물화 본능의 결정적 증거 가운데 하나다.

전통적인 가택 신앙은 신을 성주단지(성주신을 모시는 단지로서 곡식을 갈아넣음), 신주단지(조상신의 위패를 보관하는 단지), 조왕중발(조왕신의 신체를 모시는 작은 물단지) 등의 형상으로 사물화하는데, 이런 상징물들은 모두 현세적인 복, 즉 가정의 평안과 재산의 증식과 무병장수의 염원을 담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은 친근감과 책임감, 그리고 우직함을 느끼게 해주는 배우 마동석의 이미지로 신을 사물화, 형상화한다. 그리고 한국의 관객들 대부분은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이렇게 사물화된 신의 이미지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애초 우리 한국인들이 향유해온 문화가, 삶의 정황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신과 함께 인과 연
▲친숙하고 믿음직한 이미지의 배우 마동석의 이미지로 사물화된 성주신.
이처럼 초월자인 신을 사물화, 물상화하려는 본능은 한국인이 기독교인이 되려 할 때나 혹은 기독교인 된 이후에도 신앙 성장에 상당한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는 서구 문화가 기독교적인 삶에 더 유리하다.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삼는 서구 문화는, 비록 현대에 들어와 실존철학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육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 경향을 보이지만, 적어도 근대까지는 현세보다 내세, 현재보다 미래, 현실보다 이상을 앞세우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예로 칸트의 도덕신학을 들 수 있다. 그가 비록 성서의 절대적 권위를 해체하는 데 앞장선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사물화 욕망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책 <실천이성비판>에서, 그는 인간이 감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대상에 의존하는 한 참된 윤리, 참된 신앙은 좌절될 수밖에 없다고 가르쳤다.

이런 정신은 한국인들에게, 그리고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태생적으로 서양인들보다 더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서양인이라 해도 신앙과 무관한 삶을 사는 이들은 얼마든지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심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이 자라오면서 접하는 문화, 한국인들에게 자연스레 주입되는 문화는 특별히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탐욕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한다. 하나님 앞에서는 탐욕에 사로잡혀 복을 구걸하는 심성 이전에 자기 죄로 인해 절망할 줄 아는 심령을 갖추어야 한다. 적어도 이것에 관해서는 키에르케고르의 가르침이 옳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적 가택 신앙을 다루는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은 한국인의 종교문화, 한국인의 종교성에 대한 하나의 진단서나 다름없다. 이 영화는 우리 한국의 전통문화에 깊숙이 배태된 사물화 욕망, 기복적 성향을 반성하고 되짚어 볼 기회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들에게도 일정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신과 함께 인과 연
▲<신과 함께: 인과 연>의 성주신과 차사들. 가난한 노인의 집안을 지키려는 성주신의 역할이 돋보인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가택신앙의 잔재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인구 대다수가 도시생활을 영위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가택 신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절실한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택 신앙의 근본동기로 작용하던 초월자에 대한 사물화 욕망은 그 양태를 달리할 뿐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이 비틀린 종교적 욕망이 다양한 기복신앙의 양태로 구현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신앙 성찰의 작은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박욱주
▲박욱주 박사.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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