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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와 함께 찾아온 수련회와 단기선교, 휴가 시즌이다. 휴가지에서 24시간 놀기만 할 순 없다는 그대에게, 성경과 함께 챙겨갈 한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 ‘책 좀 읽는 기독교인들(가나다 순)’ 6인과 본지 칼럼니스트 4인까지, 총 10인의 ‘독서편력’을 엿볼 기회다. 본지 ‘기독교 문학을 만나다’ 서평가 이성구 부장에게는 특히 ‘소설’을 부탁했다.

1. 김관성 목사(행신침례교회)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 해냄 | 320쪽 | 14,800원

<내 마음이 지옥일 때>는 마음의 지옥에 빠져 있는 독자들에게, 그 현실을 박차고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특별히 ‘시’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아마 한 편의 시가 한 끼의 밥보다 더 든든할 수 있음을 늘 강조하는 저자의 소신에서 기인한 접근이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정성들여 선정한 시를 한 편씩 읽고, 그 시와 공명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듣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녹고 큰 위로가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마크 존스의 선행과 상급

마크 존스의 선행과 상급
마크 존스 | 오현미 역 | 이레서원 | 128쪽 | 8,500원

기독교 신앙은 그리스도를 온전히 섬기고 그분의 길을 따르는 자들에 대한 보상을 약속합니다. 문제는 말씀이 선포되는 현상에서 그 보상의 내용이 지극히 세속적이거나 성경적이지 않은 것들로 소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크 존스는 성경과 개혁파 신학에 근거하여 상급(嘗給) 교리를 깊고도 명징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상급과 관련한 핵심 내용이 거의 다 담긴 보석과 같은 책입니다. 상급에 대한 보다 깊은 지식을 얻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성경에서 말하는 상급 교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실 겁니다.

2. 라준석 목사(사람살리는교회)

나무를 심은 사람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 김경온 역 | 최수연 그림 | 두레 | 104쪽 | 10,000원

길이는 짧지만 강한 울림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보다도 글의 양이 많지 않을 정도로 얇고 가벼웠습니다. 머리를 싸매야 이해할 수 있는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닙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해 아주 중요한 두 가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첫째는,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같이 황량한 현실이지만, 그곳에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기 시작할 때 상상치 못할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우물쭈물거리다 시작도 못해 보고 우리의 꿈과 소망의 날개를 접어버리고 말 때가 참 많습니다. 용기 있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둘째는,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됐습니다. 묵묵히 꿈을 가지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간 한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삶의 소망을 얻게 되는 이야기를 통하여,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내게 맡겨 주신 자리를 지키고, 나에게 보내 주신 사람들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하고, 또 했습니다. 들고 가기도 편하고 길지 않은 내용으로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으니까, 이번 휴가 기간 동안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아침

행복한 아침
하용조 | 두란노 | 500쪽 | 15,000원

오랜 시간 아주 가까이에서 함께 했던 분이 쓴 글입니다. 글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애매하지 않고 분명합니다. 장황한 설명이 아니라, 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따뜻한 어조의 권면 같습니다.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매일 매일 한 페이지씩 읽을 수 있도록 편집돼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나누어서 읽은 필요는 없습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계속 읽어가고 싶은 책입니다. 앞에서부터 차근 차근 읽어가는 것도 좋지만, 제목을 보고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을 잠깐만 읽어도 삶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 군데만 짧게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을 때’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격받는 것도 위기이지만 높이 드러나는 것도 위기입니다”는 구절이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님께 무엇을 드립니까?’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많이 받으면 좋아하고 받은 것이 없으면 싫어하는 태도는 예배의 본질이 아닙니다”라는 글은 우리의 태도를 다시 다잡게 합니다. ‘순종, 가장 아름다운 복의 비결’을 시작하는 부분, “성숙한 믿음과 복을 받는 비결은 순종입니다”라는 문장은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줍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격언처럼 들려올 것입니다.

3. 배경락 목사(서북교회)

20년 전 필리핀의 한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고 산책도 하였다. 함께 투숙하고 있는 독일 청년은 바닷가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그때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모처럼 맞은 휴가에 놀기도 시간이 모자랄 터인데 어찌 독서로 시간을 보낼까? 그러나 휴가지에 책을 읽는 습관을 지닌 서양인들은 제법 있는 듯하다. 영국의 위대한 설교자 로이드존스 역시 바닷가에 휴가를 가서 책을 읽었다. 여름 휴가 기간 읽을 만한 책을 1-2권 소개해 달라는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첫 번째로 떠오른 책은 마르바 던의 <안식>이란 책이다.

안식

안식
마르바 던 | 전의우 역 | IVP | 264쪽 | 10,000원

피로 사회를 쓴 한병철 씨는 현대인들이 성과에 집착하여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날로 안식일을 규정한다. 피로를 무장해제시키고 평화의 시간을 가지기를 권면한다.

사실 그리스도인에게 안식일(주일)은 피곤을 더욱 심화시키는 날이기도 하다. 안식일의 의미와 정신을 가슴에 새기기는커녕,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맡겨진 책임에 치일 때가 참으로 많다. 이번 여름 휴가 기간 피로를 무장해제하고, 평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안식’의 의미를 되찾아 보기를 권면한다.

휴가가 평상시보다 더욱 피곤했다는 고백이 연례행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주님이 말씀하신 데로 내가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바로 나를 위하여 있다는 말씀의 의미를 마르바 던의 ‘안식’에서 찾을 수 있다면 휴가는 성공이다.

요나와 꼬마벌레

요나와 꼬마 벌레
질 브리스코 | 이혜림 역 | 성서유니온 | 168쪽 | 9,000원

한 권 더 소개한다면 세계적인 여성 사역자인 질 브리스코가 쓴 동화 ‘요나와 꼬마 벌레’이다. 이 책은 성인을 위한 동화책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넝쿨을 갉아먹은 벌레다. 꼬마 벌레도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이스라엘 땅에서 니느웨까지 힘들게 기어온 벌레다. 저자는 하나님의 소명을 받은 자는 요나뿐만 아니라 꼬마 벌레도, 바람도, 물고기도 다 소명을 받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다 해서, 모두 순종하는 것은 아니다. 순종의 양태도 모두 다르다. 나는 꼬마 벌레의 캐릭터에서 아브라함의 순종을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신앙 여정 가운데 현재 ‘나는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반응하고 있나?’를 점검해 보면 훨씬 유익할 것이다. 휴가철 가볍게 읽고 풍성한 의미로 가슴 묵직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4. 손성찬 목사(이음숲교회)

창조론 연대기

창조론 연대기
김민석 | 새물결플러스 | 378쪽 | 16,500원

우선 만화의 장르를 차용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과 몰입도가 좋다. 건강한 신앙을 추구하다 보면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 중 하나가 신앙과 과학의 조화이다. 다만 이 두 가지를 객관적 입장에서 분석하고 평가하고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두 영역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예가 필요한데, 쉽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혹은 자기주장만 강화시키는 부류의 서적들만 더러 있었는데, 꽤 많은 사전 준비와 그로 인한 이해를 토대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기에,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과학과 신앙의 조화에 대한 시발점을 얻는 동시에, 건강한 창조론에 대한 이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창조-진화에 대한 공부들을 쌓아나가면, 더 이상 아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김근주 | 성서유니온 | 184쪽 | 8,000원

특별계시인 성경.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신앙의 토대가 된다고 믿는 성경, 그러나 우리에게 참 가깝고도 먼 존재이다. 매주 교회에 나아가 설교를 통해 성경말씀을 접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성경을 참되게 읽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재미없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이유로, 자의적 해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그 길을 버리고, 목사 의존도의 성경 읽어나가기에 집착한 결과 수많은 이단의 양산과 더 심각한 자의적 성경읽기에 매몰된 듯 하다.

이 책은 성경을 스스로 읽어나가는데 대한 최소한의, 그리고 친절한 성경해석학적 시각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얇다. ‘성경해석학’과 관련된 책을 한 권 읽었다고 생색내기 좋다. 이 짧은 책을 읽어냄으로써 ‘성경’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휴가철에 이만한 소득은 없을 듯 싶다.

5. 이동준 목사(푸른나무교회)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원작) | 정은희 역 | 알에이치코리아 | 160쪽 | 12,000원

이대웅 기자님으로부터 휴가 가서 읽을 만한 책 소개 한 두 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니, 평소에도 책 안 보는데 우리에게 무슨 휴가 가서 읽을 만한 책이란 말인가!! 휴가 가서 읽을 만한 책이라는 건 없다. 팍팍한 회사생활과 무료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병헌의 권유처럼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는 것뿐이다.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그만큼 우리에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을 위한 숨 고르기인가? 더 열심히 뛰기 위해? 무엇 때문에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단 말인가?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변은 중요하다. 쉬는 이유가 단지 다시 열심히 일하기 위함이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또 쉼이 필요한 거라면, 아무런 의미 없이 돌고 도는 시지프스 저주의 굴레나 다름없다.

이동준
▲이동준 목사.

일 년 중 고작 며칠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또 일 년 내내 토 나오도록 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요, 며칠 푹 잘 쉬다 오는 것도 아니다.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의미 찾기, 인생 시험에서 백점을 받고도 낙제하는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한 목적과 방향의 설정, 삶의 무게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갈림길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 어떠한 순간에도 따뜻한 미소를 간직할 수 있는 넉넉함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런 것을 갖추는데 많은 책이 필요한 것 같은가? 전혀! 너무나 사랑스러운 푸의 삽화와 주옥같은 메시지가 담긴 160페이지의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는가? 어차피 잡다한 지식 나열의 책들은 올해도 당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엄한 책 붙들고 괴로워 말고, 휴가 갈 때 배낭에 이 책 한권만 챙겨 가시라. ‘아직 행복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곰돌이 푸가 다가와 행복의 길로 인도해 줄 것이다.

6. 정한욱 원장(고창우리안과)

인권옹호자 예수: 성경과 성소수자
김지학 | 생각비행 | 196쪽 | 13,000원

미국에서 인권을 공부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기독교와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을 쉽고 친절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흔히 성소수자 차별의 근거로 쓰이는 성경구절들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살피고, 성소수자에 대한 흔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당사자들의 경험과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차분하게 반박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성경과 예수의 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소수자와 약자와 함께했던 예수의 삶을 따르게 되기를 소망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견해가 어떤지를 떠나,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쯤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을 만한 좋은 입문서다.


마르틴 루터와 그의 시대

마르틴 루터와 그의 시대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 | 박흥식 역 | 홍성사 | 268쪽 | 19,000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루터 전기이다. 루터를 일방적으로 영웅시하기보다, ‘피와 살’을 가졌을 뿐 아니라 때때로 분열적이고 모순적이기도 했던 ‘인간 루터’와 그의 영향 하에 전개된 종교개혁이 당대와 후대에 남긴 영향과 공과를 공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루터와 그의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풍부한 이미지와 본문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 신학적 정보를 담고 있는 박스, 그리고 다양한 시기를 살았던 독일인들이 루터에 대해 평가한 글이 곳곳에 삽입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흥미진진하고 균형 잡힌 루터 전기이자 소개서이다.

7. 박욱주 박사(연세대,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연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레이몬드 B. 블래크니 | 이민재 역 | 다산글방 | 720쪽 | 36,000원

“아무리 하찮더라도 기꺼이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 일을 해보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하면 실패하거나 실수하는 법이 없다. 순종하면서 자신을 정화시키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반드시 찾아오신다(교훈담화 중).”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1260-1328)는 독일의 성직자, 신학자로서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비주의 저술가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신비주의’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 어감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에크하르트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에크하르트의 신비주의는 비이성적 열광주의로 대변되는 부정적 의미의 신비주의와는 전적으로 구별된다.

그는 12-13세기에 꽃피운 스콜라 신학이 표현하지 못한 실천적, 심정적 신앙의 비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신비주의자로 분류된다. 방종에 이끌리기 쉬운 인간의 감정마저 신앙에 복속시키고자 했던 그의 진중한 삶과 가르침은 후대 기독교 성직자 및 사상가 다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비록 종교개혁 이전 시대 가톨릭 신학자이긴 하나, 제자인 타울러(Johannes Tauler)와 수소(Henry Suso) 등을 거쳐 종교개혁의 기수였던 루터(Martin Luther)의 신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에크하르트의 가르침과 설교는 개신교 독자들에게도 귀중한 교훈을 선사할 것으로 확신한다.

전체의 분량은 단시간에 독파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에 특별히 권장할 만한 부분을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서두에 수록된 ‘교훈담화’를 지목할 것이다. 에크하르트가 후배 수도원 성직자 및 수도사들에게 저녁식사 자리를 빌어 헌신과 순종의 삶에 대한 가르침을 전한 이 담화는 세속의 삶에 자주 마음을 빼앗기는 신앙인들이 심령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한 감동을 선사한다.

국내에 에크하르트 번역서가 이미 여러 편 출간돼 있음에도 특별히 본서를 추천하는 이유는, 번역의 용어 및 문체 때문이다. 본서의 한국어 역자인 이민재는 감리교 목회자로서, 개신교 독자들에게 친숙한 용어와 문체를 사용해 에크하르트의 담화를 번역했다. 올 여름 번잡한 삶의 요구들에서 잠시 벗어나, 에크하르트가 전하는 신앙의 신비, 순종의 신비, 비움의 신비를 접해보고, 생동감 있는 영성의 회복을 도모해 보기를 권한다.

영화관에서 만나는 기독교 영성

영화관에서 만나는 기독교 영성
클라이브 마쉬, 가이 오르티즈 | 김도훈 역 | 살림 | 423쪽 | 17,000원

1895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뤼미에르(Lumière) 형제가 세계 최초로 50초짜리 영화를 상영한 이래, 영화 산업은 다른 문화예술 양식이 누리지 못한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그 역사가 겨우 100년 남짓한 현재, 영화라는 예술 양식은 전 세계인의 세계관과 상상력, 그리고 삶에 대한 인식을 좌우하는 단계까지 이를 정도로 현대 문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의 영화는 단순한 예술양식을 넘어 강력한 대체종교, 유사종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영화 안에 반영된 (혹은 차용된) 기독교 영성을 탐구하고, 그것이 오늘날 기독교인을 비롯한 관객들에게 신앙의 차원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탐구한다.

본서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여러 신학적 개념들을 조직적으로 엮어 분석의 얼개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종교성과 신앙이 영화라는 대중문화 양식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 분석했다.

다소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문화와 신앙 간의 관계 이해에 깊은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비평을 수행할 때마다 본서의 영화분석 및 비평 방식을 하나의 모범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추천자 본인에게도 본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영화라는 예술매체가 발휘하는 영향력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이에 기독교인들은 영화 속에 담긴 온갖 사상과 메시지들을 신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본서는 독자들에게 이 분별력을 길러주고 기독교적인 문화 이해의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신앙의 삶에 큰 유익을 제공하는 저서로 평가된다.

8. 진규선(해외 서적 서평 연재)

세계 종교의 역사

세계 종교의 역사
리처드 할러웨이 | 이용주 역 | 소소의 책 | 416쪽 | 23,000원

이 책은 예일대학교 ‘A little’ 시리즈 중 하나로 기획됐다. 총 40개 키워드(메시아, 복종, 지옥, 이단자 등)로 다양한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등)에 대해 다룬다. 전 스코틀랜드 성공회 에딘버러 주교 출신인 저자는 현재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평론가 및 작가로 활동 중이다.

책에서도 역시 40가지 주제들을 신자들이 도발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다루지만, 동시에 재치 넘치는 그의 글쓰기가 생각의 발걸음을 한 번 더 내딛을 때 발생할지도 모르는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종교 근본주의와 종교분쟁

종교 근본주의와 종교분쟁
빌프리트 뢰리히 | 이혁배 역 | 바이북스 | 244쪽 | 13,000원

종교 근본주의는 역사적으로, 특히 현재도 세계 분쟁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다. 독일 정치학 교수인빌프리트 뢰리히는 다수의 신자를 보유하는 각 세계 종교들(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의 근본주의가 무엇이고, 실제 분쟁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서술한다. 그리고 종교간 대화의 실마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비록 2006년에 나온 얇은 책이지만, 현재도 충분히 유용하다.

9. 이성구(기독교 문학을 만나다 연재)

왕국

왕국
엠마뉘엘 카레르 | 임호경 역 | 열린책들 | 704쪽 | 16,800원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 모릅니다. 제목도 거대한 크기를 나타내고, 분량이 704쪽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한숨 한 번 내쉬고 읽는다해도 버거울 수 있는 게, 바울과 누가의 관계를 중심으로 신약을 이야기하고 있어, 이야기 자체가 그리 재미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기독교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신약에 대한 다른 시각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 번 읽고 ‘잘 읽었다’ 하는 가벼운 소설이 아닌, 성경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빚어낸 장인의 도자기 같은 소설입니다. 소설이 성경을 만났을 때 올릴 수 있는 지적 경지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휴가 때 여러 책을 읽기보다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이 책 한 권을 읽어낼 수 있다면, 내 안에 깨끗한 울림과 함께 당분간 어떤 더위에도 마르지 않을 많은 양의 물을 지닌 우물 하나를 갖게 될 겁니다.

10. 이영진 교수(호서대, 기호와 해석 연재)

아담

아담
헨리 나우웬 | 김명희 역 | IVP | 132쪽 | 5,000원

지능(IQ)을 ‘Intelligence Quotient’라 부른다. 여기서 코우션트란 말은 ‘(얼마간의) 몫/부분’을 뜻하는 고대 인도유럽어 kwo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회가 다변화되니 인간 이해도 다변화하여, IQ(지능지수)에 그치지 않고 EQ(감성지수), MQ(도덕지수) 등으로 분해시키다, CQ(창조성지수?), AQ(유추지수?), PQ(열정지수?), 나아가 ‘Spiritual Quotient(영성 지수/ SQ)’라는 개념까지 등장하여 교회에 파고든다.

그러나 ‘Spiritual Quotient’란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인데, ‘몫(Quotient)’이란 개념 자체가 ‘프쉬케(ψηλή)’, 즉 영혼의 단위인 까닭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지능이 없는 식물인간도 영혼(프쉬케)이기 때문에, 알리바바 CEO 마윈이나 MS의 빌 게이츠 같은 인물들을 SQ 충만한 영혼의 종자로 소개하는 것 자체가 사실 언어도단이다.

지능 이야기를 이렇게 꺼내는 이유는, 도리어 지능이 박약한 지체를 명실상부 존재론적 최고의 영혼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일부 개신교 중 저자 헨리 나우웬을 동성애욕에 사로잡힌 가톨릭 사제로 치부하고 마는 견해도 있지만, 실은 그 스스로 오욕으로 간주하고 그런 극기의 과정에서 만난 ‘아담’이라 불리는 장애인과 펼치는 이 애착이야말로 ‘영혼’의 본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지능검사 아류의 옷을 입고 현대 개신교회를 파고드는 저런 심리술이 마윈과 빌 게이츠 또는 그 밖의 물질적 성공을 이룬 인간상을 가장 우월한 영혼의 종자로 교시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나우웬의 이 영혼에 관한 천착은 본질적 측면이 더 지대하다. 이 소책자를 올 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으로 소개한다.

영혼은 지능의 한 부분이 아니라,
지능이 영혼의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