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은 합리적? 상대주의 안에서 힘의 원리일 뿐

입력 : 2018.07.22 20:22

[최윤정 월드미션 다문화 칼럼] 다문화와 인본주의(2)

다문화 보편성 합리
서구의 유신론 사상은 계몽주의 사상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이신론(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나 저절로 운행하도록 내버려두셨기 때문에 인간에게 인격적으로 다가오시지 않으며, 따라서 계시와 기적은 없다고 보는 관점)으로 대체됐습니다.

곧이어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간과 만물의 운행은 우주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자연주의에 의해 완전히 밀려나게 됩니다. 자연주의를 모태 삼아 생성된 인본주의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완전히 부인하고 인간의 이성을 하나님의 섭리의 자리에 놓음으로써, 인간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믿게 합니다.

인본주의 관점은 역사는 목적이 없다고 봅니다. 인식을 가진 인간이 역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만 역사가 의미있게 되므로,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선택에 달린 문제인 것입니다. 또 인간의 가치와 윤리의 가치가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는다는 기독교 유신론과는 달리, 인본주의는 이 세상의 모든 가치는 인간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인본주의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 인식’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이 ‘보편’이라는 단어가 무척 합리적인 것 같이 들리지만, 이처럼 애매모호하고 혼란스러운 개념도 없습니다.

우선 이 보편성이 담고있는 개념들을 정말 모든 인간들이 동의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보편적 윤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것은 시대와 문화를 아울러 모든 인간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윤리라는 뜻입니다. 이 시대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가장 보편적인 윤리로 언급됩니다.

그런데 이 보편성은 문화 또는 종교에 의해 제한받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구의 인본주의는 이슬람의 명예살인 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서구의 인본주의 윤리는 그것을 인간의 보편적 인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극단적 이슬람주의는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나타내는 행동으로 간주합니다.

아이 캔 스피크
▲위안부 할머니 관련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중 한 장면.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본은 왕을 신격화하는 신토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일본 문화는 사무라이의 영향으로 체면을 존중하고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윤리 의식입니다. 인본주의에 입각한 서구의 보편적 윤리는 전쟁 위안부 문제를 인권을 파괴한 비윤리적 행위로 보지만, 그들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전범을 신으로 떠받드는 것을 자신들의 종교라 하고, 군국주의의 표상인 사무라이 전통을 자신들의 문화라고 주장합니다.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 안에서 윤리를 규정하므로, 식민 통치에 대해서도 오히려 피해국들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라 말합니다.

결국 인본주의 윤리는 특히 다문화 안에서는 각 문화와 종교의 윤리를 다 포괄할 수밖에 없으며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이 커질수록, 또는 이슬람의 세력이 강해질수록 그들이 주장하는 윤리를 보편적 윤리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동성애자들의 세력이 커지면서 그들의 주장이 인본주의의 보편적 윤리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보편성’이라는 것은 상대주의 안에서 힘의 원리에 의해 규정되는 것입니다. 다문화 안에서 한 집단이 큰 세력으로 등장하면 그 힘의 우위가 그들이 주장하는 윤리를 보편성으로 규정짓는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인본주의는 그 윤리적 맹점 때문에 혼란을 초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계속>

최윤정 다문화
▲최윤정 교수.
최윤정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B.A.)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풀러신학교(M.A.)를 졸업하고, 바이올라대학에서 'Intercultural Education(다문화교육)'으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현재 월드미션대학교(World Mission University)에서 다문화사역, 기독교와 문명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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