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조직위 측은 '퀴어라운드(Queerround)'라는 슬로건 아래 '성소수자 가시화, 인권증진, 문화 향유, 자긍심 고취의 장(場)'을 열 것이라고 기획의 변에서 밝혔다.

이들은 "성소수자 인권의 시계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듯 하다"며 "올해도 지방선거 과정에서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는 유력 후보들의 혐오 발언을 접해야 했고, 평등한 권리의 보장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중인 정부의 모습도 봐야 했다"며 "하지만 사회는 분명히 변하고 있고, 더욱 변해야 하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찬성·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성소수자를 시민사회의 객체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성소수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민사회의 주체라는 것이, 조금씩 변화해가는 이 사회 속에 분명한 상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는 더욱 강하게 말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퀴어문화축제는 계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내건 변(辨)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 특유의 노출 복장과 각종 코스프레, 슬로건과 문구, 일부 물품 등은 대낮에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공시설에서 당당하게 공개하기에는 부적절한 것들이었다.

여전히 반라(半裸)에 가까운 복장을 한 남여가 곳곳에서 출몰했고, 청소년들 눈에 띄지 않아야 할 각종 물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수익이 발생되는 '판매'는 서울광장 허가 범위에도 어긋난다. 그나마 지속적인 반대 운동 덕에 노출 등 선정성 수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특히 기독교의 이름으로 부스를 차리거나 깃발을 내건 이들도 눈에 띄었다. '무지개예수'라는 이름에는 감리교퀴어함께, 물꼬기, 믿는페미,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생활인권센터, 한신대 신대원 여성주의모임 패미하다, 혁명기도원 등이 함께했다. 이 외에도 로뎀나무그늘교회, 열린문공동체교회가 부스에 참여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교회가 앞장서서 보호하는 일은 의미 있다. 그들을 보듬어야 하는 일은 분명 교회의 몫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무작정 그들의 소리를 다 들어준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화여대, 연세대, 서울여대, 성공회대, 숭실대, 총신대 등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대학들에서 대거 퀴어축제 부스로 참여하거나 깃발을 내거는 것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세종대로를 사이로, 퀴어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반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선정성 짙은 퀴어축제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었던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이 무더위 가운데 자리를 박차고 전국에서 광장으로 모여든 것이다.

이들은 퀴어축제를 아예 열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구 서울시청 청사의 서울도서관 앞이자 서울의 상징적 장소인 서울시청 광장에서 마치 '해방구'를 얻은 듯 굳이 그런 퍼포먼스와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이는 종교의 문제가 아닌, 일반 상식과 시민의식, 그리고 공중도덕과 형법상 공연음란죄의 문제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애써 외면한 채, 소수자 인권이라는 용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구처럼 동성애자들을 공개적으로 핍박해 온 역사가 없기에, 서구처럼 '해방구'를 제공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들 자신의 양심의 소리 때문에 스스로 억눌려왔던 것이지, 사회가 그들을 억압한 적이 없다.

조직위 측도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개최가 동성애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만드는 데 과연 도움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따가운 햇살 아래 펼쳐진 하루의 공개적 일탈'로 그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친동성애자들에게는 '홍보의 장'이 될지 모르나, 제3자 입장에서 그들의 각종 퍼포먼스와 코스프레를 어떻게 생각할지 냉철하게 평가해 봄직 하다.

국민대회 참석자들은 "우리는 동성애자들의 인격과 영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이 동성애로부터 벗어나는 '탈동성애'만이 참된 인권운동임을 공포한다"며 "때문에 탈동성애자 운동과 탈동성애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적극 지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동성애 퀴어축제에 참여하시는 여러분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심각하고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는 동성애에서 탈출하자"고 그들에게 권면하고 있다. 국민대회는 집회 외에 부스와 다양한 문화행사를 곁들이면서 '동성애의 진실'을 알리려 했다.

실제로 이날 국민대회 외에 '동성애자들보다 더 소수자'인 탈동성애자들의 인권운동과 문화행사 '홀리 하모니 문화축제'가 청계광장 인근 여러 곳에서 개최됐다. 여러 교회와 기관들의 도움으로, '퀴어보다 더 좋은'이라는 주제 아래 부스홍보 행사와 탈동성애자들의 토크, 그리고 퍼레이드까지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됐고, 앞선 9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11회 탈동성애인권 서울포럼도 열렸다.

같은 '소수자'들인데도, 탈동성애자들에 대한 동성애자들의 시선은 따갑다 못해 적대적이다. 의아한 일이다. 본지 SNS에 '탈동성애' 관련 소식을 게재하면,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인 척 살아가야 하는 가엾은 삶" 같은 의견을 표시하면서 엉뚱한 피해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탈동성애자의 존재가 그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도전'임을 알려주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모든 행사가 끝났으니, 퀴어축제에 반대해 나선 이들 모두 함께 냉철하게 전략과 결실을 돌아볼 때다.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 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점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세부적인 의견과 내용이 다르더라도, 퀴어축제처럼 하나의 큰 우산을 펼치는 것이 '각개전투'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퀴어축제에서도 양성애·무성애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지만, 큰 틀에서 하나로 움직였듯 말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맞춤형 전략'도 좀 더 필요하다. 퀴어축제는 20-30대, 국민대회는 40대 이상으로 흘러선 안 된다. 물론 국민대회에도 젊은이들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지금처럼 집회나 기도회 중심보다는 젊은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가 좀 더 있었으면 한다. 아예 날짜를 다르게 해서, 서울시청 광장을 통째로 빌려 퀴어축제보다 나은 행사를 벌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내년에는 서울시가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공개 지지한 수도권 1,341명의 목사들부터 국민대회와 홀리 하모니 문화축제 준비위원들까지 모두 모여, 타임 테이블을 마련하고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해 개최를 막을 방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
▲퍼레이드 모습. ⓒ새에덴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