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타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기독교는 타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제럴드 맥더모트 | 한화룡 역 | IVP | 312쪽 | 15,000원

어느 날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그 가사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사랑과 연인과 그리움에 관한 가사를 들으면서, 마치 하나님을 향한 고백이고 기도처럼 해석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른 가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노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멋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서, 그 순간에 담겨져 있는 정서와 향기를 느끼며 하나님의 속성을 묵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은 그리스도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이런 현상이 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위대한 작품을 만든 사람은 하나님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것을 보면서 하나님의 성품과 구원까지도 생각하는 것이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의도치 않았으나, 하나님께서 무의식 중에 자신의 속성을 집어넣으신 것인가? 아니면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서 그런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인가? 만물 안에는 하나님의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도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작용했다고 믿어야 하는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답을 제공해 준다. 또 타종교에는 구원이 없다는 것을 가지고 비판하고 정죄하는 무례한 글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의 유일성과 그리스도의 최종성을 가지고 타종교를 향한 무시하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 지적한다. 다원주의와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살고 있는 시대에 이 책은 기독교의 가치와 정신을 더욱 확장시켜주고 있다.

물론 오직 예수만이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님의 신성과 계시가 기독교에만 있지 않고 타종교와 문화와 역사와 만물에도 있어서, 기독교가 타종교로부터 하나님에 관한 것과 하나님을 아는 길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기독교만 유일한 진리이고 종교이기에 타종교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진리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도 벅찬 일인데, 다른 종교를 배울 의미는 없다고 한다. 또 기독교의 진리와 그리스도의 위격과 복음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이러한 주장들(타종교와 공존하여 배울 수 있고 하나님의 계시가 존재하며 하나님에 대한 마음을 깊게 할 수 있다)을 부정하고 배척한다.

물론 필자도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면이 있다. 각자의 종교는 자신의 종교가 유일하고 보편적이고 최고의 선이라 주장한다. 나아가 그들에게만 구원이 있고 참된 행복이 있음을 강조하고 아울러 사회적으로도 공동선을 추구하는 보편가치가 되길 원한다.

그러기에 타종교의 가르침은 기독교의 본질과 핵심을 벗어나고 그들 또한 공격적인 면이 있기에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종교가 더욱 인정이 되는 시대에 종교다원주의에 젖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실제 기독교 절대주의와 종교다원주의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뜨거운 감자이고 민감한 주제이다. 선교와 교회 사역에서도 그리스도인은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기 때문에, 이것은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종교다원주의는 모든 종교는 동일하고 상대적이니 어느 하나가 우월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모든 종교는 다른 문화와 배경만 같지 동일한 목표를 가지기에 공동의 본질을 갖는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인간의 마음에는 동일한 신에 대한 관념이 있다고 하나님의 계시를 심리학적인 사건으로 해석한다. 이런 면에서 타종교로부터 기독교의 계시를 배운다는 것에 불편한 점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스도인이 타종교와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존하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 또한 기독교 절대주의만 강조하며 다른 종교와 신앙을 가진 이를 배척하고 악마화해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그들로부터 분명히 배울 것이 있고 우리 신앙에 유익을 얻을 게 있다.

오히려 그동안 기독교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와, 기독교 진리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형편없는 종교와 무식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기독교의 정신과 복음의 가치를 훼손시켜 온 것이다.

그래서 책은 기독교가 타종교로부터 배울 수 있고 함께해야 한다고 한다. 우선 복음전도를 더 효과적이고 민감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들이 가진 종교의 체계에 종교적 진리가 있다고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그들의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결단할 때, 그들의 문화와 전통 속에서 행해왔던 의식들을 모두 폐기하기보다, 그 속에서 귀한 진리를 얻게 도와줄 수 있다.

청와대 종교인
ⓒ청와대
그리고 복음주의자들의 시야와 관점을 넓혀준다. 다른 종교들 속에도 계시된 하나님의 계시와 진리들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을 찬양할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종교를 보며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와 우리의 태도와 자세 등을 반성하고 더 바르게 세울 수 있다. 성경에 부합한 것은 우리에게 유익을 삼을 수 있고 성경에 어긋나는 것은 멀리하며 스스로를 조심하며 지켜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필자에게 새롭게 다가온 것이 있다. 저자는 어거스틴과 칼빈과 아퀴나스 등을 소개하며, 그들 또한 다른 종교와 문화로부터 기독교를 든든하게 세워갔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성경에서 멜기세댁과 예수님의 사역 등을 통해서도 이방종교를 통해 하나님의 진리를 드러내고 높였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조나단 에드워즈의 글을 통해 그가 다른 종교 안에도 계시가 있다는 개념을 신학적 논거를 통해 제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에드워즈는 언약의 모형론을 설명하는데 모든 시간과 장소에 하나님의 계시와 구원이 있다는 것이고 모든 종교들에도 이러한 작은 빛들이 있다는 것이다. 구약의 모형들은 신약의 원형들을 가리키듯 그는 하나님의 모형론이 자연과 역사와 종교 제사에도 확장된다고 보았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일반 은혜를 통해 삼위 하나님을 발견하고 구원의 신비와 은혜를 알도록 한다는 것이다. 온 세상은 하나님은 영광을 선포하고 그리스도는 세상을 비추는 빛인데 하나님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거듭 강조하지만,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그분만이 하나님께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고 변함없이 예수님만이 생명이고 하나님의 독생자시며 그리스도라는 것을 고백한다.

그리고 이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만 하늘나라 백성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의 영생은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님을 아는 것이고 그분 안에 참된 행복과 만족과 인생의 답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다양한 종교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기독교만이 오직 진리이기에 다른 종교는 부정하고 때로는 악마화하는 기독교 절대주의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미 우리는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다른 종교는 유해하고 그 사람은 어리석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면서 복음의 정신을 스스로 훼손하였고 기독교의 가치를 파괴해오며 예수님의 사랑을 어긋나게 실천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기독교 절대주의는 근본주의를 떠나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이 말은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가 충분히 타종교와 공존할 수 있고 그들을 존중하며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가 절대 진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오만을 저질러 왔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 또한 타종교인은 존중하고 사랑하려 하기보다, 말이 안 통할 것이라며 대화조차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여전히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해 일하고 계시는데, 우리 스스로 익명의 그리스도인과 미지의 그리스도인을 거부하고 부정한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기독교는 타종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아담이 타락한 이후 종교의 다원화는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했을 때부터 심각한 문제였고, 초기 교회 시대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무례하고 몰상식한 기독교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인본적인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을 통해 기독교가 언제든 종교와 신념으로 분노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를 잠재우고 이해하고 포용하여 더 나은 길을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