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연애는 다큐다 69
1

'모든 주위의 반대 이길 수 없는 어떤 허망함
다른 누구도 안 돼... 어쩔 수 없는
그댄 나의 로미오 My Romeo My Romeo
그래 이게 나의 비극인 거야'.

이 노랫말처럼, 주변 모두가 반대하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죽음도 불사할 정도로 뜨겁기만 하다.

반대하면 할수록 그 사랑은 이룰 수 없는 꿈, 지금이 아니면 영영 놓칠 것만 같은 환상이 되어 더욱 절절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알면서도 뜨거움을 무릅쓰고 불가로 달려드는 나방처럼 잡으려는 손들을 뿌리치고 날아간다.

이런 케이스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괜한 반대로 두 사람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경우, 그리고 충분히 이유 있는 반대인데 기어이 그 길로 가서 스스로 비극을 만드는 경우다.

괜한 시기와 질투로, 또는 정략적 이유로 반대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둘의 사랑을 막을 어떤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인데, 당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주변인들이 만류하는 만남을 이어가려는 연인들은 이 두 종류의 반대를 잘 구분해야 한다. 자신들의 결혼이나 만남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왜 반대를 하는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아름다운 죽음이 의미가 될 수 없는 거니까
영화처럼은 안 돼. 불행하게도
그댄 나의 로미오'.

어떤 생이라도, 죽음을 위한 삶은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름답게 보일지 몰라도, 비극은 비극이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 비극을 읽는 남은 자들의 것이지, 막상 두 사람은 사랑도 못 이루고 죽음으로 끝이 난다. 그나마 죽지도 않고(?) 평생 결혼이라는 무덤에 갇혀 불행의 족쇄를 찬다면 아름다움은커녕 흑역사만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반대가 진짜 귀담아들을 만한 반대인지, 아니면 괜한 훼방인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사실 사랑하고 있으면 왜 반대하는지 잘 보이지 않고, 모두 시기심으로 자신들의 만남을 찢어놓으려 한다고 곡해하기 쉽다. 그래서 어깃장으로라도 당당하게 잘 살아보겠다며 끝까지 만남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케이스는, 왜 반대하는지도 알고 자신들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경우다. 사귀는 사람의 문제나 조건의 한계, 성격적 결함 등을 알지만 이미 정이 들고 삶의 대부분을 나누고 있기 때문에 너무 늦었다는 것이며, 그래도 잘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저렇게 결함이 많은 사람을 나까지 버리면 어떡하겠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의 눈에는 불행이 빤한데도 굳이 그 길을 간다면, 헤어짐으로 인한 비극보다 더 큰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

2

'난 우리 만남을 어느 누구가 뭐라 해도 괜찮아
우릴 묶어주는 말.. 사랑...
나도 막을 수 없는 아무도 어쩔 수 없는
그댈 향한 마음을'.

정말 어쩔 수 없다면 가는 거다. 막말로 갔다가 오더라도 일단 뛰어드는 수밖에, 말릴 재간이 없다. 하지만 자기도 문제를 알면서 어어어..., 하다가 예식장까지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변의 반대는 무작정 찢어놓으려는 움직임인지 알아보려면, 말리는 이들이 자신들의 만남과 이별에 어떤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가 헤어지면 어떤 이득이 그들에게 올까....

가족이 가장 합리적이고 유리한 선택을 해줄 것 같지만, 어쩌면 가족이 가장 판단력이 흐려진 사람들일 수 있다. 특히 부모는 그 결혼을 통해 어떤 이득을 보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자식을 위한 것이라고 자신들은 믿어 의심치 않을지라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놓고 반대한 몬태규와 캐플릿 가문은 둘의 결혼에 자신들의 자존심을 걸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신분이나 재산 등을 놓고 결혼을 밀어붙이거나 반대할 수 있는 것이 부모다.

또한 자기 경험을 토대로 판단해, 자식이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시대착오적이거나 단편적인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

물론 많은 부모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일방적 판단으로 자식들의 불행을 만드는 케이스도 꽤 있다는 말이다.

다른 가족들도 사소한 반대를 할 수도 있다. 손아래 동서인데 나이가 자기보다 더 많다든지, 너무 가난해서 형제인 내가 금전적인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든지, 반대로 돈이 너무 많아 비교될 것 같다든지, 결혼 후 유학을 가게 되면 부모님을 내가 돌봐야 할 것 같다든지.... 어떤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핑계를 대면서 반대할 수 있다.

그러니 두 사람의 만남에 영향력이 없고 얻는 것도 없는, 최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이 좋다. 그런 사람들의 말은 진실할 확률이 높다. 그런 이들까지 일제히 반대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은 하나 건너서 아는 사람이 바로 이런 상황에 빠져 있어, 안타까움에 쓰는 것이다. 둘이 이어지든 말든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나 이득은 전혀 없지만, 정말 만나서는 안 되는 걱정 되는 상황인데, 뒤집힐 기미가 전혀 없다.

배우자 인성의 한계나 고질적인 나쁜 습성을 알면서도 헤어지기는 너무 늦었다는 연인.... 하지만 그런 부분은 고쳐서 살 수도 없고, 무작정 인내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답답한 일이다.

3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이 모두 변심한 연인의 핑계는 아니다. 진짜 눈에 보이는 불행은 누군가 막아야 한다. 일단 불행이 닥치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불나방처럼 뛰어들던 연인도 누군가 강력히 막아서거나 둘 중 한 사람이 눈물의 결단을 하면 이루어질 수 없다. 결단은 힘들어도 현실로 돌아와 시간이 지나고, 그 세월을 복기해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잠시 아프고 오래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이 원망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 그 길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어떤 이가 오래 전 자신을 '버려 준' 사람에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 말이 맞다고. 이제 와 생각하니 너무 고맙다고....

비련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지 말라. 남들이 반대한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아름다운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비극이다. 그들이 죽어서 비극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이루었더라도 그들의 앞길에는 가시밭길과 막장의 더욱 초라한 비극뿐이었을 것이다.

두 가문이 화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게 된 것은 두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화해의 밀알이 되지 않았다면 불행의 씨앗이 되었을 커플이다. 자신들의 사랑 성취와 가문의 화해,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연구하라. 그들은 왜 반대하는지, 둘이 만났을 때 어떤 이득과 손해가 있는지.... 괜한 반대는 없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자신을 관망해 보았는데도 끝까지 가겠다면 하는 수 없다.

다만 비극의 주인공처럼 죽을 각오로,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며 사랑을 보여주라. 그리고 그 모든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인내하면서 감당하는 삶을 살아 끝내 성공해야 한다.

'늘 그대만 보는 이런 마음을 믿어주는 한 사람
난 우리 만남을 어느 누구가 뭐라 해도 괜찮아
우릴 묶어주는 말 사랑...'.

둘을 묶어주던 사랑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주위의 반대가 수포로 돌아가고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으면 둘을 묶어주던 사랑은 더 이상 효용이 사라질지 모른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급격히 느슨해질 것이다.

물론 그 길은 가보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살 수도 있는 미래를 포기한 채 회한만 남기고 지금 돌아서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은 궁극적으로 본인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반대하거나 밀어붙인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방이 아니다. 불 속으로 뛰어들더라도 이유나 알고 가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서 귀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사랑을 악착같이 지키고 보란 듯이 잘 사는 것, 반대한 사람들조차도 그런 반전과 해피엔딩을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안개처럼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면, 한 번도 고려해 보지 않은 길이라도 이젠 돌아다봐야 한다. 비극이라서 아름다운 사랑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주위에서 반대하는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신도 고민이 된다면, 최대한 객관적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정답이 없다면 당장은 아픔이 있더라도 과감히 돌아서든지, 꼭 가겠다면 반드시 답을 찾고 뛰어들라.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