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총학, 학내 반대 여론 불구 퀴어 퍼레이드 참여 논란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7.12 16:00

학생들 “퀴어축제 참가 여부, 과반수 때까지 재투표”

카이스트 총학생회 퀴어
▲카이스트 학내 게시판에 퀴어 퍼레이드 참가에 반대하는 글들이 게시된 모습.
국내 최고 대학 중 한 곳인 카이스트(KAIST) 학부생 총학생회가 지난해에 이어 오는 14일 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제19회 서울 퀴어축제에 카이스트 이름을 걸고 공동 행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카이스트 총학생회는 추진 과정에서 학내 여론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으며, 중앙운영위원회 15인의 투표로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첫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이 나오지 않자, 재투표를 통해 기권표 중 일부를 억지로 찬성표로 만들어 과반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절차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SNS를 통해 당시 "찬성과 반대 투표의 합이 기권표 수보다 적은 상태로 유지돼 휴회하고, 하루 뒤 다시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학내 게시판 등에서는 의견 수렴 과정과 결정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학내 SNS 커뮤니티에도 총학생회의 결정에 반박하는 글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으며, 조회 수도 가장 높다.

퀴어축제 참여와 연대에 대해 항의가 이어지자, 제32대 총학생회 '받침' 측은 10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총학생회 차원의 퀴어축제 연대에 반대 및 우려 의견이 많음을 알고 있다. 퀴어축제 시작부터 꾸준히 지적된 공연음란성 문제가 대표적이고, '학부 총학생회 차원에서 깃발 들기'는 소수자 의제와 분리해서 봐야 하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총학생회 차원의 연대를 위해서는 정책투표를 통해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들어온 지적이나, 총학생회 차원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선 음란성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객관적으로 결론내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미국대사를 포함한 많은 국가 대사관, 구글과 MS 등의 기업들, 국가인권위원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부스 운영으로 참여한 선례를 보아 음란성이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없는 수위라는 객관적 근거는 없었다"며 "일부 학우분들이 우려하는 음지에서의 인권 침해 소지에 관해서도 자정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고려, 연대를 거부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책투표 불시행에 대해선 "연대 의사를 묻는 사안들은 지금까지 회칙에 따라 중앙운영위원회와 전체 학생대표자회의로 결정됐다. 정책투표라는 방법 자체가 어떠한 학우에게라도 다수에 의한 폭력이자 가해가 될 수 있다면, 이를 사용하는 것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설득 과정 없는 정책투표보다 논의 과정을 수반하는 중앙운영위원회 의결이 더 적절한 의사결정 방법이라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총학생회 측은 "반대 의견을 결코 무시하지 않겠다. 단지 올해 축제 참여만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궁극적인 총학생회 내 담론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설득 과정을 충분히 거치겠다"며 "중앙운영위와 학우 대중 간 유리 해소를 위해 공개 공청회를 최소 1회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카이스트 총학생회 퀴어
▲카이스트 총학생회의 관련 논의 알림 그림.
총학생회의 입장문 발표에도 비판과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중대 사안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일들이 전체 투표 없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총학생회 집행부의 편향적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총학생회의 입장문 발표 다음날 게시판에는 '총학에게 고합니다'라는 글이 등장해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글에서 학생은 "최근 퀴어 퍼레이드 참여와 관련한 총학의 행보에 심한 부조리를 느껴 총학 측에 문의했으나, 형식적·맹목적 답변만을 돌려받았다"며 "이에 유감을 표하면서 보다 조직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KAIST'는 학부생을 포함하고, 대학원생, 교직원(교수, 각 처 직원들)을 모두 대표하는 이름으로, 'KAIST 학부총학생회' 깃발을 가지고 간다 해서 사람들이 학부생들만의 대표로 인식하겠는가"라며 "지속적인 갈등을 피하려 논의 과정을 두 달 내외로 설정한 것은 이미 참여를 내적으로 결정한 뒤 반대의 목소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방향은 좋으나, 갈등 유발 정책 자체를 고수하며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퀴어 퍼레이드 참여를 위한 정책투표가 어떤 학우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하지 않았다면, 자신들의 동의 없이, 속한 공동체의 대표성이 사회적인 갈등이 분명히 존재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될 때 결정과 시행과정을 통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며 "'자신의 기본 성향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학내 환경 또한 개선해야 한다'고 했지만 근거가 부족하다. 자신의 기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무엇이고, 학업과 연구하기 좋은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부결된 의견도 합치된 의견이다. 학칙에 명시된 '부결된 의견을 위한 재심의 동의 의결'도 없이, 찬성이 과반수를 넘을 때까지 투표를 시행한 점은 회칙과 절차를 무시한 편향적인 행동"이라며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한 후에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지적된 의견과 상황에 대해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뜻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 외에도 "당신들이 뭔데 학교 이름 걸고 거기 가는 겁니까?", "반대가 월등히 많은데...", "구성원들 의견 수렴 의지가 없는 총학생회는 학우와의 신뢰보다 연대와의 신뢰를 더 신경쓰는 것인가?" 등 다양한 반대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연대하여 총장 및 보직교수 등에게 항의하고 있으나, 아직 학교 측에서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학교 한 관계자는 "퀴어축제는 동성애자들의 행사라는 취지와 별개로 매년 공연음란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그 문화 역시 사회적 규범에 부합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가 있는 행사에 구성원 전체 동의도 얻지 않고, 단기간의 논의만으로 학교를 대표해 참석하는 것은 나라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의 위상을 실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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