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김충렬 박사가 강의하고 있다.
친구들과 놀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어울려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다. 스스로의 성격 문제일 수도 있고, 주변 환경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는 아동의 경우, 어떤 원인이나 조건을 따지는 것을 넘어 서둘러 수정하지 않으면 왕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친구와 놀지 않는 아동은 친구들과 고립된 아동, 혼자서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아동, 그리고 내면의 심리적 문제를 가진 아동 등의 특징이 있다. 그 심리적 원인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 3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1. 발달의 문제

아동은 발달이 이뤄지면서 신체 및 심리가 발달한다. 여기서의 발달은 정상적 발달 과정을 기준으로 보고 점검해야 함을 상정한다. 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행동이 다소 느린 모습을 보인다.

이런 발달 차이는 아동의 체질 또는 식습관과 관련돼 있을 수도 있다. 편식이나 소식으로 체력이 약해 또래의 활발한 활동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체력 약화는 그대로 심리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음이 약해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낯선 아이들과 어울리는 데 약간의 두려움을 갖는 경우도 있다. 심리적 약함이 그런 두려움을 유발하는 것이다. 신체적 약함은 당당하지 못하고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심리적 태도를 유발한다.

이런 아동은 발달이나 기력, 체력적으로 비슷한 아이를 자연스럽게 접근시켜, 마음이 맞을 만한 아이를 발견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교사가 함께 놀도록 자리를 만들어도 오래 계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어울리는 사회적 성향을 갖는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관찰해 둬야 한다.

2. 심리적 문제

친구들과 놀지 않는 아이는 자아감이 약하다고 봐야 한다. 자아감이 약하면 친구들과 접촉하기를 꺼리고 함께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우리는 이들의 자아감 약화를 생각해야 한다. 자아감 약화는 양육의 방법론에서 드러나는 차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성향에 따라 아이를 능동적·수동적으로 양육한다. 능동적으로 양육받은 아이들은 자립성이 강화되지만, 수동적으로 양육받은 경우 부모 의존도가 높아 자아감이 약화된다. 부모는 이런 수동적인 아이를 걱정을 끼치지 않는 '말 잘 듣는 아이'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아감의 약화를 초래하기에, 능동성을 살리는 일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부모들은 대개 일방적이나 주입식으로 양육한다. 부모의 성화로 이것도 가르치고 저것도 외우게 하면서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급적 어린이들끼리 놀고 접촉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경험과 실제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어린이들 스스로가 친구들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3. 사회성 문제

친구들과 놀지 않는 아동은 이미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혼자 노는 태도는 사회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들의 사회성 문제는 또래 관계에서 문제를 보인다.

발달심리학에서는 또래를 '사회적 동년배' 또는 '최소한 그 순간에는 행동의 복합도가 유사한 수준에서 상호작용 하는 개체들'이라고 정의한다. 사전에서는 '서로 동일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동들은 또래관계 안에서 사회생활의 수용능력과 자기조절, 협력과 협상, 공격성과 성 역할, 행동의 사회화 등을 습득하며, 감정적 유대관계가 형성될 때 우정이 형성된다. 아이들의 우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중요한 완충의 역할을 하기에, 또래 관계 형성이 빈약하면 이후 성장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또래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빈약한 아동은 아동기와 성인기에 학업성취의 부진, 중퇴, 비행과 공격, 우울과 낮은 자존감, 외로움 등과 같은 다양한 심리적 부적응을 경험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래와의 교류와 상호 작용은 아동들의 자아정체감 형성과 자아존중감, 사회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또래간 적극적이고 원만한 인간관계는 긍정적 자아 개념과 건강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부정적 자아상을 형성시킨다. 이러한 부정적 자아상은 아동기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친구와 놀지 않는 아동을 둔 경우라면, 전술한 심리적 원인을 참고하여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전 한일장신대 교수, 한국상담치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