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삶과 설교는, 같은 가르침을 표현해야 한다”

입력 : 2018.07.08 19:13

[송광택 목사의 인문 고전 읽기 25] 말씀의 거울 앞에서 성찰하라

자기 시험을 위하여
자기 시험을 위하여

쇠얀 키에르케고어 | 이창우 역 | 샘솟는기쁨 | 236쪽 | 16,500원

쇠얀 키에르케고어(1813-1855)는 덴마크의 기독교 사상가다. 코펜하겐의 부유한 포목상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코펜하겐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유산으로 저작 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독신으로 마쳤다.

젊은 시절 한때 그 생활 태도에 동요를 일으킨 시기도 있었으나, 아버지로부터 받은 신앙적 훈련과, 레기네 올젠(Regine Orgen)과 맺은 약혼을 스스로 파약한 사건을 겪은 후, 그 사색이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키에르케고어의 내면적 투쟁은 사회적 투쟁으로 발전했으며, 만년에는 기독교계(당대의 루터교회)의 현실을 격렬히 비난하다가, 힘을 다한 끝에 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 그 사상의 절정에서 운명했다. 그의 사색을 일관하는 근본 문제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독교의 본질을 하나님과 인간과의 절대적인 차이에 두고서, 신앙이라는 것은 오성으로는 다다르지 못하는 패러독스(역설)라고 생각했으며, 거기에서 헤겔의 변증법을 역설적 변증법으로 바꿔 놓았다.

그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는데, 그 범위는 종교와 심리학, 그리고 문학에 걸쳐 있다. 특히 그는 20세기 실존주의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철학자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단독자'라는 개념과 '실존'이라는 존재 양식은 실존철학의 시대적 조류를 선도하는 동시에, 칼 바르트 등의 '변증법적 신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도서출판 샘솟는기쁨에서 펴낸 키에르케고어의 『자기 시험을 위하여』는 키에르케고어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값진 선물이다. 이 저작은 이미 출간한 『스스로 판단하라』와 짝을 이루는 것으로, 그의 사상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초기에 익명으로 출판한 작품들보다 독자와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래서 그의 진술은 이전보다 더 명백하고 힘이 있어서, 독자는 저자의 열정과 힘을 느낄 수 있다.

키에르케고어는 『스스로 판단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가능하면 큰 소리로 읽으라"고 독자에게 부탁한다. "당신이 홀로 큰 소리로 읽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한다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다."

키에르케고어는 두 가지 목적으로 이 책을 썼다. 첫째로 그는 그리스도인을 영적인 잠에서 깨우고, 신앙의 내적 심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는 기독교 본래의 이상과 은혜 그리고 기독교적 응답의 맥락에서 그 목적을 추구하였다.

둘째로 그는 기존 질서를 비판했다. 이러한 목적은 이후에 쓴 논쟁적 작품에도 나타난다. 그에 의하면 기독교의 본질은 행위요. 본받음이다. 이 책의 1부는 행위의 본질을 담았다. 2부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를 알려준다.

키에르케고어의 후기 작품 중에 인간 실존을 다루는 책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실존 문제를 극복하고 어떻게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지에 관계한다.

키에르케고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청하는가? 그것은 깊은 수준의 '자아 성찰'(self-reflection)과 '내적  겸손'(inward humility)이다. 따라서 독자는 그 자신의 개인적 신앙(personal faith)을 정직하게 살펴보기 위해 홀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키에르케고어에 의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거울이다. 말씀을 읽거나 말씀을 들을 때 나는 거울 속에 나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48쪽)".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거울 앞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행위"이다. 그런데 그의 시대의 그리스도인들(특히 영적 지도자)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지 않았다. 그들은 '거울의 형태'만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키에르케고어는 단언한다. "홀로 하나님 말씀과 함께 있지 않는 자도 하나님 말씀을 읽은 것이 아니다(56쪽)"고. 그러므로 "하나님 말씀과 홀로 있으라"고 권면한다.

그에 따르면, 설교자의 삶은 그 가르침을 표현해야 한다. "그 길은 좁다. 오직 단 한 길만 있다. 즉, '그 길'이 좁다고 설교할 때 설교자는 그 길을 걷고 있어야 한다. 설교자 자신은 부드럽고 쉬운 길을 걸으면서 '그 길은 좁다'고 설교하는 그런 갈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독교 관점에서 삶과 설교는 같다. 같은 가르침을 표현해야 한다(101쪽)".

키에르케고어는 평범한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간결한 산문체로 썼다. 따라서 그를 잘 모르는 독자의 경우, 이 책부터 시작하면 좋은 것이다. 물론 그의 걸작 『그리스도교의 훈련(Practice in Christianity)』에 나타나는 주제가 이 책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 주제를 다룰 때 성서에 기초하여 논의한다.

독자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충분히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독자가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기독교 진리를 타협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각자의 사랑과 열정을 강조한다.

생생한 예증과 은유, 예리한 관찰, 그리고 날카로운 위트도 있는 이 책은 작지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심오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키에르케고어는 이 책에서 독자를 깊은 곳으로 이끌어간다. 그를 흔들어 깨우고, 진리를 통한 변화의 길을 걸어가라고 재촉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야고보서가 거듭 강조하는 '신앙의 현실화(the actualization of faith)'이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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