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어릴 적, 껌이란 것을 구경도 못 할 때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껌 한 통을 주셨고, 식구들과 하나씩 나누었습니다.
나는 내 몫의 한 개를 들고나와 친구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나는 껌을 반으로 뚝 잘라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주었고, 나머지 반쪽은 냉큼 입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주변을 한 번 빙 둘러 보더니
껌을 아주 조금씩 떼어 모두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입에 넣어도 무엇을 넣었는지조차 모를 것 같은
아주 작은 크기로 껌을 떼서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아이들은 너무나도 좋아하며 환한 미소로 껌을 씹었습니다.
나는 그 날의 부끄러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날 친구는 나보다 열 배는 더 커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누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눈 만큼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밝아오는 아침처럼 마음이 맑아집니다.
어쩌면 세상은 그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소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친구를 닮기 위해 한 걸음 더 노력하겠습니다.

최원현/수필가, 칼럼니스트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