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사람은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100세 장수로, 교통사고 혹은 질병으로, 젊어서, 놀다가, 일하다가,
때로는 아무도 모르게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지난 5월 16일, 의욕적인 기업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던 내 동생이
잠자리에서 심장마비가 와서 손쓸 여지도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흑석동 중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이라도 받아볼까 했으나
의사는 이미 뇌사상태라고 며칠간의 연명치료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가족들의 오열이 차디찬 중환자실을 메아리쳤지만 동생은 63세의 나이로 가버렸습니다.
우리가족은 며칠간의 고심 끝에 고인에 대한 배려로 장기 이식을 결정했습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장기가 살아서 다른 사람의 장기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장기를 이식하는 몇 시간이 마치 수일처럼 느껴지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심정이었습니다.
화장을 해서 유골함을 싣고 남도의 끝자락 고흥반도로 향하였습니다.
동생의 유골을 바다가 보이는 양지 바른 곳,
부모님 묘 밑에 묻고 이렇게 비문을 새겼습니다.
'2018년 5월 16일, 중앙대병원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이곳에 묻히다.'
동생은 그렇게 살아서 보다 죽어서 더 많은 것을 세상에 남기고 갔습니다.
하늘도 산도 바다도 냇물도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인정은 덧없이 사라지나 봅니다.

류중현/발행인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