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와 사람의 얼굴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과 사람의 마음을 힘 있게 하는 양식을 주셨도다(시 104:15)."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시 34:8)."

커피
오늘은 먹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필자는 음식에 관심도 많고, 먹는 그 자체를 즐기려 하는 편이다.

그 중 위의 시편 말씀처럼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물론 와인에 대해서는 젬병이니, 대신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요즘 한국은 커피 소비의 강대국인 듯 하다. 2018년 2월자 이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원이고, 세계 7위 규모로 커피원두를 수입한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은 식사 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곳곳에 카페가 즐비하고, 한여름 무더위가 한창일 때 한 손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를 즐겼던가? 잘은 모르지만, 중요한 건 현재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매우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커피가 말이다.

현재는 '스페셜티 커피'라 불리는 3세대의 커피 흐름이 우리나라에서도 주류가 되었다. 이제 커피 주문을 하려면 커피 음료의 종류뿐 아니라 커피 원두의 종류도 골라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는 단맛으로 먹고 인스턴트 믹스커피를 즐기는 것도 한국 커피 문화의 한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커피는 이제 특별한 음식도 아니고, 대중적인 지식이나 널리 알려진 정보도 많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까? 오늘은 커피 음료 자체보다는 그것을 누리고 대하는 태도, 나아가 음식문화에 대한 바른 시선이 무엇인지 개인적인 의견을 나눠볼까 한다.

문화예술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즐기고 누리게 된다. 이 글이 독자들께서 커피를 제대로 즐기고 새로운 시선을 갖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자

이건 무슨 말일까?

보통 문화예술에 대한 태도 중 가장 안 좋은 모습이 이분법적 태도다. 이는 음식문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는 이런 영역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과 안내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은 왜곡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다른 문화예술 분야는 그나마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음식 문화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느낌이다.

보통 음식을 평가할 때 우리는 어떻게 표현할까? 맛있다, 맛없다. 이 두 가지 표현만으로 대부분 평가를 내리곤 한다.

미각은 크게 짠맛, 단맛, 쓴맛, 신맛, 감칠맛으로 나뉜다. 이런 맛들이 한데 어우러져 통합적으로 느끼게 되는데 음식은 미각만이 아닌 오감 모두를 사용하는 영역이다.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모두가 사용되는 유일한 영역이 아닐까?

이렇게 다양하고 세밀한 느낌을 누리며 풍성하게 즐겨야 할 음식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먹고 있을까? 그저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경에서도 하나님께서 처음에 자연과 인간을 창조하신 후, 인간에게 먹으라고 말씀하신다. 노아 홍수 후에도 노아 가족에게 특별히 먹거리에 대해 따로 언급하시는 걸 볼 수 있다. 단지 생존을 위해 먹으라고 하신 것일까? 그렇다면 굳이 왜이리 많은 먹거리를 우리에게 주신 것일까?

커피도 그냥 어디에나 똑같이 기본 맛으로만 주시면 되는데, 왜 각 지역마다 향과 맛을 조금씩 다르게 하셨을까? 이는 창조하신 분의 목적과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성, 그분의 다양한 아름다움의 표현 방식을 알고 누리라는 것 아닐까?

우리는 조금 더 하나님의 창조물에 대한, 그리고 그 창조물에 덧입혀진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다양하게 느끼고 표현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그만큼 알고 즐기고 누릴 때 가능하다. 그저 '맞다 vs 안 맞다', '좋다 vs 나쁘다', '옳다 vs 그르다', '맛있다 vs 맛없다', 이렇게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문화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각각의 본연의 모습을 알아, 그 위에 덧입혀진 다양한 특질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누리고 즐기고 표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이 높아지고 풍성해진다. 그래야 획일되지 않은 다양한 사회와 문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커피의 매력은 원산지 본연의 특질을 살려 로스팅으로 개성을 덧붙인 후, 여러 조리법을 통해 다양한 음료로 제공되는 데 있다. 이 부분이 다른 음료인 '차'나 '와인'과는 조금 다른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가 더 대중적인 선호를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본연의 맛 그대로를 즐기며 거기서 특별한 풍미와 독특함을 느껴야 하는 와인과 차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커피는 가공된 조리법에 의한 비주얼과 맛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하지만 커피 또한 본연의 것을 놓치게 된다면 역시 본질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시선이 중요하다.
 
2. 커피는 복음과 같다

'이 무슨 망발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표현한 이유가 있다.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좋겠다.

크리스천인 우리에게 복음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복음이라는 것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이, 바로 올바른 내용일 것이다. 잘못된 그리고 틀린 내용을 복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아주 큰 문제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 또한 이와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의미래공작소 김준영
▲나의미래공작소 김준영 디렉터. ⓒ크리스천투데이 DB
우리가 복음을 말할 때 본질이 중요한 기준이 되듯, 커피를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커피는 하나의 음식이다. 당연한가? 커피는 커피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의 씨앗을 말려 사용한다.

커피나무의 열매를 커피체리라 부르듯, 우리가 먹는 커피는 과일종의 하나다. 와인이 포도를 통해 만들어지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커피는 과일 열매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당연한 것이다.

음식이란 다양하게 조리해서 취향에 맞게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 정답이라는 것이 딱히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요리를 할 때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식재료다. 어떤 식재료를 쓰느냐가 음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요리사의 훌륭함은 바로 그 식재료가 지닌 본연의 것에 자신의 개성과 특별함을 어떻게 입혀서 표현하는 가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식재료 본연의 것이 사라진 음식을 마주할 때 이것을 무슨 요리로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자, 글이 늘어지는 듯 하니 바로 핵심으로 넘어가자.

전 세계의 커피생산은 '커피 벨트'라 불리는 지역에서 대부분 재배되고 있다. 토양의 특질과 기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에 속하는 나라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스페셜티'라 불리는 커피 원두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카페에서 주문을 할 때 커피 원산지를 보면 대부분 이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에티오피아, 케냐, 르완다 등이 있고, 중남미 지역 콜롬비아, 브라질, 파나마를 비롯해서 아시아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커피를 많이 재배한다.

그렇다면 커피에 있어서는 무엇이 본질인가? 먼저 커피 음료에는 당연히 커피체리(열매)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것이 담겨 있어야 한다.

과일에 속하나 열매 자체로 즐기기에는 부족하기에 그 씨앗(우리는 통상적으로 콩으로 부른다)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본연의 맛과 향은 지니고 있다.

특히 신맛, 쌉싸름한 맛, 단맛, 이 세 가지 맛이 커피체리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맛이다. 이는 재배된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따라 향과 맛이 조금씩 다른 특성을 띄게 된다.

같은 대륙에서는 비슷한 특질을 가지나 아프리카 원두와 중남미 원두, 그리고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원두는 각 대륙에 따라 지닌 특질이 다르다. 거기에 나라와 지역마다 또 다른 색이 있다. 이러한 생두를 어떻게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음료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바리스타만의 개성과 특별함이 입혀지는 것이다.

결국 자연 그 자체인 본연의 커피를 인간이 어떻게 재배하고 조리하느냐에 따라 각 커피의 향과 맛이 개성 있게 탄생된다.

그래서 우리가 알아야 할 본질은 이것이다. 적어도 커피 원산지 본연의 향과 맛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준을 갖게 된다. 원산지 본연의 풍미를 기반으로 어떤 개성과 특별함이 덧입혀졌는지를 알 수 있는데, 그 때 커피를 제대로 누리고 즐기게 된다.

우리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그리고 김치 등의 요리를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을 갖추고 있듯, 커피도 맛을 제대로 느끼고 즐기는 올바른 기준이 있어야 한다. 없다면 거짓된 맛과 향에 속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이 기준을 알아가는 것으로 커피를 입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따질 수도 있다. 물론 그냥 편하게 드셔도 무방하다. 단 잘못 된 지식으로 자연 그대로의 본질을 왜곡해서 알고 있다면, 그건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커피를 쓴 음료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놀랍게 아프리카 원두를 그 중 더 쓴 것으로 알고 마시는 분들도 여럿 봤다. 아까 설명했지만, 커피는 기본적으로 쓴 음료가 아니다. 그건 로스팅 과정에서 너무 태운 원두를 드셨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이다.

커피의 쌉쌀한 맛과 쓴 맛을 구분해야 한다. 더욱이 아프리카 커피는 산미가 강한 원두다. 쓴맛과 쌉쌀한 맛이 강하지 않다. 그리고 요즘 세계적인 커피 추세는 더욱 약배전(약하게 로스팅)한 원두를 통해 향을 극대화 시켜서 연하게 'Tea(차)'처럼 여러 번 즐기며 마시는 데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필자의 추천은 먼저 검증된 바리스타 몇 명을 선정해, 그들이 로스팅한 싱글 오리지널 원두커피를 지속해서 마셔보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각 나라와 지역의 본연의 맛과 향에 대한 기준이 생길 것이다.

아래에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의 커피 브랜드 두 곳을 참고자료로 올려본다.

직접 이들의 홈페이지에서 원두 구매가 가능한데, '와인'같이 원산지 정보와 자신들이 로스팅한 레퍼런스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면상 간략하게 첨부했지만, 홈페이지에는 더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나중에 온라인 사이트를 방문해서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커피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믿음과 복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올바른 내용을 믿고 있는 걸까? 제대로 된 본질이 담긴 복음을 알고 전하고 있을까?

바른 내용과 본질이 우리네 신앙의 중요한 기준이다. 바르지 못한 신앙, 본연의 맛과 향을 모르는 복음은 주위 사람들에게 온전한 그리스도의 향기와 맛을 전하지 못한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고 이 나라를 보면 가짜인 그리스도의 향과 맛을 내는 교회를 많이 본다.

진정 이들이 교회일까? 진정 이런 이들이 그리스도인일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우리는 먼저 선하신 주님을 맛보아 알아야 한다. 대체 믿음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복음이 무엇인지, 삶으로 드리는 예배가 무엇인지 먼저 맛보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본연의 향과 맛 위에 자신의 개성과 특별함을 덧입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향과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향이 너무 진해 본연의 향과 맛을 잃어버리거나 없애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본질과 원리를 아는 자들이다. 그리고 그 향과 맛을 전하는 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가운데 바르고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는 늘 다른 이들에게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제안될 수밖에 없다.

패러다임이 교차되어 혼란스럽고 무엇이든 빠르게 발전하는 이 시대 가운데, 사람들에게 어떤 삶이 매력적인지, 무엇이 혁신적인지 알려줘야 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자연이 주는 본연 그대로의 것, 창조주 하나님이 만드신 본질이 혁신된다. 그러기 위해 그리스도인인 당신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움을 제대로 누리며 사는, 그 풍성한 삶이 무엇인지, 먼저 맛보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 아이스커피로는 케냐 원두가 제격이다. 특유의 풍성한 산미와 어우러진 과일의 'Juicy함'이 당신에게 더욱 짙은 풍미와 청량감을 선사할테니 말이다.

김준영

마커스 미니스트리 설립자 및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나의미래공작소 대표, 예학당 설립자 및 주강사이다. 주요 저서로 <나는 마커스입니다(샘솟는기쁨)>, <고백수업(와엠퍼블)> 등이 있으며, '부르신 곳에서', '주님은 산 같아서', '동행' 등 40여 곡을 작사했다. 숭실대, 명지대, 총신대, 감신대 등 다수 대학교에서 강연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