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이를 통해 나온 합의문의 의미를 평가하고, 한미동맹의 가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 등을 고찰했다.

반 전 총장은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와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국민일보 목회자포럼(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우선 지난 4월 27일 이었던 남북정상회담과 여기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이 그 이전에 있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의 그것보다  "민족사에서 훨씬 의미 있는 선언"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북핵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그 존재가 불확실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비록 북한이 한 번의 핵실험을 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반 전 총장의 설명이다.

그런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은 북핵 위협이 고도화 되고 이에 미국이 직접적 위협을 느끼는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그 상황적 배경과 중대성이 그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북정상회담과 또 얼마 전 열린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그는 "크게 보면 국제정치사에서 대단한 일이자 세기의 사건"이라며 "냉전체제의 잔제가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에서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한 불씨를 당긴 것이기 때문이다. 차후 역사적으로 크게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6.12 합의문에) CVID가 어디 있느냐?' '(북핵 폐기를 위한) 검증 문제를 경시한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CVID에 대한 의지가 담긴 그의 최근 발언을 보면, CVID 불씨가 꺼진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중단하기로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종종 "비용" 문제를 지적하거나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연합훈련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은 가치를 기반으로 한 동맹"이라며 "미국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건 단지 돈이 많고 군사력이 강해서만은 아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즉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인류애, 인권 같은 것들 때문이다. 이걸 돈과 맞물려 계산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도발'(provocative)이라는 단어를 썼다며 "(이 단어는) 수십년 간 북한이 써온 선전용어인데 이걸 미국 대통령이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건 사실 (우리가)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도 별로 비판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민일보 목회자포럼
▲국민일보 목회자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또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중계적 입장에서 벗어나 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북한이 만약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결국 우리는 핵을 지고 살아야 한다. 어차피 한 민족인 북한과 같이 살아야 한다면, 더 주인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꾸 미국한테 맡긴다든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철도와 같은 인프라를 놓는 사업은 어마어마한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또 우리 정부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며 "국제 사회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우리 정부는) 왜 미리 북한과 전 세계에 (그런 일을 하겠다고) 선전부터 하는가. 일에도 순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은 "우리는 진보와 보수의 진폭이 너무 크다"며 나라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선 국론이 통일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지나친 반미감정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의 폐쇄 등도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통일을 해서 전쟁의 위협이 없고 남북한 모두가 평화롭게 인권을 향유하며 잘 사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며 "이제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러나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냉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기조연설 후에는 국민일보 목회자포럼 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의 사회로 반기문 전 총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박종화 목사(국민문화재단 이사장)가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