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백영모 선교사는 아내 배 선교사와 3명의 자녀를 두고 18년째 사역 중이었다. 백 선교사 가족은 사역 기간 동안 필리핀에서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열심히 사역하다 이 같은 고난을 겪게 됐다.

이에 대해 총회 측은 "백영모 선교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금된 '셋업(Setup) 범죄'가 확실하다"며 "우리 정부와 국민이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셋업 범죄'란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범죄로, 표적을 고른 뒤 총알과 수류탄 같은 무기류나 마약류 등을 가방에 넣거나 집 내부에 설치해 경찰에 신고한 다음, 경찰이 석방 조건으로 금품 또는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필리핀은 자국민의 총기 소지는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외국인들의 소지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를 악용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금품 요구 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백 선교사 측이 이번 사건을 '셋업 범죄'로 의심하고 있는 이유는 경찰 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 무기 발견된 곳과 영장 발부된 곳 달라

우선, 애초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곳은 무기가 발견된 곳과 다른 장소라는 점이다. 수색 영장은 백 선교사가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한우리선교법인(HEM) 건물과 맞닿은 필리핀국제대학교(PIC)로 발부됐다. 그러나 경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PIC 대신 HEM을 수색했고, 이곳 무장 경비의 숙소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 선교사는 HEM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서 거주하지도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법 총기류 소지 관련 혐의를 백 선교사에게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백 선교사는 그런 총기나 폭발물을 본적도 없고, 그가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본 사람도 없다"며 "그 건물에서 경비를 고용한 책임자도 아니라서 전혀 무관한 인물인데, 경찰이 다짜고짜 체포부터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2. 수 차례 보냈다는 출석 통지서

다음으로 의심이 가는 대목은 경찰이 체포 전 백 선교사에게 출석 통지서를 수 차례 보냈다고 주장했는데, 백 선교사 측은 그런 우편물이 온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부분이다.

백 선교사의 아내 배 선교사는 "현재 거주지에서 9년째 살고 있지만, 출두명령을 고지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억울하고 힘든 사정을 알아봐주시고, (남편이) 풀려날 수 있도록 행정조치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법원 서류를 보면, 백 선교사의 거주지 주소가 PIC로 돼 있었다고 한다. PIC는 불법 총기류가 발견된 HEM 건물의 소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인사가 관련된 학교다. 대책위 측은 "경찰 주장대로 수 차례 발부했다는 출두명령서가 누군가에 의해 수취됐다면, 법원 서류에 PIC에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이 든다"며 "법원 서류에 백 선교사의 거주지와 압수수색 영장 발부처가 왜 PIC로 등록돼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PIC 한 관계자는 "수색영장에는 특정 건물에 대해 언급되지 않았고, 주소를 PIC로 한 것은 경찰 관계자들이 레갑학교와 PIC가 같은 캠퍼스 안에 있기에 대표 이름으로 주소를 기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 선교사가 그동안 고용했던 경비 회사와 경비원들은 이미 자격이 상실된 단체로, 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자들이었다"며 경찰 측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HEM 측은 "레갑학교 교사는 우리 소유 건물인데 PIC에서 6년째 불법 점유하고 있고, PIC와는 분명하게 구분돼 있다"며 "더구나 백 선교사는 법인 직원도 아니고, 경비 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도 우리 행정관이며, 계약서에도 그렇게 사인돼 있다"고 반박했다. 백 선교사는 HEM과 해당 건물에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

3. 방송에 등장한 불법 무기류 발견 장면

대책위 측은 추가로 " 경찰이 압수수색하던 당시 방송국 카메라가 동행해 현장 수색 장면과 발견된 무기 등이 방송에 방영됐더라"며 "그런데 방송에는 수색 중 불법 무기류가 발견된 모습은 나오지 않고 불법 무기류가 놓여있는 부분만 등장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셋업'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선교사가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장면이 같은 날 한국에 있는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며 "이 영상을 보낸 사람은 어떻게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을 거의 동일 시간대에 보낼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필리핀 선교부는 "처음부터 백영모 선교사를 구속시키기 위해 '작업'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