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사, 현지서 ‘납득 못할 이유로’ 구금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6.21 10:02

불법 총기 및 폭발물 소지 혐의? 교단, 석방에 총력전

백영모
▲백영모 선교사. ⓒ총회 제공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백영모 선교사(필리핀)가 불법무기 소지 혐의 등으로 필리핀 현지 경찰 당국에 체포, 구금됐다. 교단과 선교사 가족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백영모 선교사는 올해 18년째 필리핀에서 사역 중으로, 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30분경 필리핀 마닐라 인근 페이스아카데미(Faith Academy) 내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고 한다. 체포 사유는 불법 총기와 폭발물 소지 및 취급 관련 혐의로 알려졌다.

백 선교사는 소명 기회조차 없이 강제 연행됐으며,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마닐라 동쪽 끝 안티폴로시티 경찰서 유치장에 20일 넘게 구속 수감된 상태다.

현지 경찰 당국에 따르면 백 선교사는 한우리복음선교법인(Hanwoori Evangelical Mission Inc) 행정관 죠 라미레즈, 미구엘 톨렌티노 등과 공모해 등록 허가 없는 권총과 수류탄, 총탄 등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 구금됐다.

경찰 당국은 문제가 된 불법 총기류와 폭발물은 지난해 12월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선교법인 소속 건물을 수색했을 때 발견됐고, 관련 조사를 위해 백 선교사에게 여러 차례 출두를 명령했으나, 백 선교사가 우편물을 수취하고도 출두하지 않아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 선교사 측은 경찰의 주장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 당국의 갑작스러운 수색과 선교사의 체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곳은 한우리선교법인이 아니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필리핀국제대학교(Philippine International College)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경찰은 대학이 아닌 선교법인 건물을 수색했고, 무장 경비의 숙소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 선교사는 한우리선교법인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서 거주하지도 않는데도, 불법 총기류 소지 관련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 백 선교사 측은 "그런 총기 및 폭발물을 본 적도 없고, 그가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본 사람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 당국은 체포, 구금을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체포 전에 백 선교사에게 수 차례 보냈다는 출석 통지서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 선교사의 부인 배순영 선교사는 "현재 거주지에서 9년째 살고 있지만, 출두 명령을 고지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법원 서류에는 백 선교사 등 3명의 거주지 주소가 그들과 전혀 연관 없는 필리핀국제대학교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국제대학교는 한우리선교법인이 소유한 건물의 소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던 현지 유력 인사와 관련된 학교라고 한다.

경찰 측 주장대로 수차례 발부했다는 출두 명령서를 누군가 수취했다면, 법원 서류에 백 선교사의 거주지로 나오는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도 안티폴로가 아니라, 2-3시간 떨어진 라구나에서 발급된 것으로 나타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경찰이 압수수색하던 당시 방송국 카메라가 동행해 현장급습 장면과 발견된 무기 등이 방송에 그대로 방영된 것도 필리핀에 흔히 있는 '셋업'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백 선교사 측은 "백 선교사가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이 곧바로 한국 내 교단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필리핀 선교부와 현지 교민들은 "처음부터 백영모 선교사를 구속시키기 위해 '작업'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백 선교사 측은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담당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구속 적부심과 보석을 청원한 상태다. 지난 6일 열린 심리에서 변호사는 "이 사건 자체가 법 이치에 맞지 않으니 사건을 기각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검사 측은 답변준비 기한으로 5일을 요청했으나 아직 판사의 판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 선교사 구금 소식을 접한 교단 총회와 해외선교위원회(해선위)도 여러 채널을 통해 석방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선위는 6월 1-3일 송재흥 국장과 팀장을 필리핀으로 급파해 백 선교사를 직접 만나 사건경위를 듣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동부선교사협의회와 필리핀한인회장, 현지인 변호사 등과도 만나 보석과 불구속 재판 방안을 찾았다.

교단 내 필리핀 선교단체인 파워미션과 한우리교회 인사들도 필리핀 현지를 방문해 백 선교사를 면회하고,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성원 총회장은 호소문을 발표하고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윤 총회장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금된 백영모 선교사님의 석방을 위해 총회 해외선교위원회 등 교단 내 선교 단체와 유관 기관들이 힘을 모아 대책위원회 구성해 적극 나설 것"이라며 "모든 성도 여러분과 함께 우리 선교사님이 무사히 게 석방되기 위한 기도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송재흥 선교국장도 "구속된 유치장 상황이 너무 열악하기에, 우선 구속 적부심 또는 보석 요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되는 것이 최선"이라며 "판사의 정직과 판단력, 하나님의 일하심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 선교사의 체포 및 구금 소식을 국내에 뒤늦게 공개한 것은, 신변 안전과 효율적인 석방 활동을 위해서였다고 교단 해선위 측은 밝혔다. 교단 측은 2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백 선교사의 부인 배순영 선교사도 6월 17일 청와대 게시판에 "억울하고 힘든 저희들의 사정을 알아봐주시고 풀려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해 주시도록 간절히 청원드린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게시판에는 백 선교사를 응원하는 글과 석방을 위한 서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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