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새에덴교회
저는 수요일 저녁 대구경북장로회 수련회에서 설교를 마치고 차에서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되는 지방선거 개표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우리 교회 출석하시는 백군기 후보(손숙자집사 부군)가 당선이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수고하고 활동했던 정찬민 시장님에 대한 송구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샤이 보수가 결집된 것이 거의 없었고 이념 간의 대결, 지역 간의 대결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야당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시대의 격변이나 민심의 흐름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평화와 평등, 균형있는 사회를 원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념 전쟁, 이데올로기적인 대립 등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야당은 계속 기존의 이념대립, 이데올로기적인 전략 등을 쓰니 전혀 먹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계올림픽이라는 설국열차가 평화열차로 달릴 것이라는 예언적으로 노래했지 않습니까? 그 결과 남북합동공연의 꽃길을 따라 평화의 설국열차가 달려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꽃송이를 피우게 된 것이죠. 그런데 남북평화의 분위기가 이런 엄청난 선거 결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것은 사회적인 지도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교계 지도자들에게도 어마어마하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한국교회가 시대 흐름을 잘 간파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일부 극보수 지도자들은 선거 전에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느니, 곧 이 나라가 공산화가 되겠다느니 하면서 극우적인 발언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제부터는 정말 자제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시대 흐름을 전혀 모르고 자기 확신과 논리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지나치게 이념노선에만 서서 어느 한 정파에만 치우쳐 생각하고 판단하고 활동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여야를 다 아우르면서 시대의 흐름과 민심을 파악하고, 정신적, 영적 지도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어느 정파적으로 치우쳐 활동해서는 안 됩니다.

특별히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가 해야 할 큰 역할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교회생태계 보호와 건강한 사회의 균형감을 지키는 것입니다. 물론 지방선거 전에 제가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에서 각 정당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이에 각 정당은 대부분 한국교회를 위협하거나 한국교회 생태계를 파괴하는 답변의 내용은 없었습니다. 또 각 지역 기독교연합회가 후보들과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동성애를 비롯한 여러 현안들에 대해서 공약을 받아냈습니다. 우선 우리 용인시부터도 그랬습니다. 그때 백군기당선자는 탈당을 불사하면서까지 인권조례를 포함하여 반기독교적인 시정을 하지 않겠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참 대답을 잘했다고 봅니다. 저는 용인시 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요 후보들과도 소통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우려가 되는 것이 지방인권조례나 지방자치헌장조례, 학생인권조례 등 지방판 차별금지법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일방적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한국교회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염려하다 보니까 그러한 마음이 한켠에 들어온 것이죠. 물론 지역마다 어느 정도 대처를 잘 해서 당선된 분들을 중심으로 서로 소통하고 의사를 주고받음으로써 그런 우려되는 일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수요일 저녁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우려하지 않으려 해도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몇 개로 나누어짐으로써 리더십이 분산 되어 버렸고, 이로 인해 한국교회라고 하는 항공모함을 이끌어갈 중추적 지도력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연합기관이 하나가 되어서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대사회적인 리더십을 행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와 연합기관, 17개 광역시도연합회가 급한 불 끄기식으로 그때그때마다 대응해왔지만,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적 역할
을 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우려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자신도 어느 정도 예측하고 그렇게 행동해 왔지만 앞으로는 한국교회의 짐이 더 무거워졌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기독교의 절대 가치와 진리를 잘 지키고 보호하면서도 극단적이고 과격한 행동보다는 좀 유효한 소통과 유연한 리더십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새에덴의 성도를 사랑하며 한국교회를 지나치도록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