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사랑합니다
교회를 사랑합니다

조영민 | 좋은씨앗 | 240쪽 | 12,000원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 현상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늪에 빠진 듯 더 깊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교회를 자꾸 떠나고 가나안 성도는 더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사람들은 교회로 더 모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교회의 존재는 부정적인 곳이 되었고, 교회의 가치는 많이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사랑과 포용과 평화의 공동체가 미움과 배제와 혐오의 공동체가 된 듯하다.

세상의 밤거리를 밝히는 십자가는 많은데, 자신의 존재조차 밝히지 못하는 형식에 불과하다. 교회에 다니지만 존재의 부흥을 경험하지 못하고 세상과 똑같이 살아간다. 교회에 다니고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예수님을 따른다는 고백과 결단인데, 그런 신앙은 사라졌고 가르치고 강조하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교회에 다닌다는 것, 교회라는 것, 믿음이라는 것, 우리가 다시 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필자의 경험 속에서, 요즘 성도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교회를 떠나려는 성도와 떠나지 못해 슬퍼하면서 남아있는 성도이다. 둘 다 가슴 아프고 비참한 모습이다.

현대 교회의 자화상 같은 모습을 보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그 원인과 과정을 생각해 보고 하나님의 교회가 다시금 원 상태로 돌아가길 기도한다. 교회는 그래도 세상의 희망이라고 믿는데, 그 역할이 더없이 필요한 시대에 아름다운 성령의 얼굴을 가진 교회가 많아지길 기다린다.

필자는 이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많은 기대가 되었다.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했던 교회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회복시켜 가셨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이 책은 나의 기대 이상이었고, 어떤 교회론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책이었다.

왜냐하면 저자는 교회 부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철학으로 교회를 이끌어 온 것이 아니라, 온 성도와 함께 이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과 뜻을 물으며 걸어온 발자취였기 때문이다.

한 목회자에 의해 모든 것이 뒤집혀지는 반석이 약한 교회가 아니라, 성경에서 말하는 가치를 따라 성도와 함께 아름다운 교회를 지어가는 모습이 이게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크게 두 가지로 이 책의 특징을 적어보고자 한다. 하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진리로 사랑하는 우리'는 그 교회만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 보편 교회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당연한 진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교회는 인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먼저 '진리로 사랑하는 우리'라는 구호는 저자가 지난 3년간 교회를 섬기며 이 교회의 기본이 되고 추구해야 될 목표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 설명을 들으며 이것은 이 땅의 모든 교회가 가져야 할 기본이라 여겨졌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진리 위에 세워져야 하고 이 진리가 역사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아무 기준 없이 사람이 주인 되어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 모든 중심과 기준은 항상 말씀이 되어야 한다.

예배와 섬김과 행정과 교제 등 모든 것은 말씀에 입각하여야 한다. 말씀이 교회 속에 끊임없이 생명력 있고 충만하게 선포되어야 하고 이것은 성도의 삶 속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요즘처럼 설교가 소비적이고 성도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이용되는 시절도 없을 것이다. 진리라는 것은 일회용이 아니고 자기 욕망의 도구도 아닌데, 어느새 교묘하게 진리마저 이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진리가 사라져 질식당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진리가 이렇게 변질되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러니 교회가 진리 위에 세워져 있고 진리가 역사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하나님의 교회, 그곳은 진리가 살아있고 역사되는 곳이다.

이것과 함께 교회는 사랑의 공동체다. 교회 안에 사랑이 없으면 교회가 아니다. 가장 위대한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다.

그분의 생애를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성자 하나님으로서 창조주가 되시고 우리의 구속주가 되시는 예수님의 사랑은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나누는 것이다. 사랑은 집중력이고 희생이고 대가 지불이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교회는 사랑이 빠져버린 곳이 되었다. 매 주일마다 말씀은 변함없이 선포되는데, 선포 후에 나타날 사랑은 변함없이 빠져 있다. 사랑은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동력으로 기능하는 것인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사랑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나님을 향하고 이웃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으로만 가득한 사랑이다. 교회에서 사랑의 말은 하지만 자기 부정과 자기 깨어짐이 없는 공허한 사랑만 있다.

누군가 나타나 아무리 뛰어난 설교를 해도,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연설일 뿐이다. 누군가 나타나 천사와 같은 화려한 언어를 구사하여 감동이 있어도, 손과 발이 굳어 있으면 충동일 뿐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데,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의 나눔과 열매가 있는 곳에, 눈물과 치유와 회복이 일어난다. 하나님의 용서를 깊이 경험한 자가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사랑이 없으면 뾰족하고 삭막하며 사랑이 있으면 부드럽고 따뜻하며 모난 것도 고쳐주고 덮어준다.

두 번째는 교회는 인격적이라는 것이다. 현대 교회는 많은 성도들이 다양한 이유로 상처를 받아 익명성을 가지고 교회를 다니길 원한다.

교회에 사람이 주인 되어 나타나는 세습과 독재와 횡령과 폭력 등 비상적인 일에 실망하고, 목회자의 비윤리적인 모습에 낙심하여 떠나고 성도 간에 미움과 다툼으로 교회를 버리는 등 수많은 이유로 교회를 등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로 인해 교회의 인격은 파괴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은 분열되고 머리는 피를 흘리고 있다.

필자가 이 책을 보며 가장 감동이 되었던 것은, 교회의 본질이 회복되니 관계가 회복된다는 것이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와 관계가 재설정된다. 나를 위해 물과 피를 쏟으신 분께서 지금도 똑같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고 믿고 확신하게 된다.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믿음이었는데 인격적인 믿음이 된다. 값싼 신앙으로 여겼는데, 어떤 대가 지불로 이루어진 믿음인지 알게 되면서 값비싼 신앙을 가진 자가 된다. 얼마나 영광스런 부르심인지, 그 인격성이 회복된다.  

또한 하나님께서 피로 사신 교회와의 관계가 회복이 됐다. 이전에는 조금만 마음에 안들고 틀어져도 비수를 꽂고 화살을 날리고 기관총을 쏘며 벌집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제는 회개하고 가슴으로 끌어안게 된다.

교회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은 너무 쉬워 교회는 동네북이고 상처투성이었는데, 인격성이 회복이 되니 내 상처고 내 아픔이고 내 고통이고 내 기도제목이 된다. 정말 교회에 칼을 대야 할 때에도 내 몸에 먼저 칼을 통과시킨 뒤에야 울며 교회를 가슴에 품는다. 교회가 한 인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성도와의 관계가 회복이 된다. 교회에서 나타나는 최고의 기적은 병든 자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자를 내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랑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주님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헐벗은 자를 입혀주고 못먹는 자를 먹여주는 것이다.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교회는 바로 이렇게 인격적인 곳이고 하나님의 임재가 가득한 곳에 이런 인격성이 회복이 된다.

끝으로 요즘 시대에 교회는 다니고 교회에 몸은 속해 있지만, 주님처럼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오히려 교회에 대해 실망하고 언제든지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기성 교회에 대한 실망이 커서 더 이상 교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포기한 자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도 유일하게 이 땅에서 죄를 해결하는 곳이고 하나님의 거룩함이 나타나는 생생한 현장인데, 왜 이렇게 무능력한 곳이 되었는지 슬퍼하며 뒤돌아본다.

교회가 무기력해진 것은 교회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예수님 잘못도 아니고 복음의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어쩌면 예수님처럼 교회를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물론 단편적인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근본적으로 죄인이 모이는 곳이고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곳이고 상처와 슬픔과 고통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영광과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은 십자가 지는 사람이다.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은 교회에서 주님을 닮아 밀알처럼 끝까지 희생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교회를 움직이는 사람이고 하나님의 시선은 이 사람에게 머물지 않을까?

모두 다 교회 때문에 아파하는 시절에, 주님의 마음으로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정말 교회를 다시 사랑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하늘에 손바닥만한 구름들이 많아지는 부흥이 일어나게 되길 꿈꾸어 본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