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김명혁
▲김명혁 목사와 손봉호 교수가 대담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사랑의 영성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강변교회 원로)와 손봉호 교수(기아대책 이사장)가 14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개최됐다.

김명혁 목사는 인터넷방송 21tv 주최로 교계 원로들과 매달 다른 주제로 대담을 갖고 있다. 3월에는 허문영 박사(통일선교아카데미 원장)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며', 4월에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와 '가난과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 영성을 염원하며', 5월에는 '나환자(한센병 환자)와 원수 사랑의 영성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각각 의견을 나눴다.

이날 두 원로는 ‘이웃 사랑’이 하나님의 명령이자 성경 말씀의 실천임을 강조하면서, 한국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절약하고 덜 쓰고 희생하면서 이웃 사랑해야"

손봉호 교수는 "성경은 하나님이 사랑이시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 가운데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씀하신다. 개신교는 사랑의 종교"라며 "예수님은 구약 선지자들의 말씀을 따라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계명으로 소개하셨다. 요한일서를 보면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순종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고, 이웃 사랑은 이웃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고, 성경은 이웃 사랑을 하나님 사랑보다 결코 덜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이웃 사랑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극적인 사랑으로,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사랑으로, 이웃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며 "성경은 이익을 주는 것을 막연하게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기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약한 사람, 사회적 약자들을 먼저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구약에서는 이방인과 나그네, 고아와 과부, 신약에서는 가난한 사람, 장애인,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성경에서는 심지어 하나님과 예수님 자신을 약한 사람과 동일시할 정도로 중요시하셨다. 그래서 개신교는 성경의 가르침에 입각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루터는 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라고 했고, 칼빈은 어떤 사람을 부자로 만드신 이유를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기 위함'이라고 할 정도로, 이웃 사랑은 개신교의 위대한 전통이었다"고 강조했다.

손봉호
▲손봉호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는 전도와 기도, 성경공부와 선교를 열심히 하지만, 구제도 다른 종교에 비해 많이 하는 편이다. 한국교회는 윤리에 좀 뒤떨어져 있지만, 구제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한국교회가 가진 능력에 비해, 다른 곳에 사용하는 비용에 비해 구제에 사용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그리 뛰어나지 못한데, 개신교가 이 문화를 바꿔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하나님은 우리가 쓰고 남는 것으로 남을 돕는 것을 기뻐하시지 않는다. 절약하고 덜 쓰고 희생하면서 도울 때 기뻐하실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덜 사치하고 덜 소비하고 검소하게 생활해서 남는 것으로,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전 세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효율적인 것이다. 넉넉한 사람들이 도와줘야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개신교는 모든 민족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믿고 있기에, 전 세계와 함께 북한을 돕는 길이 열리면 집중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지금이라도 모든 수단을 다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한국교회가 더 큰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영성이란 단순히 어떤 태도나 인격을 갖추는 게 아니라, 직접 순종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따뜻하게 지내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을 따뜻하게 하고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아가페는 사랑하라는 명령에 대해 의지를 갖고 순종하여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고, 사랑을 잘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주님과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살다 죽기를"

이어 김명혁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사랑하신다고 성경에 여러 번 말씀하셨고, 우리에게도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사랑하며 돌아보라'고 말씀하신다(신 10:17-19, 시 68:5; 146:9, 사 1:15-17)"며 "성자 예수님도 지극히 작은 자들, 즉 주리고 목 마르고 나그네 되고 벗고 병들고 옥에 갇힌 자들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나타내시면서 주리고 목 마르고 나그네 되고 벗고 병들고 옥에 갇힌 자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편 것이 바로 주님 자신에게 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마 25:35, 36, 40)"고 전했다.

김명혁
▲김명혁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아버지 이기풍 목사님과 윤함애 사모님은 기도와 전도와 설교와 목회에 전념하셨을 뿐 아니라, 거지들과 병자들과 미친 사람들에게 지극한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시면서 제주도 복음화에 전력하셨다"며 "이기풍 목사님 댁은 아침에는 거지떼들로, 낮에는 한센병 환자들로 가득 찼다고 한다. 손이 떨어진 환자들에게는 손수 밥을 떠서 먹여 주셨다"고 말했다.

또 "손양원 목사님과 정양순 사모님이야말로 죽도록 충성한 신앙의 사람들이셨지만, 동시에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 받은 불상한 사람들과 악독이 가득한 모든 죄인들에게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면서 살다 죽으신 사랑의 사람들이었다"며 "한경직 목사님도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불쌍한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면서 사신 사랑의 목사님이셨다"고 밝혔다.

김명혁 목사는 "저는 이기적이고 정욕적이고 비판적이고 배타적이고 위선적이고 독선적인 죄인 중의 죄인이지만,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불우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일을 조금씩, 하면서 살게 됐다"며 "어릴 때부터 고아와 나그네로 외롭게 살았기 때문인지, 고아와 나그네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일을 조금씩 하고, 연변에 있는 조선족 고아들과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조금씩 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제가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저의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받은 많은 조선족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고마움과 기쁨을 지니고 신앙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큰 기쁨을 누리고 있는지 모른다"며 2007년부터 인연을 맺은 강금화 어린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감사 편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서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들을 사랑하시는 분이시고, 그들을 사랑으로 돌아보시는 분"이라며 "저는 부족하고 또 부족한 이기적이고 정욕적이고 비판적이고, 배타적이고 위선적이고 독선적이고, 거짓되고 게으른 죄인 중의 죄인이지만, 주님과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살다 죽기를 소원하는 간절한 소원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