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국가에서 ‘시위금지’라니

입력 : 2018.06.12 15:28

예장 통합 총회(총회장 최기학 목사)가 지난 5월 24일 임원회를 열고 "교회와 노회, 총회 내외 장소에서의 시위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의 신설"을 헌법위원회에 이첩해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총회 화해조정위원회는 "최근 총회 재판국 판결 및 총회 지시에 대해 불법 항의집회와 시위가 빈발하여 교회 갈등을 더욱 야기시키고 총회(교회, 노회)의 질서를 혼란케 하고 있으며, 이는 각 치리회의 권위와 위상을 실추시키는 불법적인 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그래서 "교회, 노회, 총회 내외 장소에서의 불법적인 항의집회 및 시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 엄벌에 처하는 조항'을 총회 헌법에 신설해 달라"고 청원했다고 한다.

민주국가에서 이러한 법안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반사회적이고 반헌법적인 발상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으로 회합하거나 결합하는 자유를 뜻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란 가장 기본적인 인권 중 하나로, 하늘에서 허락했다는 '천부인권'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기에, 교회에서 주일이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에 따라 법률이 정하는 한계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런 표현에 불만이 있다면 사회법적으로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지척에 있는 북한만 생각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곳에는 자유도 없고, 종교의 자유도 없고, 집회·결사의 자유도 당연히 없다. 종교를 가지면 정치범이 되어 수용소로 끌려가고, 집화와 시위를 하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예장 통합의 소위 '시위금지법' 신설 추진은 바로 이러한 의미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수없는 사람들이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피흘렸고, 때로는 목숨을 바쳤다. 무슨 이유로 이러한 역사의 거대하고 도도한 흐름을 거슬러 역주행하려는 것인가.

이는 교단이나 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선교 차원에서도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에서, 비기독교인들이, 우리의 선교 대상자들이 이러한 반인권적인 법안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뭐라고 할지, 모골이 송연하다.

부디 통합 총회는 이렇듯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기보다, 생업에 바쁜 성도들이 안식하고 평안을 누려야 할 교회나 노회, 총회 앞까지 달려가 목놓아 부르짖을 수 밖에 없는 그 속사정을 먼저 살펴주길 바란다.

시위를 막는 길은 간단하다. 결코 어렵지 않다. 당회와 노회와 총회 재판국이 뇌물이나 인정에 흔들리지 않고 공의롭게 판결하며, 목회자와 장로들이 각 교회에서 불만을 가진 성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결국 모든 것은 일부 지도자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교단도 아닌, 한국 장로교의 '장자 교단'이라고 자부하는 예장 통합 교단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한국교회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덕천교회
▲부산 덕천교회에서 성도들의 예배 출입을 막자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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