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이승훈, 안명근 사건 연루돼 제주도로 유배당하다

입력 : 2018.06.11 13:04

[소설 꽃불 영혼(21)] 제주도의 꿈

남강 이승훈
▲남강 이승훈 선생.
조선총독부는 한반도를 완전히 집어삼키려 작정하곤,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한층 강력한 무단통치의 빌미를 만들고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온갖 꾀를 다 냈다. 그들은 이른바 안명근 사건(일명 안악사건(安岳事件))을 억지로 날조했는데, 그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총독부는 먼저 군자금을 모금하다 잡힌 안명근 의사를 잡아 족쳤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사촌 동생으로, 황해도 신천 사람이었다. 일찍이 북간도로 망명해 신천 일대를 중심으로 무관학교 설립을 위한 자금을 모금하다가, 일본 경찰에 잡혀 경무총감부로 압송되었던 것이다.

일본 경찰은 악독한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려 했다. 그들은 독립운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애국지사들을 사전에 일망타진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해야 했던 것이다. 마침 그 무렵 압록강 철교 준공 축하식이 있었는데, 조선 총독 데라우치가 신의주를 향해 출발하는 날을 이용해 총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고 어거지로 꾸몄다.

일본 경찰은 이것을 구실로 신민회 회원과 평안도 일대의 기독교 신자 등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자들을 억압할 계획을 세웠다. 안명근 사건을 이승훈, 윤치호, 유동열, 양기탁 등 신민회 회원들이 배후에서 조종한 것처럼 조작하여 모두 검거했다.

남강은 경무총감부 구치소에 갇혀 지내면서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온갖 고문을 당하며 범죄 자백을 강요받았다. 가장 참기 어려웠던 고문은 양쪽 팔을 등뒤로 돌려 결박한 다음 높이 매달고 두들겨 패는 '학춤'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이 심해져 죽음을 당한 사람까지 있었다.

머리카락을 모아 묶어 발가락이 땅바닥에 닿을락 말락하게 매달아 놓으면 고통에 겨워 미쳐 버리기도 했고, 머릿가죽이 벌겋게 변하다가 찢어져 벗겨지는 참혹스런 경우도 있었다. 쇠꼬챙이로 귓구멍을 뚫고, 뺀치로 생이빨을 뽑고, 뾰족한 대바늘로 손톱 밑을 찔러대었다.

결국 이 사건은 두 차례의 공판 후 주모자 안명근에게는 종신징역이 선고되었고, 연루된 사람들에게는 최고 15년에서 최하 5년까지의 형이 선고되었으며, 남강에겐 제주도 유배형 2년이 선고되었다.

일본의 해괴망측한 연극에 의해 고통받는 벗들을 보면서, 남강은 깊은 분노와 비애를 느꼈다.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 속에 알알이 맺힌 한이 눈물로 변해 어느 결에 눈시울을 적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 무엇을 위한 행동이었던가? 무자비한 일본 경찰에 잡혀 감옥에 들어가면 죽은 목숨임을 각오해야 하는데도 어찌 그럴 수 있었던가?

그건 오직 썩은 고목나무처럼 점점 쓰러져 가는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 아니었던가.

산하에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 남강은 서울에서 목포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가 배편으로 유배지인 제주도로 향했다.

시퍼런 물결이 허연 파도의 혓바닥을 내밀어 뱃전을 핥았다. 배는 놀란 듯 삐거덕거리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망망대해 속에 언제 침몰해 버릴지 알 수 없었다. 밤이면 캄캄한 어둠에 갇힌 일엽편주가 되어 광포한 파도 위에서 떠돌았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는 일이었지만 억울함을 호소할 데도 없었다.

'아, 허무한 인생이구나. 낙엽 위에 올라탄 작은 벌레와 같은 신세.... 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치지만 파도가 한번 노해 포효하면 가뭇없이 물고기 밥이 되는 신세구나. 아, 어차피 죽은 몸, 만일 하나님이 기회를 주신다면 나를 모두 다 비우고 우리 민족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살고 싶다....'

그는 신음을 흘렸다. 배가 황량하고 적막한 포구에 닿았다. 물새들만 잿빛 허공을 떠돌며 끼룩끼룩 울었다.

김영권 남강 이승훈
▲김영권 작가(점묘화).
김영권 작가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작가와 비평>지의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成功狂人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어린이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 <지옥극장: 선감도 수용소의 비밀>, <지푸라기 인간>과 청소년 소설 <보리울의 달>, <퀴리부인: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으며, 전통시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보통 사람들의 오아시스> 등을 썼다.

*이 작품은 한국고등신학연구원(KIATS)의 새로운 자료 발굴과 연구 성과에 도움 받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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