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존 시대 남북한, 상대방 ‘있는 그대로’ 인정부터”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6.10 20:48

한복협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통일선교 방향’ 발표회

한복협 2018년 6월
▲월례 기도회 및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복협 제공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이정익 목사) 6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지난 8일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통일선교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발표회에 앞서 드려진 예배에서 '우리들의 신명기(신 4:1)'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유관지 목사(북한교회연구원 원장)는 "신명기는 광야생활을 회상하는 내용이지만, 오히려 요단강 너머 가나안 땅을 바라보면서 그곳 생활을 내다보고 있다"며 "지금 한국교회는 '우리들의 신명기'를 기록해야 할 때다. 분단 70년을 돌아보지만, 통일 이후를 내다보면서 '통일 되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할 때"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고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는 등 통일선교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남과 북이 각자 정부를 수립한 '또 하나의 분단 70년의 해'가 올해이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은 통일 이후 어떻게 하라고 말씀하실까? 먼저 교회가 지금 모습으로는 안 되며 새로워지고, 순수해져서, 첫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발표회에서는 허문영 상임대표(평화한국)의 사회로 양영식 장로(기독교통일포럼 공동대표)가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통일선교환경 전망'을,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가 '새로운 통일선교전략 방향'을 각각 발제했다. 발표 후 회장 이정익 목사가 인사를 전하고, 명예회장 김명혁 목사가 축도했다.

◈"한반도 냉전 종식 및 항구적 평화체제 원년"

양영식 장로는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와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의 빅딜(Give & Take)이 결실을 맺음으로써 일괄타결(All-in-One)의 '트럼프 모델'과 '단계적, 동시적 상응조처'를 요구해 온 '김정은 방식'의 정교한 교합조율(交合調律)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완전 비핵화 및 68년간의 북미적대 청산으로 한반도 냉전체제의 종식을 예고하는 21세기의 세계사적 대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믿고 계속 기도에 힘써야 한다"고 권면했다.

양 장로는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분단 광야 73년을 살아 오면서 '화평의 사도'로서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음을 회개해야 한다"며 "동시에 일촉즉발의 핵전쟁 발발 위험 지경에서 전쟁 재발 방지, 북핵 폐기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 해결을 간구해 온 한국교회와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세계 교회들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 주신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의 본격적 이행을 예상할 때, 2018년은 한반도의 냉전 종식 및 항구적 평화체제의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통일선교사적 관점에서 보면, 2018년은 '(和平) 통일  선교'의 환경 개선을 위한 대전환점의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교회는 남북 정상들이 '판문점 선언' 외 별도의 '발표문'을 통해 온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 약속을 지켜 나가도록 적극 성원·권면해야 한다"며 "'판문점 선언'의 중핵적 합의사항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 및 평화 협정',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은 이미 한국교회가 초교파적 연합조직의 성명과 전문가들의 글과 주장을 통해 꾸준하게 권면해 온 내용들"이라고 분석했다.

양영식 장로는 통일선교 정책의 실천 과제들로 △한국교회 통일선교 조직들의 재정비·체계적 사역 본격화 △교회 연합, 초교파적 통일선교단체들의 연합 사역 활성화 △화평통일선교의 본격화 시대에 부응, 영역 선교의 지침과 실행방안 개발 △'북한주민 접촉 수칙'의 보완 발전과 '3김 어록집' 편찬·'통일선교사용 요람(핸드북) 개발 △북한의 지상교회 접촉 전략 및 제안 사항 개발 △남북한 정부를 향한 한국교회의 촉구 성명 추진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동포애적 지원 재개 등을 제시했다.

한복협 2018년 6월
▲박종화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제공
◈"사실상 통일 과정을 명실공히 시작하는 셈"

박종화 목사는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상황의 변화를 단순히 예측가능한 시대사적 내지 역사 현실의 변화의 틀에서만 보지 않는다. 역사의 궁극적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믿는 신앙고백의 입장에서 시대사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개입의 징조(Kairos)를 간파한다"며 "1988년 하계 올림픽이 서울에서 평화의 축제로 열렸다. 그 뒤 정확히 30년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누구나 인정하듯 스포츠를 통한 세계적 평화축제의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예정대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북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이라는 큰 틀의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당사국 상호간의 협약과 합의를 전제로 북한 비핵화가 시작되고, 종전 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길로 가고 있다. 여기에 동북아 평화를 보장할 집단안보의 틀이 제안되는 등의 평화조치가 이루어진다면, 국제법상 요건을 갖춘(de jure) 통일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평화 공존적 삶(de facto)이라는 사실상 통일 과정을 명실공히 시작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30년 전 유럽의 냉전 해체와 독일 통일로 유럽의 평화가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이 열리고, 그것이 21세기 동북아 평화와 안보 및 공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써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2020년 북경 하계올림픽, 2022년 도쿄 동계올림픽이 이어지면서 동북아 집단안보와 평화의 틀이 지속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했다.

박종화 목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필두로 한반도에 적어도 외형적으로 다시는 전쟁의 위협이 자리할 수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음이 반갑다"며 "여기서 중요한 과제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뿌리 깊은 북한체제 불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실제로 오늘까지 '통일'을 말하면 기쁘면서도 불안과 초조가 생기는 이유는, 남한에서는 통일을 '북한에 의한 고려연방제라는 이름의 적화통일'로 이해하고, 북한에서는 '남한에 의한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흡수통일'로 이해하는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통일의 방식이 평화적이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동시에, 통일의 목적도 목표도 평화여야 한다. 남은 것은 쌍방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바탕위에서 '평화적 공존'을 이루어 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화공존 시대의 선교와 교류협력에 앞서, 먼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 말은 북한에는 주체사상적 공산체제가 지배하며, 남한에는 자유민주체제가 지배함을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자는 것"이라며 "공존은 바로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바로 남한교회의 공식 접촉 파트너인 '조선그리스도교인연맹(조그련)'이 남한 교회와 성격과 구성이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남한 교회에도 해당하지만, 북한 교회의 경우에도 일단 교회의 모습을 띠고 사는 한 하나님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하나님 자신의 구원 역사를 자신의 방식대로 이루어 가시리라는 확신을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렇게 보면 북한을 향한 남한 교회의 선교 계획은 평화 공존적 틀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남한교회 식의 교파 분열은 결코 북한에 유입되거나 추천될만한 틀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했다.

대북 선교지원에 대해선 "적어도 지역단위별 선교지원이 기본적인 틀이라면, 지원의 기본정신은 공여자의 뜻이 아니라 수혜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며 "지원은 경험에 비추어 현금이 아닌 '현물 내지 물품'으로 해야 옳다. 동시에 비상의 고난 상황을 고려하여 '물고기'를 제공하는 것은 좋으나, 가능하면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지원하는 기술과 자본의 투자가 더욱 중요하다. 지원이 의존을 낳기보다,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평화공존의 삶은 가치관의 경쟁을 벌려가는 삶이다. 분단 시절에는 객관적 체제와 이념 갈등으로 살아왔으나, 공존의 시대에는 자유, 행복, 정의, 신뢰, 공동체, 평화, 사랑 등의 기본 가치관이 정치부터 문화예술에 이르는 전체 삶의 영역에서 제대로 구현되는지를 놓고 무한 경쟁에 돌입하는 시대"라며 "여기서 우위를 점하는 측이 통일의 주역이 된다. 여기서 교회의 필연적 선교 과제가 있다. 기독교 가치관을 어떻게 위에서 말한 기본 가치관의 바탕으로 뿌리를 내리게 할 것인지, 그런 가치관을 기독교가 앞장서서 구체화하고 모범을 보여줄 것인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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