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수업
애도 수업

캐시 피터슨 | 윤득형 역 | 샘솟는기쁨 | 184쪽 | 12,500원

필자는 목회와 상담, 그리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바로 필자가 하는 주된 일이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본서를 읽으면서, 필자의 위로가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해서 필자가 마음이 담기지 않은 위로를 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그동안 필자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공부와 노력들을 해 왔다. 하지만 본서는 도움도 도움이지만, 고난당한 그 사람의 마음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생각해 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마음 안에서 메아리치게 한다. 이 책은 작지만 매우 고성능의 엠프이다.

삶과 죽음

'질병'과 '죽음'이라는 주제는 항상 필자의 주위에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필자는 이 분야에서 분명한 초보임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동안 필자는 '암' 진단을 받은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주 전 출애굽기 31장 강해 준비를 하면서(안식일에 관한 내용),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은 죽음을 포함한 생명임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즉 죽음은 생명의 반대나 적이 아니라, 생명의 완성이라는 점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죽어야만 부활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죽어야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즉, 한 생명이 죽어야만 그 생명이 완성이 되고, 그 죽음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명에 마침(완성)표를 찍기 위해 찾아온 '질병'을 애써 부인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혹은 그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남아 있는 그 생명과 함께 살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이 책은 환자의 병세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환자의 기분에 초점을 맞추라고 한다. 즉 죽음은 모든 사람 앞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충실한 삶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다만, 그가 환자이니 조심스러운 배려가 필요할 뿐이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장 위협적이고 좋지 않은 것은 불안함과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함께 있어 주면서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이지 않도록 긍정의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저자는 '유머'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애도

연세대 권수영 교수는 추천사에서 '애도에 무관심한' 이 시대에 본서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렇다! 오늘날 이 시대는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을 '나약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큰 아픔과 충격과 슬픔이 찾아와도 충분히 애도할 수도 없고, 주변 사람들은 그 애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요한다. 즉, 애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부족이 애도자의 고통과 부담을 과중시킨다.

본서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암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세계에서 겪었던 생각들과 어려움들과 필요했던 것들을 나누어주고 있다.

우리는 종종 "겪어 봐야 한다", "그 입장이 되어 봐야 안다"는 말을 한다. 그럼에도 언젠가 반드시 겪게 될 애도에 대해 우리는 그토록 외면하고 살아왔다. 아마도 두렵거나 불쾌하고 생각하기 싫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애도하는 것이 나약한 것이라 판결하고, 애도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본서는 자신이 겪었던 고통, 어려움, 필요들, 그리고 상처들을 담담히 소개하고 있다(아마 독자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분명 우리 주위에는 지금 난치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생각할 때 막막한 심정이 느껴진다면 본서를 추천한다.

본서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실제적인 방법과 지혜들을 말해주고 있는데, 그 살아있는 자들이란 임종을 앞둔 자와 그 가족 모두를 포함하여, 상실 이후까지이다. 목회자들과 구역장들에게는 필독서로 추천한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제자삼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