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하면 죽고 치병하면 산다
암, 투병하면 죽고 치병하면 산다

신갈렙 | 전나무숲 | 332쪽 | 15,000원

어느 교회 부교역자가 자신이 사역하는 교회의 담임목사가 책을 출간하자, 그 책을 읽고는 그 책에 담긴 이야기들과 글에서 이야기하는 헌신에 대해 별로 진솔성이 느껴지지 않아 동의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럴 수 있을 듯 싶다. 책을 쓴 분이나 부교역자나 두 분 다 나도 잘 아는 분이라 그 부교역자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감이 왔다.

그렇지만 그 책을 쓴 분의 입장에서는 그 책에 담긴 이야기들과 글이 이해가 되었고, 그분의 입장에서는 그 글은 진솔성이 있고 참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아도 서로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그 생각과 관점이 달라질 수 있기도 하고, 각각의 위치에서 헌신 같은 정의의 정도가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암에 대해서도 그럴 듯 싶다. 예전에 알던 어떤 교회에서 성도 중 한 분이 암에 걸렸을 때 목사님이 그 성도를 잘 돌보고 걱정해주긴 했지만 그 성도가 교회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그렇게 무기력하게 사는가 하는 일종의 불만이 있었는데 그 목사님이 몇 년 있다가 본인도 암에 걸린 후 자신이 성도들에게 이해받지 못함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들었었다. 그럴 것 같다.

내 자신도 성도들이나 알던 분들 중에 암이나 중한 병에 걸린 이들을 꽤나 보아왔고 그분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소천하시는 것도 적잖이 보아왔지만, 정작 가족 중에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과 이해임을 본다. 아니 이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가족이 아닌 내가 그 고통을 경험할 때는 또 다른 차원의 이해가 될 것이다.

최근 연이어 <암의 진실>이란 책과 신갈렙의 <암, 투병하면 죽고 치병하면 산다>란 책을 읽게 되었다.

기존 의학계에서 보는 암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조금은 전인적 접근을 시도하는 두 책은, 좀 더 환자 입장에서 암을 바라보고 그 해결책과 치료를 고민한다. 그중 두 번째 책은 신앙인으로서 암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책이어서 더 주목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을 쓴 저자는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라 더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책을 쓴 신갈렙이란 분은 청년 때 다녔던 교회의 선배이다. 청년부에 들어가자마자 조장이 되었을 때, 내가 속한 조장 그룹을 이끌던 선배님이셨다. 처음엔 미스터리한 분이었다. 회사에 중책을 맡으셨음에도, 그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은 해외선교에 관계된 듯 했고, 하는 말,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게 하는 일 없이 철저했으며, 검소한 삶이 솔직히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보였다.

조장 모임 때도 아직 청년부에 적응 못한 탓도 있지만 뭔가 그분 앞에서는 주눅드는 느낌마저 들었다. 몇 개월 안 되는 조장 모임 이후는 따로 대화를 나누거나 만날 시간이 없어 멀리서 가끔씩 뵐 뿐이었고,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역과 영역에 존재하는 분으로 여길 뿐이었다. 내가 쫓아가기에는 너무 거리가 있어 말도 쉽게 못 건네는....

그분의 예명마냥, 그분의 삶과 모습을 볼 때마다 갈렙같은 신념과 추진력이 있는 분으로 느껴져 더더욱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몇 년 전 그분이 암에 걸리셨고, 그것도 말기라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그리고 자신의 병도 버거울텐데 다른 분들을 돌보는 일들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선배님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암의 진실>이란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이후 또 다른 선배를 통해 신갈렙 선배가 암에 대한 책도 쓰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에도 손을 뻗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선배에 대한 선입견과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그것은 이 선배에 대한 이전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 어느 쪽에 문제가 있거나 결함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암이란 커다란 장애물과 크레바스 같은 삶의 강한 균열 같은 상황마저도 그것이 삶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을 것 같았던 저자가, 그의 삶 전체를 흔들고 무너지게 할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접근과 인생관으로 암을 재해석하고 풀어가는 의외의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 같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본다는 목표 의식 속에서 헌신과 희생만이 최고의 가치인 양 살아갈 때가 있다. 내 자신도 그랬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쉽게 흔들리거나 의심 없이 달려가야 하고 아프더라도 아프다는 비명도 지르면 안 되는 양 살아갔을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질병은 피해가지 않았고,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만나와 메추라기가 알아서 내 광주리에 찾아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인들도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했고, 아프면 진통제 먹어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저자는 의사 선생님의 치료만 잘 받으면 그래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암이라 여겼던 듯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순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암이란 장애물 속에서, 그저 암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질병에서의 자유도 아니며, 병을 바라보는 유일한 시각도 아님을 깨닫는다. 오히려 암이 자신에게 생겨나게 된 그 원인과 또 그 질병을 넘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점검함으로써 자신을 재정비하고 추스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저자는 깨닫게 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 본인이 암과 동행하면서 암에 대해 해 왔던 여러 가지 실제 수고와 노력을 이야기함으로써, 암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그 가족들이 암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보도록 돕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암이란 웅덩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고통과 고난은 사람을 달라지게 한다. 자신이 아프지 않아도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위로와 이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이 그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그 아픔 속 한가운데 있을 때, 그 위로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일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부러 그 고통을 경험할 수는 없기에, 그 길을 겪으며 그 싸움을 이어가는 분들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 나가고 함께 해 나감이 필요할 것이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