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초록빛만으로 끝날 수 없는

한국인들의 아픈 6월 맞이
몸과 맘 아픈 사람 돌보고
'풍요 속 빈곤' 주변도 살피길

2018년 6월이 되었다. 금년도 벌써 전반부가 끝났고 후반전으로 들어섰다. 국제적으로는 미·북 정상회담이 있고 국내적으로는 6·13 지방선거가 있는 달이다.

그러나 각 개인적으로는 한 해의 반이 과거로 돌아갔고 나머지 반을 살아야 할 분기점(반환점)에 서 있으니, 뒤도 보고 앞도 보고 양방향을 살펴보는 중간 점검의 달이 되어야 하겠다. 6월의 단상을 정리해 보자.

①"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 년 만 면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 한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디 꽃뿐이라 할까(이채, 6월에 꿈꾸는 사랑)".

②"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김춘수, 꽃)".

6월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무명의 꽃들도 창조주 하나님의 작품으로 자기 고유의 색깔과 모양을 갖추어, 한 생명체로써의 존재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남들이 보아 주고 안 하고는 관심 밖이다. 오직 자기의 몫을 다 하고 충실함으로 기도하는 모양을 갖춘다. 그렇다면 만물 중 으뜸인 우리 인간은 어떠해야 할까?

③"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 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 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람에 떨구는 한 잎의 꽃잎일지라도, 한없이 품어 안을,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바람 앞에 스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선(善)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크신 임이여, 그리 살게 하소서/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 깨어지고 낮아지는, 항상 겸허하게 살게 하소서. 크신 임이여(김옥진, 기도)".

몇 편의 시를 통해 6월을 사는 신앙인의 자세와 국민 된 도리를 생각해 보았다. 한국인의 6월은 그냥 꽃이나 감상하고 있을 수 없는 시기이다. 6·25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현존하고, 남북으로 갈려 고향 땅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이 있으며, 현충일에 국립묘지를 찾아 생목숨을 잃은 자식과 형제를 그리워하는 눈물의 달이다.

그러하기에 나라와 애국과 희생을 생각해야 하는 달이다. 모란꽃을 노래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픈 상처가 많은 달이다. 국가와 교회는 상호보완과 공존관계로 협업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한국 기독교는 나라 사랑의 중심에 있었다. 일제 치하에서 3·1 독립운동을 펼칠 때도 그러했고, 6·25 한국전쟁 때도 그러했다.

그 후 민주화 운동과 사회봉사 운동에도 교회는 주동적 역할을 해 왔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안고 그늘진 곳들을 챙기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교회는 사회와 국가에 대해 항상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눅 10:25-37).

생명을 바쳐 나라를 구한 군경 희생자가 있는가 하면 아무도 모르게 그늘에 있는 이웃들을 궁휼히 여기며 자비를 베푸는 사람도 있다. 이 모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애국·애족의 일인 것이다.

한국인의 6월은 산천 초목의 풍성함을 누리는 것으로 끝날 수 없다. 앞뒤·좌우를 둘러보아, 몸이 아프거나 맘이 아픈 사람들을 돌보아야 하는 달이다. 풍요 속에 빈곤은 언제나 있다. 다시 한 번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그리고 6가지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하자.

①배고픈 자가 있으면 먹을 것을 주자. ②목마른 자가 있으면 마실 것을 주자. ③헐벗은 자가 있으면 옷을 주자. ④병든 자가 있으면 문병 위로해 주고, ⑤갇힌 자가 있으면 방문 격려해 주며, ⑥외로운 나그네가 있으면 맞아들여 친구가 돼 주자.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