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 가운데 뚜렷한 흔적 남은 ‘신’에 대한 이해와 오해

입력 : 2018.06.03 17:20

[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하나님은 누구신가?

신 김용규

김용규 | IVP | 932쪽 | 42,000원

'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은 이 책과 상관없이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신(神)'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어떠한 의미이며,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학술적이지만, 실용서이기도 하다. 신학서적이면서도 신앙서적이다.

<신: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는 기독교 출판사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자는 기독교인들이 아니다.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모든 기독교인들이 읽어야 할 책이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 왜냐하면 서양사의 '신'에 대해, 특히 기독교의 '하나님'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양사의 큰 흐름 가운데 뚜렷한 흔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신'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다룬다. 우리의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한계 가운데 인간은 어떻게 신에 대해 이해해 왔고, 그러한 정의가 가지는 약점은 무엇인지를 하나 하나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신'에 대한 통전적 접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와 같이 인문학을 통해 신에 대해 말한다. 문학과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

거칠게 나누어보자면(이 책의 밑바탕에 역사와 예술, 문학 등이 전제돼 있다), 1부는 예술과의 대화, 2부는 철학과의 대화, 3부는 과학과의 대화 등이다. 다시 4부와 5부는 신학과 역사, 철학 등이 주를 이룬다. 이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총체적이며, 열린 태도로 연결된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장점으로 이어진다.

둘째, 비그리스도인들의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다. 모든 자료들이 신중하게 배치됐고, 구체적이며 실제적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하나님을 최대한 가치중립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변증으로 하나님을 다 말할 수 없지만,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령 고난의 문제 등)에는 적실하게 반응한다. 이 모든 언어는 최대한 대중의 언어로 쓰였다. 대중의 언어라 함은 기독교인들만이 쓰는 언어를 최대한 배제했다는 것이다. 열어두고 함께 고민해보자며 손 내밀고 있다.

이 책은 통전적이며 객관적인 동시에, 매우 쉽다. 다양한 학문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전이해 없이 읽을 수 있다. 물론 철학과 신학, 과학, 문학, 역사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다면 더욱 깊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전 지식 없이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김용규
▲김용규 작가의 이 책에 대해 이어령 박사는 “신이 죽었다고 외치는 시대를 거쳐 이제 인간이 신이 되리라 자처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 책에 담긴 철학자의 치밀하고 오랜 지적 탐색뿐 아니라 그의 지혜 어린 조언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이 오만과 과잉, 야만과 공포의 시대 곳곳에서 감지되는, 인간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뿌리 깊은 욕망을 넘어설 실마리를 발견할 것이고, 참된 인간의 모습, 곧 신을 닮은 인간의 생명과 아름다움을 다시 이야기로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추천사를 전했다. ⓒ이대웅 기자
특히 이 책의 백미는 2부다. '하나님은 존재다'에서 서양철학사의 큰 흐름을 간명하게 정리해 복잡한 사상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철학사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다. 3부 '하나님은 창조주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과학 이론 등과 접목하여 창조와 진화에 대한 최근의 논의들을 절묘하게 헤쳐 나간다.

이러한 특징들과 더불어 국내 저자의 글이 갖는 장점은 매우 크다. 쉽고 간명하게 글을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처음 접하는 내용이 많음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점이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비슷한 사유를 할 수 있는 동일 문화와 언어의 저자의 글은, 그 이면의 감정과 배경 등이 떠오르고 느껴진다. 그렇기에 그 글은 살아 숨쉰다. 역동한다. 그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 된다. 그가 아파하는 교회의 아픔은 곧 우리의 문제의식과 맞닿아있다.

내용으로 보면 9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지만, 충분하게 독파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긴 호흡으로 즐겁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혹시 시간이 없다면, 필요한 부분들을 발췌해 읽어봐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령 서양철학사를 빨리 정리해 보려면 2부부터, 창조와 진화 논쟁에 관심이 있다면 3부부터 읽는 식이다. 하지만 전체의 흐름이 1-5부까지 연결되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모중현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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