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우리는

의사소통이 더 원활해질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의 인터넷 여론은 소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의 댓글 문화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거침없이 노출되고
듣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합니다.
인격 모독은 상대방의 일상을 파괴하지만
가해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한 삶을 이어갑니다.
사이버 공간의 여론이 무책임한 이유는
내 이름과 얼굴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점잖게 말을 하지만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마음대로 말을 합니다.
동양 고전에 '신독(愼獨)'이란 말이 있습니다.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전의 가르침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이제 마음속에 나만의 경찰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속의 거짓과 위선에 스스로 경고해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도 격식과 배려를 지킬 수 있다면
사이버 문화는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 주는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손봉호/전 대학총장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