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회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학회 제공
'도르트 신경 400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지난 26일 양평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강당에서 개최된 한국개혁신학회 제44차 학술심포지엄에서,

전대경 박사(평택대)가 '도르트 신경 회고를 통한 기술적 특이점과 인공지능 전망: <개혁주의 AI 신경>을 제언하며'라는 제목으로 발제해 눈길을 끌었다.

전 박사는 "포스트휴머니스트들인 특이점주의자들 중 대부분은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고백하지만, 이들은 꽤나 체계적인 나름의 신학을 갖고 있는 것이 관찰된다"며 "포스트휴머니즘은 특이점 이후 기술에 의해 진화해 도래할 신과 같은(God-like) 후기 인류의 출현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이 주장하는 신관은 신(新)알미니안주의(Neo-Arminianism)의 한 부류인 '열린 신학(Open-Theology)'의 연장선상에 잇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신알미니안주의는 하나님께서 예정하시지 않고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시는 사랑의 하나님이며, 신학 연구에 자연과학의 모델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기존 개혁교회 신학의 틀, 하나님의 섭리와 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제한한다"고 전했다.

전대경 박사는 "도르트 회의에서 논쟁 주제로 다뤄진 사항들은 기독교 역사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아우구스티누스 대 펠라기우스 간의 논쟁이라 할 수 있다"며 "오늘날 대두되는 기술만능주의도 '열린 신학'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신칼빈주의와 신알미니안주의 간의 확장판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열린 신학의 핵심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능력이 창조자인 하나님의 통치권보다 우선한다는 주장이고, '마키나-알미니안주의'의 핵심은 기계의 자유의지와 능력이 그 창조자인 인간의 통치권보다 더 우선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항론파의 5대 강령을 빗댄 '특이점 인공지능의 5대 강령'과 '튤립 교리'를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①기계의 능력(Mechanical Ability)과 전적 부패 ②조건적 진화(Conditional Evolution)와 무조건적 선택 ③보편적 교체(Universal Replacement)와 제한적 속죄 ④불가항력적 특이점과 불가항력적 은혜 ⑤기계의 타락(반란) 가능성과 성도의 견인 등이다.

전 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해 교회론을 돌아볼 때 '도르트 신조'는 우리 교회론에 '표준(Canons)'을 제공하고, 이 시대의 표준이 필요하다는 방법론을 제시한다"며 "'개혁주의 AI 신경'의 중심 모티프로 칼빈의 '하나님의 영광'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개혁주의 AI 신경'을 제시했다.

1. 현대판 선악과인 '기계의 능력'에 대한 우상숭배적 신뢰가 아닌, 하나님의 통치권에 대한 '전적 신뢰': '기계의 능력'은 목적이 아닌 도구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2. 새로운 가이아 이론(Neo-Gaia Theory)으로서 기계가 우리를 선택하는 '조건적 진화'가 아닌, 하나님만이 '모든 축복의 근원임을 인정': 기계 만능주의적 '기계의 인간에 대한 선택'을 배격함으로써, 오직 궁극적으로는 하나님만이 선택하시고 유기하시는 분이심을 인정하고, '기계의 선택'도 하나님의 도구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3. 현대판 바벨탑인 무한생명주의(extropianism)와 유토피아적 종말론을 위한 '보편적 교체'가 아닌, 구원과 모든 선한 것에 대한 하나님께 의지(依支)와 간구: 천국에서의 영생을 사모함으로써, 기계의 능력에 의지해서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4. 불가항력적 특이점의 도래에 대한 선망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순종': 특이점주의가 자칫 시한부적 종말론처럼 되어서는 안 되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맡기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AI가 사용되기를 기도하고 실천해야 한다.

5. '기계의 타락 가능성'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불안과 기계에 대한 숭배가 아닌, 하나님께 '전신으로 봉사': 전자 인격(electronic personhood)을 부여받는 AI는 도덕적·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성원이 아니라, 하나님께 그리고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 '전신으로 봉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전 박사는 "참다운 신앙고백(신조)은 교회를 세우는 기초이자 기둥이므로, '개혁주의 AI 신경'은 4차 산업혁명 시대적 상황 속의 교회를 세우는 기초이자 기둥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개혁주의 AI 신경'도 도르트 신경처럼 1-2년에 걸쳐 계속 다듬어지면서, 미래의 기술적 특이점을 개혁교회가 대비하게 되는 '사인업(sign-up)'을 넘어 '로그인(log-in)하고, 나아가 '로그온(log-on)'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