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오래 믿음 생활을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유연해지는 것은 좋으나, 무덤덤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 예수 믿을 때, 처음 직분을 받았을 때, 처음 무엇인가 하나님께 의미 있는 헌신을 하였을 때, 우리는 그것이 너무 감격스럽고 겨워,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흐르며, 무엇인가 정말 잘 해 보고자 하는 마음의 각오와 열망이 일어납니다.

성경이 읽고 싶고, 찬송을 부르고 싶고,어딘가 좀 남의 눈에 가리워지는 곳이 있다면, 장소에 상관없이 그곳에서 중얼거리며 기도했습니다. 누구든 보면 가엾은 생각이 들어 그에게 빌립처럼 담대히 전도했고, 사마리아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처럼, 삶의 목표도 정서도 능력도 달라져, 주님의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예배를 사모하게 되고, 무엇인가 주님을 위해 하고 싶고, 살고 싶고, 내 주장은 아무 의미 없고 오직 주님의 뜻만 따르고 싶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어떤 모습도 용납되어지고, 가급적이면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고,  또 굳이 내 주장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순종이란 말의 의미가 되새겨져,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싶고, 세워진 질서에 순종하고 싶고, 사랑으로 순종하여 누군가를 세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그 흔히 흘렸던 눈물도 사라지고, 나를 주장하고, 내 마음대로 안되면 섭섭한 지경을 넘어서 분노가 일어나고, 기도의 자리는 부담이 되고, 말씀은 내 가슴을 울리지 못하고, 봉사는 관성적으로 가슴의 감동 없이도 능숙히 그 순간을 넘어갑니다. 감격대신 익숙함과, 다 해본 끝이라 내가 맞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합니다.

가슴에 성령의 영이 허락하시는 등불이 시들어가고 꺼진 상태입니다. 매 순간마다 감동과 감격이 없고, 기도하지 않아도 살 수 있고, 말씀이 나를 인도하지 않아도 살 수 있습니다.

처음 장로 임직 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 권사 임직 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 집사 임직 받고, 집사 임명을 받았던 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돌아와야 합니다. 우리 가슴의 등불을 다시 켜야 하고, 이제는 그 등불을 꺼트려서는 안됩니다. 돌아오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슬픈 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끊이지 않게 등불을 켜되... 항상 여호와 앞에 그 등불을 보살피게 하라"(출 27: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