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 소위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으로 인해 재판 중에 있는 사건은 약 900건으로 알려지고 있다(대법원 187건, 2심 226건, 1심 470여건 등). 대부분의 병역거부는 특정 종교인 ‘여호와증인’ 신도들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04년 이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병역법 제88조 1항(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는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종교적 신념에 의한,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오자마자 또다시 ‘위헌 청구’를 했고, 일선 법원에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 발표 기자회견
▲(사)한국교회언론회 주최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에 대한 인식 조사> 기자회견 현장. ⓒ김신의 기자
이에 (사)한국교회언론회는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이 ‘양심’이 되는지, 또 젊은 시절 소중한 시간과 청춘을 바쳐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무를 마친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양심 세력’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 24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동대표 김봉준 목사의 사회 아래 이사장 최성해 총장의 인사, 대표 유만석 목사의 개요 설명, 공동대표/대변인 이억주 목사의 내용 설명,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인사를 전한 최성해 총장은 “양심의 소리란 옆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참된 양심”이라며 “양심이 자기 의지 속에서 된 것인지 아니면 집단 속에서 된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유학시절에 낳은 아들이 해외에서 취직을 앞두고 있을 때, 타군에 들어가 시민권이 사라질 것을 각오하고 한국에 들어와 해병대를 간 이야기를 덧붙이며 “미국에 돌아가 이제 시민권자가 아닌데 취직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나라를 애국하는 사람이 우리 나라에도 필요하다’고 하더라. 오늘 이 자리가 우리나라 군인과 시민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유만석 목사는 “남북정상회담, 미국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우리 국민의 국방에 대한 인식이 누그러지고 약화된 시기에 조사된 것이 괄목할 만한 사실”이라고 말했고, 이억주 목사는 “위헌이냐 합헌이냐는 결정을 앞두고 이 조사가 5년 전 조사와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갤럽’을 통해 조사한 이번 자료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7명 대상으로 5월 15일과 16일 이틀 사이 유/무선 전화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

조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것과 ‘동성애 및 에이즈’ 관련 인식 및 안보에 영향 두가지 주제를 다뤘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서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를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해할 수 없다’가 66.8%로 다수를 차지했고, ‘이해할 수 있다’가 26.6%, 모름/무응답이 6.6%를 차지했다.

반면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선 반대가 21.2%, 찬성이 73.4%를 차지했다. 이는 5년 전 한국갤럽의 비슷한 질문과 비교했을 때 찬성(5년 전 찬성 68%)이 5%가량 소폭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억주 목사는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2년 전, 2016년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한국갤럽’을 통해 조사했던 것과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당시에도 응답자의 72%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응답한 반면 70%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찬성했다. 그 이유로 ‘감옥보다는 낫다’(26%), ‘국민 의무를 다해야 한다’(16%), ‘다른 기회를 주어야 한다’(14%)’, ‘개인의 선택이나 인권문제’(12%), ‘감옥에 보내는 것이 가혹하다’(8%)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대체복무제 찬성에 여성(78.6%)이 남성(68.1%)보다 10.5%포인트 높게 나타났고, 주최측은 군복무 의무가 없는 여성들이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동정심이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만약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체복무를 하기 위해 종교를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것이 12.4%(많이 있다 6.0%, 어느 정도 있다 6.4%)로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종교로 청년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특히 군복무 연령대인 19~29세 사이 청년층에선 21.1%가 ‘종교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해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징병 거부 입장을 고수하는 특정 종교를 이용할 수 있음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였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경우, 국방 및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가 33.9%,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가 33.4%로 비슷했으나, 40대를 뺀 전 연령층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 비율이 높았고, 특히 10~20대에서 39.7%로 가장 높아, 군복무를 갓 마친 연령층에서 느끼는, 병역의무 공정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 발표 기자회견
▲공동대표/이억주 목사가 <양심적병역거부 및 동성애 인식 조사> 보고서 내용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남자와 남자끼리, 여자와 여자끼리의 동성애를 사랑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한 것이 40.3%,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것이 53.4%로, 지난 해 한국갤럽이 조사한 동일한 설문 결과(동성애를 사랑의 형태로 본다 56%)보다 15.7%가 늘어났고, 주최측은 “시민운동, 동성애 문제를 지적하는 등의 활동이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교 별로는 ‘동성애를 사랑의 형태로 보지 않는 것’에 기독교가 70.4%, 불교가 57.7%, 천주교가 49.9%, 무교가 43.1% 순으로 나타났다.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허용할 경우, 군 기강 및 전투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느냐> 질문에 대해선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가 70.5%,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가 17.4%로 나타났으며, 특히 남자의 경우 76.%를 차지했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종교 별로는 기독교가 77.7%, 불교가 73.0%, 천주교가 69.7%로 대한민국 군대에서 동성애 허용 문제는 모든 종교인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에이즈로 인한 치료비를 국가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들의 대다수가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모르고 있다 69.4%, 알고 있다 30.6%). 주최측은 “에이즈는 특정 성적 결합과 상당한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보건과 건강, 그리고 국민들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기독교인의 70.0%도 ‘모르고 있다’고 응답된 것을 지적했다.

조사를 통해 주최 측은 “여론조사 결과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징병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일선 법원에서도 이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을 자제할 것”을 지적했고, “다만 이 문제를 공고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세밀한 검토와 국가 안보와 헌법 적용 형평성에 대한 점검과 함께,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결론 내렸다.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 발표 기자회견
▲(사)한국교회언론회 주최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에 대한 인식 조사> 기자회견 기념사진. ⓒ김신의 기자
질의 응답시간엔 ‘여호와 증인의 성서적 주장이 타당성이 있나’, ‘한국교회언론회의 입장은 어떠한가’ 등의 질문이 다루어졌다.

이 점에 있어 이억주 목사는 “신학적 문제”라며 “살인과 전쟁 이야기는 다른 문제다. 성경에선 안식일을 지키며 침략전쟁은 하지 않았지만 방어전쟁은 했다”고 했다.

유만석 목사는 “구약 성경 역사에 수많은 전쟁사가 있다. 자기 나라를 방어하고 지키기 위한 전쟁사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국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며 “개신교, 성공회, 카톨릭까지도 그들(여호와의 증인)과 성경을 다르게 이해한다. 그것(양심적 병역거부)은 옳지 않다”고 했다.

또 김봉준 목사는 “신념일뿐이지 보편적 양심은 될 수 없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란 용어가 바뀌어야 한다”며 “저희가 반대하는 근거는 현행법이다. 저희가 염려하는 건 ‘양심’이란 말로 포장해 병역거부를 하겠다는 것이 확산되는 일”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한편 (가)한국교회언론회는 앞으로도 사회적 이슈, 한국교회와 연관된 문제에 대해 교회 안에서의 의견과 함께 교회 밖의 의견도 들어, 우리 사회와 교회가 소통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한국교회 대변자 역할에 충실할 것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