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심사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이 열렸다. ⓒ강혜진 기자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이 열렸다. 지난 2011년 11월 10일 이후 두 번째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 제1항(이하 자기낙태죄 조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이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270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인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1일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낙태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위 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2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측 대리인은 “임신·출산은 여성의 인생에 여러번 일어나는 일로써,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하여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하여 임부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 측 대리인은 “태아는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면서 “생명권의 제한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낙태를 어느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인지 우리 사회 전체가 합의를 도출해야 할 문제로서 헌법이 아닌 입법재량권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낙태죄 위헌 문제와 낙태죄 개선의 문제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청구인 측이 낙태 허용기준으로 주장한 ‘임신 12주 이내’의 당위성 여부였다.

청구인 측은 “임신 12주까지는 태아의 모체 의존도가 높지만 이후에는 독자 생존성이 높아 구분할 수 있다. 또 임부에게 부담이 적은 시기이다. 태아는 임신 12주 전까지는 독자적 생명 능력이 없는 불완전한 생명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발달의 연속성은 생명의 특징인데 특점 시점을 기준으로 보호도를 달리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은 또한 “형법이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여성들이 위험한 수술에 노출돼 있다”며 “임신·출산은 여성만 가능한데, 낙태죄로 여성만 처벌을 받는 것은 여성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며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법무부 측 대리인은 “태아의 생명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의이며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 의학의 발전으로 모체를 떠난 태아의 생존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 초기의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부당하고,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 역시 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의 최종 결론은 이진성 헌재소장과 재판관 4명이 퇴임하는 오는 9월 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