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포럼
▲포럼 후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라! 미래여'라는 주제로 제38회 신촌포럼(대표 이정익 목사)이 24일 신촌성결교회(담임 박노훈 목사) 아천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신촌포럼에서는 인공지능 사회로의 변화와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김용학 총장(연세대)이 '다가오는 인공지능 사회와 새로운 변화'를 주제로 인공지능 사회의 특징과 함께 기독교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신재식 교수(호남신대)가 'AI가 설교한다면 우리는?'이란 주제로 인공지능 사회에서 요구되는 목회적 필요와 방향성을 각각 모색했다.

오희천 박사 사회로 강의한 신재식 박사(호남신대)는 "지난 2000년 '복제인간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당혹스러운 첫 번째 질문이고, 2018년 우리는 두 번째 도전적이며 당혹스러운 '인공지능이 설교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마주 서 있다"며 "이는 인공지능의 수준이나 메커니즘 자체보다는 설교자와 교인으로서, 설교와 예배에 대해, 예배 공동체로서 우리의 문제"라고 밝혔다.

신 박사는 인공지능 시대에 제기될 수 있는 질문들로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구원의 대상인가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에도 구원/영혼이 있는가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은 도덕, 신앙, 사회적 주체일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영적인 것을 담보하고 전달할 수 있는가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에 하나님의 형상은 과연 무엇인가 △트랜스휴머니즘은 죽음의 종말을 초래하는가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은 수준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약한 인공지능은 시키는 대로 하는 정도이고, 강한 인공지능은 (알파고처럼) 바둑이나 체스를 두는 등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현재의 것이고, 초지능 인공지능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라며 "약한 인공지능은 현재 큰 교회 목회자들이 설교를 여럿이 함께 준비하는 것 같은 조력자일 수 있지만, 강한 인공지능은 목회자들에게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설교자'가 가능한지 묻는다면, 'Why Not(왜 안돼)?'이라고 답하고 싶다. 적어도 전달 방식이 우리보다는 효율적일 것"이라며 "강한 인공지능이 설교한다면, 우리처럼 가만히 서서 하지 않을 것이다. 성도들의 안면을 인식해 감정상태를 파악하고 본문을 맞춰 선택하며 방식도 조정할 것 같다. 4D 영화관처럼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오실 때 청중석이 흔들리면서 그곳의 냄새까지 그대로 재현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신촌포럼 신재식
▲신재식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신재식 박사는 "인공지능 설교에 영성이 담겼냐는 질문이 나올텐데, 우리 세대는 몰라도 지금 젊은 세대와 다음 세대는 모니터와 스크린 등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져 있다. 사람의 인격성에 별 관심이 없다"며 "목회자의 영적 상태와 관계없이 교인들은 메시지를 자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적용할 것이다. 다음 세대라면 설교자와 인공지능 사이에 질적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박사는 "인공지능 설교에 대한 입장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다를 수 있다. 성도들 입장에선 '왜 꼭 목사들에게만 설교를 들어야 하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목회상담은 벌써 인공지능이 하고 있다. 이제 만인 제사장 시대에서 만물 제사장, 만인공지능 제사장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예로부터 종교생활은 의사전달 매체에 따라 달라져 왔다. 예수님 시대는 구전이었고, 이후 문자와 책의 시대, 그리고 지금 컴퓨터와 멀티미디어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 시대로 가고 있다"며 "예전과 성찬 중심의 가톨릭·정교회와 달리, 설교가 핵심인 개신교 예배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로봇이 설교는 할 수 있지만, 성찬식은 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인공지능 시대는 △디지털화로 설교와 예배가 디지털로 공급되고 있고 △모바일화로 미디어가 삶의 영역으로 들어와 '모바일 심방', '미디어 설교'가 가능해지며 △스크린화로 홀로그램과 증강현실 등 문자에서 이미지·영상 중심이 되고 △탈매개화로 중간 매개자가 사라져 목회도 직접 연결 가능한 시대가 되며 △가상화로 비물리적 예배가 가능해지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신재식 박사는 "죽음과 고통과 질병에는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고, 종교는 그에 대한 해답을 주면서 기능과 존재감을 발현해 왔다. 그러나 트랜스휴먼 시대가 되면 젊은 신체에 우리 의식을 이식시키거나 컴퓨터에 의식을 다운로드해 영생불사하는 등 질병과 고통이 사라지고 쾌락만 작동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질문들 자체가 사라지거나 문제들이 모두 해소된다면, 종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음을 앞두고 뇌를 리노베이션할 수 있다면, 부자들은 그때 교회로 올 것인가 병원으로 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신 박사는 "이렇듯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신체적 기능을 향상시킨 새로운 인간, 트랜스휴머니즘 시대가 오면 그 자체가 종교화될 수 있다"며 "강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면 인간의 삶을 둘러싼 모든 영역이 상상을 초월해 바뀌게 될텐데, 우리는 지금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설득시킬 최선의 전달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촌포럼 김용학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상직 박사의 사회로 김용학 총장도 발표했다. 그는 향후 메가트렌드로 '장수 혁명', '네트워크 사회의 심화', '인공지능'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이를 상세히 소개했다.

김용학 총장은 "지금 수능에서 정답이 둘이면 나라가 시끄럽지만, 우리는 정답이 없는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며 "지식의 교배에 의해 새로운 지식이 생겨나는 시대에, 조선시대 과거시험과 같은 문제를 고집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포럼에 앞서 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는 "4차 산업혁명은 사회·문화·경제 등 전면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올텐데,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면서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는 한국교회도 잘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포럼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교회의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수고하는 목회자들과 모든 성도님들에게 귀한 통찰과 용기를 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일구 박사(신촌포럼 위원장)는 포럼 소개를 통해 "신학은 복음의 본질을 연구해 제공하는 동시에 검증과 비평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목회는 예식과 삶의 현장에 복음을 적용해 오롯이 담아내는 그릇이 돼야 하나, 한국교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의 중심에는 '신학과 목회의 이원화'가 있다"며 "신촌포럼은 이러한 이원화를 극복하고 양자의 유기적 관계 형성을 모색하는 한편,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와 사회 주변의 주요 현안들을 심도 있게 짚어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해 1997년부터 마련된 모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