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정순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의 논문 '현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지위 변모 양상 요인 분석'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이 논문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의 '중동연구' 논총 제2호(2018)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정순
▲이정순 박사
3.3. 교육 및 기타 분야

사우디에서 남자들을 위한 교육은 전통적으로 '울라마(Ulama 이슬람 법학자)'들이 메카의 대형 모스크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1903년에 제다(Jiddah)에 세속적 성격의 첫 번째 학교, '팔라(Falah, 성공이라는 뜻)'가 세워졌으며, 2년 후에는 메카에 같은 이름으로 두 번째 학교가 세워졌다. 여성들은 꾸란을 암송하기 위해 집이나 쿠탑 학교(Kuttab school 종교학교)에서 다른 여성들이 가르쳤다. 여성을 위한 세속적 성격을 가진 첫 학교는 1960년대초 제다에서 개교했다. 1950년대 말부터 1970년대 말까지 부유한 가정들의 추세는 아들과 딸들을 학업을 위하여 주로 다른 아랍 국가들과 유럽이나 미국에 유학 보냈다.

제3대 파이살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Faisal bin Abdulaziz Al Saud, 재위: 1964~1975, 이하 파이살)국왕은 1960년대에 여성 교육을 도입하여 국가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2009년 9월 압둘라 국왕은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을 개교한 뒤로, 이 학교는 사우디 개혁의 상징이며, 사우디 최초의 남녀공학 대학이 되었다.

여성 교육은 1960년에 공립학교에서 처음으로 여성에 대한 교육이 시작된 이래, 급속히 증가했다. 1970년대 사우디에서 눈에 띄는 여성은 극소수였지만 현재 사우디 내 여학생의 수는 전체 대학생의 58%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공학, 저널리즘 및 건축학과 같은 과목에서는 여학생을 제외했다. 현재 사우디에서는 전체 졸업생 중 여학생이 절반을 차지하지만, 졸업하는 여학생 중 단지 13% 정도만 직업을 가지고 있다. 1999년 사우디 여성의 취업 비율은 5.5%이었으며, 취업 여성의 82% 이상이 교사, 간호사 등 의료보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여성들은 대학에서 공학, 저널리즘, 법학 등의 전공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최근 사우디 여성들이 해외로 기술 유학을 떠나 학위를 취득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예술가. 사우디 아람코 엔지니어 등의 직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축구, 농구, 배구, 크리켓팀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이 보인다.

현재 사우디에서는 국립학교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여자 대학은 절대 남성 출입금지이다. 사우디에서는 집안과 대학에서 남녀 학생이 분리되어 교육을 받는다. 교사가 남성이면 교내 TV나 인터넷을 통해 교육을 받고, 질문은 전화로 한다. 이제는 종교경찰들의 비난 없이 여학교가 세워 지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여성들은 아직 남녀 공영수영장을 사용할 수 없으며, 여성 전용의 수영장이나 전용 체육관 및 전용 스파에서만 수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우디는 이미 변화의 발걸음을 옮겼다. 2016년 4월 25일, 사우디 왕가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 의료, 주택, 금융 신재생에너지 등 여성의 사회진출과 교육을 강조하며 다양한 분야를 육성하는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새로운 국가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이것의 후속조치의 하나로 2018년 3월 3일에는, 사우디에서 첫 여성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사우디 동부 알 아사 지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는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참가자 등 사우디 여성 수백 명이 달렸다. 이 외에도, 사우디 체육 당국은 4월 6일 메카에서도 다시 여성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였다.

4. 현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지위 변모 양상 분석

사우디는 그동안 여성 인권 분야에서 최악의 국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성차별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국가별 순위에서 일본은 114위, 한국은 118위, 사우디는 138위를 차지하였는데, 사우디의 이 순위는 2106년의 141위보다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 사우디 여성의 변모 양상은, 정치,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간접적인 면으로부터 여성 자신의 힘으로 변화를 이룬 적극적이고도 직접적인 면까지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4.1. 변모 양상과 그 요인 분석

현재 사우디의 개혁에 따른 변모 양상의 요인은 다음과 같이 대체로 몇 가지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 왕과 왕자들의 존재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4월, 압델 아지즈 왕세자는 "여성을 멸시하거나 종교 및 국가에 이바지 하는 데 있어서 여성의 효율적 역할을 도외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제6대 압둘라 국왕(1924~ 2015)은 2009년 2월, 누리 알 파예즈(Fayez)라는 여성을 사상 첫 여성교육부 차관으로 임명했으며, 2010년에는, 킹 압둘 아지즈 메달의 첫 번째 수상 여성으로 사우디 여성 과학자이자 킹 파드 국립 소아암센터 연구소장인 '하왈라 알 쿠라야' 박사를 지명했다. 또한, 2013년 1월에는 국가 최고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의 위원 150명 중 30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또한, 2015년 12월 12일부터 여성에게 참정권을 허락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무역, 산업부장관, 엔지니어, 교육부 차관, 사우디 여성대학의 이사 및 국가의 중요 요직에 여성들을 임명했으며, 사우디 건국 83년 만의 첫 선거를 통해 국가 공직에 여성 20명을 진출시켰다.  알-왈리드 빈탈라(이하 알-왈리드)왕자는 사우디 현 국왕의 사촌으로 187억 달러(약 30조)의 중동 최대 부자이며 매우 개방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성에게 운전면허증 발급이 허용되지 않은 사우디에서 2007년 여성 항공기 조종사가 탄생했는데, 알-알리드는 그 여성 조종사의 요르단 유학을 지원했으며, 조종사 면허를 따자 신문에 축하 광고를 내고 자신의 항공사에 채용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 인권 등의 개혁 필요를 주장한다. 2017년 6월 21일, 사우디 살만 국왕(81)은 친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32)을 차기 왕세자로 임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반부패척결, 이슬람의 온건화 작업과 현대화, 사우디 여성의 운전 허가 등 개혁·개방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둘째, 사우디 내의 급격한 도시화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사우디의 급격한 도시화는 가부장적인 대가족 제도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사우디의 도시화는 거대한 인구 이동을 유발하고 대도시에 새로운 유형의 핵가족들이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가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대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1992년경만 해도 약 2백만 명이던 수도 리야드의 인구가 2018년도에는, 약 6~7백만 명의 대도시로 변하였다. 또한, 지난 40년간 사우디 사회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전체 국민의 80%가 사우디 내 3대 도시인 리야드, 제다, 담만으로 이주해갔다.,

셋째, 사우디 여성 자신들의 용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성 인권 운동가들의 수년간 로비 활동, 여성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외의 여성 인권운동자들의 끈질긴 요구가 있었다. 루브나 올라얀, 나빌라 알 투니시와 같이 사우디 사회에서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과 싸우며 여성의 인권 개선을 위하여 계속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의 남성 보호자 제도 폐지 활동가인 마리암 오타이비는 구금 104일 만에 2017년 7월 30일 석방됐다. 오타이비는 소셜미디어에 남성보호자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해시태그를 다는 '#내가 나의 보호자이다'(#I Am MyOwn Guardian)캠페인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세계최대의 인권운동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2000년 9월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개선을 위해 전세계적인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도 이에 동조하여 2000년 10월 1일 서울, 대구, 수원에서 동시에 거리 캠페인을 갖었었다.

넷째, 교육과 해외유학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마친 여성들이 귀국하고 있는 것도 변화의 동력이 되었다. 사우디 통치자들은 국내에서는 여성들이 교육의 혜택과 해외에서의 취업 기회 확대, 이전보다 많은 구직을 포함하였고, 수많은 제약의 완화 등을 시도했다. 사우디 여자아이를 둔 부모들이 딸들을 대학이나 해외에 보내려는 이유는 교육을 더 받게 하여 자기 직업을 갖고 당당히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10년간 사우디 정부는 75만 명을 해외로 유학 보냈고 이중 다수는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사우디는 많은 왕족이 자신들의 딸들을 국외에서 교육하고 있다.

다섯째, 국제 사회의 비판이다. 사우디에서 정당방위위원회(CDLD)는 1990년대 정권의 권위에 도전했다. 1966년 런던에 설립된 아라비아의 '이슬람개혁운동'은 인터넷을 활용하여 사우디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비판 및 데이터에 대한 링크 등이 포함하였고, 아랍어와 영어로 되어있다.

여섯째, 석유매장량의 감소이다. 석유 수입의 증가로 인한 경제적 상승은 해외 유학에 대한 추세와 전체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양식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사우디 왕실은 석유매장량도 점점 줄어가고 더는 와하비즘에 기대어 체제를 유지할 필요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일곱 번째, 여성의 노동력 필요이다. 사우디 여성들 중에 높은 교육을 받은 다재다능한 여성들이 그들의 재능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 왕가는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여성의 사회활동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며, 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여성의 인권을 상승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덟 번째, 경제 위기이다. 사우디의 경제는 전적으로 전체 국가 수입의 90%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전기자동차 시대에서 사우디는 석유 경제 국가로서 더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1982년의 일자리가 14,60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인당 국민 소득은 2002년에 6,000달러로 급감했다. 젊은이들 간에 마약 문제의 발생은 정부의 관할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대학 졸업생 중 실업률이 30%를 넘으면 부차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범죄 증가는 인구 증가의 3배가 된다. 사우디인들은 공무원이 되어 짧은 노동시간과 고용 보장을 원하므로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마지막 요인으로는 여행, 미디어, 인터넷, 휴대폰, SNS 등의 통신발달을 꼽을 수 있다. 미디어와 통신의 발달을 통한 외부적 영향이 불러온 결과로 변화하고 있다. 사우디 여성의 지위 변화는 국내외 여행으로 인한 대단위 인구 이동과 인터넷으로 인한 세계 정보 통신의 발전 때문이다. 또한, 사우디 여성의 해외여행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서, 폐쇄된 국가의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방국가의 자유로운 삶의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