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 박사의 치유칼럼] 나를 평생 지배하는 ‘못난 나’로부터 벗어나기

김은애 기자 입력 : 2018.05.18 17:22

강선영
▲강지윤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박사님, 사랑을 받지 못해 생긴 그 결핍이 제 평생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아씨가 상담실에서 말했다. 초등하교 선생님인 선아씨는 매사 조용하고 사색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에 대한 탐색과 고뇌가 깊다 보니 그녀는 상담자가 건넨 한 마디 한 마디에 많은 통찰을 얻었다. 

그녀는 최근 모든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외로움, 우울증의 근원적인 것이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았다. 마흔이 넘은 자신을 지배하는 것이 여전히 미성숙한 부모라는 것이 서글퍼졌다. 나를 사랑해 주지도, 관심가져 주지도 않은 부모. 자신은 그런 부모가 되기 싫어 결혼은 물론 아이도 낳지 않을 계획이었다.

부모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첫 존재이며 첫번째 관계 맺는 대상이다. 가장 원초적이며 중요한 존재이다. 최초로 인간관계를 맺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 어린 시절에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선아씨의 부모는 그녀가 물을 쏟거나 장난감을 손에서 떨어트리는 등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혼을 내곤 했다. 돌아보면 누구나 너그럽게 타이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선아씨의 부모는 그러는 법이 없었다. 모든 게 처음인 아이에게는 부모의 훈계가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모에게 혼날까봐 늘 긴장되어 있었고 주눅들고 눈치를 보는 아이로 자라갔다.

신체적으로 심한 학대를 당한 건 아니었지만 마흔이 넘어서도 실수를 할 때면 머릿속에서 즉시 "야! 제대로 못 해?" 하는 모진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선아씨는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좌절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30대, 40대가 되어도 여전히 부모 앞에 선 5살 꼬마 아이처럼 매사에 주눅 들어 있는 셈이었다. 명절 때 늙은 부모님을 봐도 그때의 두려움이 생생하게 마음에 남아있었다. 심지어 부모가 죽은 이후에도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착해야 돼."

"엄마 말을 잘 들어야 돼."

"너는 공부만 잘 하면 돼."

"공부 못하는 애랑은 친해지면 안 돼."

등의 부모의 메시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편견으로 작용했다.  

'이 사람은 좋은 대학을 못 나왔으니까 나랑 어울려서는 안되는구나. 이래서 나와는 안 맞는 사람이야'라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며 선을 그어버리는 것이다.  

상담자인 내가 선아씨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어릴 때 양육자로부터 계속 비난을 받거나 매를 맞고 자라면,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메시지가 내면에 가득 차게 돼요. 자신도 모르게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런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탐색의 과정을 통한 기억의 재구성 과정이 필요해요."

"기억의 재구성이요?"

양육자로부터의 잘못된 메시지를 올바르게 다시 구성해서 받아들일 것과 절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말아야할 것을 구별하고 점점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린시절의 상처에 대한 치유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를 그대로 남겨두면 나 자신도 그 왜곡된 기억 속에서 그대로 굳어지게 될 것이다. 선아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나가기로 결심했다. 부모의 거짓 메시지에서 벗어나기로 한 것이다.

너무 오랜 시간 스스로를 가둬 놓았다. 나에게 '상처 줄 지도 모를' 사람으로부터 말이다. 선아씨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늘 고립을 선택했다. 학교-집 외에 다른 곳에 가서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오히려 자신을 방치시키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언제부터 사람들을 무서워하게 되었을까.'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을까 두려운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텐데'

"박사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게 너무 힘이 들어요. 성격도 내성적이라서 거의 혼자 집에만 있는 편인데요, 이런 성격도 고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냥 저 자체가 문제덩어리인 것 같아요. 저는 바로잡아지지 않을 것 같아요."

약간의 희망이 돋는 동안 깊은 절망은 좌절을 동반하여 계속해서 밀어닥쳤다. 조금식 희망이 커져갔지만 선아의 상처는 깊고도 컸다. 그 상처가 계속해서 선아를 심리적 함정에 빠져들었고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순간 순간 휘몰아쳤다.

심리상담은 이 사람의 그 무시무시한 기억과 상처와 절망과 고통, 그리고 슬픔과 외로움을 진정으로 함께 느끼며, 수 천 수 만 번이라도 그 사람의 절규하는 말을 듣고 또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선아씨는 그 누구도 자신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자신의 말은 편견과 꾸지람 속에 늘 묻혀 버렸다.

선아씨는 기나 긴 치유의 시간을 견뎌내리라고 다짐했다. 견뎌내고 치유를 이루어내고 자신을 지배하는 무서운 함정에서 빠져나와 행복해질 것이라고 마음 속 깊이 다짐했다. 그 다짐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 현실이 되었다.

평생 나를 지배하는 자기혐오의 감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이것은 주님을 슬프게 한다. 크나큰 댓가를 치르시고 우리를 죽음과 고통과 혐오감과 부정적인 모든 것에서 건져내신 주님은 우리가 신의 형상을 회복하시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그리고 아무리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왔던 '나쁜 감정' '못난 감정'도 치유를 통해 새로운 나, 원래의 나로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나서 우리, 행복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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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사랑이 흐르는 유튜브방송

<강지윤 박사의 쉬운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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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나안 성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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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영 박사는 5월 1일부터 법원으로부터 정식 개명허가를 받아 강지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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