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증인, 왜 집총만 아닌 입영 자체 거부하나?

김진영 기자 입력 : 2018.05.15 13:04

“대체복무제로 병영 내에서의 비전투복무 제안”

양심적 병역 거부 여호와의증인
▲(왼쪽부터 순서대로) 고영일 변호사, 길원평 교수, 김준근 연구원, 음선필 교수, 김영길 대표, 지영준 변호사 ⓒ김진영 기자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동반연)과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바성연)이 15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소희의실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및 차별금지법에 대한 법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와 조영길 변호사·김준근 연구원(법무법인 아이앤에스)이 맡았고, 지영준 변호사(바른군인권연구소, 법무법인 저스티스), 김영길 대표(바른군인권연구소), 길원평 교수(부산대), 고영일 변호사(애드보켓코리아 사무총장, 자유와인권연구소 소장)가 패널로 참여했다.

먼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 처벌조항의 해석론 및 입법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음선필 교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하는 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이른바 '양심적(종교적) 벙역 거부자'에도 해당되는 지를 고찰했다.

음 교수는 "한국에서 병역거부가 사실상 종교적 교리에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양심적 병역거부로 취급하고 있다"며 "그러나 양심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병역거부가 사실상 특정 종교집단 신도의 전유물이 되고 있으므로 이를 양심의 자유 측면보다는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검토하는 것이 사실에 더 부합한다"고 했다.

그는 "신앙(종교)의 자유와는 달리, 신앙실행의 자유는 공익이나 제3자의 법익 보호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 신앙생활의 자유로써 병역거부가 허용되느냐의 여부는 신앙생활의 한계에 관한 문제"라며 "이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위헌인가의 여부를 묻는 문제로 나타난다"고 했다.

음 교수는 "(일단) 교리 자체의 참됨이나 정통성에 관하여 국가기관이 판단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국가가 중립을 지키는 것이 종교 자유의 핵심"이라며 "다만 그러한 교리에 따른 병역거부행위가 헌법체계에서 수용될 수 있는가 여부는 따질 수 있다. 종교 자체는 현세의 질서와 가치를 초월하는 영역을 대상으로 하지만, 법의 영역에 들어오는 종교적 현상과 종교적 행위는 국가적 질서 및 가치와 연결되어 있기에 이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병역거부자의 대다수는 여호와의증인 신도다. 음 교수에 따르면, 이들의 병역거부는 일반적인 평화주의에 근거한 양심적 결정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그들이 신봉하는 교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이 세상의 정부가 사단의 정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일찍이 국가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 제창을 거부했던 것"이라고 음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교리에 따라 여호와의증인들은 입영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병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정당하다고 규정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의 존재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까닭에 병역의무 및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병역거부권을 헌법이나 법률에서 명시하거나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상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는 가능할까? 음 교수는 "국민 대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분간할 수 있는 합리적·객관적 판단기준의 설정, 판단절차의 공정성 확보,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의 형평성 확보, 대체복무로 인한 병력부족에 따른 안보약화의 방지, 현역복무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 내지 지원 마련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엄중한 안보상황과 국방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규범체계를 염두에 둘 때, 대체복무제를 설계함에 있어서 '국방력의 유지'와 '국방의무 부담의 형평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음 교수는 "침략전쟁이 아닌 정당한 전쟁(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위한 전쟁)조차도 부인하고 군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까닭에 집총뿐 아니라 군복무 자체를 거부하는 종교적 교리를 우리 헌법이 당연히 보호해주어야 할 것은 아니"라며 "자기의 종교적 신념을 보호해 줄 것을 국가에 요구하면서도 정작 국가의 안보에 가장 중요한 병력형성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하여는 근본적인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민간복무보다는 비전투분야의 군복무로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즉 병역 자체의 거부와 집총병역의 거부를 구별해, 평화를 중시하는 양심상 결정과 종교적 신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의 집총거부는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음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집총거부자로 하여금 일단 입영하도록 하되, 그 이후 별도의 기초군사훈련 과정을 거치게 하고 비전투분야에서 복무하도록 배치하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할 경우 복무기간, 조건, 내용의 측면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별로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 주제와 관련해 토론한 지영준 변호사도 "병역법은 입영한 현역병의 군복무 내용은 적성과 병과 및 군사특기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현역병입영 대상자의 경우에도 집총병력의 일원이 되지 않는 비전투복무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지 변호사는 "모병제가 아닌 현행 징병제도 아래에서 '입영거부'와 '집총거부'는 구분돼야 하며, 특별한 입법조치 없이도 '신념 또는 양심'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상호 충돌하는 문제에 대한 규범조화적인 해석의 방법으로, 보충역 및 현역병 입영대상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로 병영 내에서의 비전투복무를 제안한다"고 했다.

김영길 대표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 자체는 모슨 그 자체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은 집총거부"라며 "따라서 어떤 경우든지 헌법상 명시된 의무 규정을 고려할 때, 그리고 사회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병영으로의 입소는 불가피하다. 군복을 입었더라도 꼭 총을 드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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