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정순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의 논문 '현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지위 변모 양상 요인 분석'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이 논문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의 '중동연구' 논총 제2호(2018)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정순
▲이정순 박사
3. 현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지위

사우디에서 여성에게 금지된 주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은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없고, 비무슬림과 결혼은 불가능하다. 둘째, 여성은 가게 점원으로 일하거나, 여권과 신분증 발급,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도 남성 보호자의 허가가 필요하다. 셋째, 공공장소에서 여성은 검정 베일(아바야 abayas)을 착용해야 한다. 넷째, 가족이 아닌 남성과의 대화는 금지된다. 식당, 대학 등 공공장소는 가족과 남성만을 위한 공간으로 분리되어있다. 다섯째, 응급 치료와 수술을 받기 전 남성 가족이나 친척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여섯째, 여성의 법정 증언은 남성의 증언보다 약하게 취급된다. 부모의 재산 상속은 남성 형제의 절반이다. 이제 이러한 것들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3.1. 정치, 경제 분야

1923년 사우디왕국을 건립한 압둘 아지즈는 1953년 사망까지 17명 여인과 결혼하여 왕자 50~60명을 낳았다. 초대 국왕의 아들, 손자는 공식 왕자 칭호를 가진 사람만 7,000명 이상이며, 인구 1700만 명에 왕족만 3만 명에 이른 왕족 천국이다.

무함마드 사망 이후, 아이샤는 656년 벌어진 '낙타 전투'에 직접 참여하여 이슬람 최초의 정치적 변화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아이샤가 낙타를 타고 지휘한 부대가 전투에서 패한 후, 무슬림 여성의 정치, 사회적 활동이 엄격히 제한되기 시작한 뒤, 21세기 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어떤 서구 세력도 사우디를 정치적으로 지배하거나 식민지화된 적이 없었지만, 사우디는 석유 덕분에 경제적으로 근대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석유가 가져다준 부는 베두인족과 시골 부락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우디 여성들을 일에서 해방시켰다. 그러나 사우디는 현재 빈부의 차이가 매우 심한 편인데, 여성이 빈곤층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과부들이다.

제다에 남성으로만 구성된 상공회의소 산하에는, 무함마드의 첫 번째 부인으로서 성공한 사업가였던 카디자의 이름을 딴 '카디자 빈트 쿠와일리드 여성 사업가 센터'가 있다. 루브나 올라얀은 사우디 3대 재벌 중 한 명이다. 그는 올라얀 그룹 창업자인 술라이만 올리야의 막내딸로 '올리안 파이낸싱' 여성 CEO이다. 그는 영국 부동산 개발회사 '필 홀딩스'지분 70% 소유자로 사우디에서 중동 최고의 여성 CEO이자 가장 돈 많은 여성이며 사우디에서 최초 기업의 이사가 되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한 2004년 제다 경제회의 국제회의에서 연설한 첫 번째 사우디 여성이며, 2005년 바도스 세계경제포럼의 공동의장을 맡았었다. 또 나빌라 알 투니시(49)는 사회적 편견과 싸우며 사우디의 세계 최고 석유회사인 국영기업 아람코(Aramco)의 중역이다. 알 투니시는 다우 케미컬 부팀장과 함께 300여 명의 엔지니어들을 지휘하고 있다. 사우디 장군의 딸인 알 투니시는 17세 때 사우디 리야드에서 미국 유학을 다녀 왔다. 아람코 구내에서는 여성의 운전과 극장 출입이 허용된다.

1990년대에 이슬람 페미니즘의 용어 자체가 중동 지역에서 부상해 왔다. 사우디는 1979년 2월 이란 혁명 이후 여성에 관해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2003년 5월 사우디 왕은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고, 6월에 공식회의는 이를 승인하고 관례적인 제한을 재검토했다. 이 회의에 12명의 여성이 처음 참여했다.

3.2. 종교, 문화, 사회 분야

사우디는 전통주의의 관점에서 가장 잘 이해된다. 사우디 여성의 정치·사회 진출을 제한하려는 성차별적 이슬람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슬림 여성들의 세계관은 종교와 문화가 구별되지 않고 현세 중심적이고 세속화된 세계관이다. 사우디는 철두철미한 부족사회이며, 남성 중심 사회이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신앙 공동체 곧 "움마"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사우디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와 유목 베두인 부족이 거주하며 이동하는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성이 여성을 보호하는 사회, 여성과 어린아이는 집안 혹은 부족의 한 재산으로 이해를 하는 곳이 사우디인들의 대다수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에서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는 부분은 결혼 지참금(마흐르) 제도이다. 결혼할 남성이 여성에게 지참금을 주는 이슬람법은 남성이 가족을 부양할 능력을 여성에게 보증하는 의미이다. 지참금은 평생 신부의 소유 및 재산이 된다. 이외의 대부분 관습은 여성에게 불리한 것들이다.

전통적으로 아랍 사회는 사촌 간의 결혼을 권장하여 결혼하는 것이 관례이다. 일부 특권층에서 친인척과 결혼을 했던 이유는 재산권 보호, 통치 권력, 순수혈통 보존, 친족 간의 유대 강화 등을 위해서였다. 이러한 전통이 7세기 이슬람의 출현과 함께 평민계층 사이에도 답습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사우디 여성들은 엄격한 가부장제도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다. 사우디 여성의 역할은 상류층이든 중산층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가부장적 단체와 국가 목표의 맥락에서만 볼 수 있으며, 남성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한 사회적 갈등의 한 단면으로만 볼 수 없다. 이슬람 사회에 성차별적 관습이 뿌리내리게 된 배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가부장적 문화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에서 여성과 남성의 장소가 뚜렷하게 구별돼 있다. 여자아이가 12살이 넘으면 남성이 모인 곳은 출입금지다. 공공장소는 가족 공간과 남성만을 위한 공간으로 나뉜다. 쇼핑몰이나 공공장소에서 남녀가 나란히 있지만, 부부가 아닌 것 같으면 종교경찰(Mytawa 무타와)이 나타나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모스크에서도 남녀가 들어가는 출입구와 기도처가 다르다. 메카 순례 중에는 예외적으로 남녀구별 율법이 적용되지 않아 남녀가 함께 어울려 카바 순례에 참여한다. 식당에서도 남녀의 출입구가 다르며, 공간도 분리돼 있다. 모르는 남녀 간의 접촉은 불법이며 이 규칙을 위반하면 심각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전화 섹스가 만연하다. 지방선거에서도 여성은 '여성 전용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다. 여성 간호사가 남성치료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비 무슬림 외국 간호사를 고용하고 있다. 1980년대에 대학교들의 여성 구역이 등장한 것은 새로운 현상이며, 가장 최근의 걸프(Gulf War) 사건 이후 더욱 심화되었다. 2018년 1월 12일 처음으로 약 300여 명의 사우디 여성들이 사우디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제다의 펄 경기장에서 군중들과 합류했다. 여성은 혼자 왔거나 남성 친척이었던 여성을 위해 마련된 "가족"구역에 앉아있었다.  
 
청혼 문화는 기혼남성이 아직 네 명의 부인을 두고 있지 않다면 언제든지 여성에게 청혼할 수 있다. 사우디 일간지 <알-와탄>이 2005년 6월 설문조사 결과, 18~24세 미혼 여성 100명 중 70%가 나이가 많아도 돈 많은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50%는 아버지 정도 나이라 할지라도 재력 있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여성의 지위가 매우 제약당하는 사우디에서 첫 여성 록그룹 '애컬레이드'(Accolade)는 4명의 여대생으로 구성되어 탄생해 젊은 층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첫 싱글 곡 '피노키오'는 사우디의 젊은이들과 언더그라운드에서 히트곡이 됐다. 이들은 아직도 대중 공연을 하거나 앨범 사진도 찍을 수 없는 것은 사우디 사회에서 종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여성 록그룹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2008년 3월 19일 리야드에 중동에서는 최초로 여성 전용 호텔인 '루탄 호텔 앤드 스파(Luthan Hotel & Spa)'가 개장되어 사우디 비즈니스 여성의 업무 편의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손님은 모두 여성이다. 최근 여성의 물담배 피우는 것이 유행으로 중동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가며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우디 홍해의 도시 지다에서는 여성의 흡연 행태를 흔히 볼 수 있다. 15년 전 만에도 사우디에서 여성의 흡연은 거의 드물었다.

정부의 인터넷 감독기구인 '킹 압둘 아지즈' 왕립기술원(KACST)의 건의로 당국은 '사우디 이브'라는 블로그를 2006년 6월 폐쇄했다. 그러나 오늘날 블로그 인기는 대단하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 페이스북 사용자 수에서 이집트(1천만)에 이어 2위이다.

사우디의 여성들은 거의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다. 만약 여성이 소송을 선택하면 남자 친척, 아버지, 삼촌 또는 형제 중 한 사람이 대표가 된다. 부인이 법정의 동의를 얻어 이혼을 요구할 수 있지만, 법정 출두는 하지 않는다. 또한, 이혼을 제기한 여성은 남성의 명예를 더럽힌다고 여기어 공동체에서 사실상 축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도시에서 태어난 일부 여성들 외에는 공식적 출생기록이나 사망기록이 없다. 남자아이 출생은 가문에 오르며 서류화된다. 여성의 구두 발자국 소리도 듣기가 쉽지 않다. 여성이 유혹하는 발걸음 소리도 내지 말라는 꾸란(24장 31절)의 가르침 때문이다.

한때, 사우디에서 여성 속옷가게 판매원은 거의 남성이었다. 2009년 여성들이 속옷가게들이 여성 종업원을 고용할 때까지 '속옷 불매운동'을 하였고, 법 개정을 투쟁 온라인 서명에는 약 1700여 명이 참여했다. 압둘라 국왕이 2011년 6월 7일 여성 속옷가게에서 남성 점원을 퇴출시키고 여성들만 일하도록 법안에 서명하였다. 2012년 1월 이후 속옷가게의 남성 직원 근무를 금지하였다. 게다가, 지금 대형 슈퍼의 계산대 직원도 여성으로 늘어간다.

이제는, 사막에 거주하는 베두인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서 도시와 나라 밖의 소식을 손안에서 접하는 시대이다. 비록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시와 시골 여성들의 변화는 거의 비슷하다. 1980년 이후 처음으로 국왕이 다시 한번 여성 뉴스 진행자에게 TV 방송에서 베일 없이 스카프만 머리에 두를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인터넷 정보에 접속하기 위해선 먼저 사우디 정부의 정보통신부 격인 왕립기술원(KACST)을 거쳐야 하는 등 '장애물'이 많았지만, 현재 사우디에서 인터넷이 해금됐다. 사우디에서 2013년 4월, 사우디 여성 2명이 수습 변호사 자격증을 얻어 최초 여성 변호사가 탄생하였다.

이 외에도, 최근 사우디에서의 여성들의 변화는 끝없이 진행되어 나간다. 2012년 사우디 왕가는 동부 후푸프(Hofuf)지역에 여성 5,000명을 고용할 여성 전용 직물, 제약, 음식, 가공 산업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노동력의 자 국민화 정책의 하나로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2017년 12월 6일 사우디에서 레바논 출신 소프라노 히바 타와지가 첫 번째 여성 전용 콘서트를 열었다. 2018년 1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고, 6월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도 발급할 예정이다. 2018년 2월 25일 사우디가 역사상 처음 여성이 입대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으며, 여군 지원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금녀의 영역'이었던 정부와 관계 기관의 자리에 여성을 임명하며 여성의 사회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관광 비자를 내주지 않는 나라이다. 사우디는 2017년 12월 19일 외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2018년 6월 안에 발급을 시작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홍해 연안에 관광특구를 설치해 해변에 여성의 비키니 복장도 허용할 방침이다.

2018년 1월부터 여성 전용 자동차 딜러가 생겼다. 사우디 여성이 운전할 수 있는 시기는 6월부터이지만 먼저 여성 전용 자동차 딜러가 생기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운전은 남녀가 섞이는 상황을 조장하여 사회 부패를 발생케 하며, 간통의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여겨왔다. 1990년 여성 47명이 운전을 허용해달라며 항의하였다. 2013년 10월 여성 시민 운동가 60여 명이 운전했고, 이 중 20여 명이 구속됐다. 2014년 3월 리야드의 고속도로에서 한 여성이 여성 운전금지에 반발 캠페인 운전을 하였다. 2017년 9월 26일 살만 국왕은 여성의 운전 허용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혁신적이라고 여긴 미디어가 이제 당연시되고 있다. 오늘날 사우디에는 수백 가지 위성 TV 채널과 인터넷, 현대식 쇼핑몰을 접하며, 휴대전화를 가지지 않은 여성을 찾기 어렵고, 심지어 불법 약물이나 술 매매도 가능하다. 사우디의 엄격한 이슬람 사회에서 인터넷은 여성들에게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창문 역할을 한다.

사우디는 조혼을 금지한 1988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서명했다. 사우디에서 아버지와 같은 남자들은 딸의 결혼을 사적 친분 관계나 경제적 이익과 결부시킨다. 일부사처제가 허용되므로 늙은 남성이 가난한 집 소녀를 3, 4번째 신부로 맞기도 한다. 사우디에서 8세 소녀가 2008년 친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아버지의 친구인 47세 남성과 억지로 결혼했다. 소녀의 아버지와 별거 중인 소녀의 어머니가 늦게 딸의 강제 결혼을 알고 2008년 12월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사우디 국왕 자문기구인 '슈라 위원회'는 2017년 7월 24일 15세 미만 여성의 조혼을 금지 규정을 만들도록 법무부에 권고했다.

사우디 여성은 일반 매장에 여성 탈의실이 없어 옷을 사서 집에 가서 마음에 안 들면 환불이나 교환하러 다시 와야 한다. 사우디의 리야드에 여성들이 온몸을 가리는 베일을 벗어 던지고 활개 칠 수 있는「여성 해방구」로 1998년 7월 리야드에 문을 연 '알 물타카' 백화점이 있으며, 2002년 완공된 리야드의 랜드마크인 99층의 킹덤타워에는 여성 전용 고급 쇼핑몰이 있다. 그러나 아직 여성 전용 쇼핑몰이 사우디 전역에 없다.

2018년 1월 14일 사우디 제다에서 35년 만에 영화 첫 작품으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두 편을 상영하므로 '상업 영화 상영금지' 정책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2018년 4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AMC 체인 영화관에서 사우디에서 35년 만에 첫 상업영화 '블랙팬서'가 상영됐다. 이날 역사적인 첫 상영 행사에는 리마 빈트반다르 공주, 아와드 알아와드 사우디 문화공보부 장관, 외교단 등 사우디의 각계 유력인사가 초대됐다. 이 영화 상영을 계기로 최근 사우디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030년까지 전국에 영화관 350곳(스크린 기준 2500개)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성보호자 제도(마흐람)는 사우디의 대표적인 종교·사회적 관습이다. 여성이 창업할 때, 결혼, 이혼, 여행, 교육, 취업, 신분증 발급, 은행 계좌 개설, 수술, 사회활동, 가게 점원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남성 보호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압둘라 국왕은 2005년 즉위 이래, 여성은 사진을 첨부한 신분증을 획득하도록 했다. 여성 신분증은 여성 개인의 신분증이라기보다는 '비타까트 알-우스라(bitaqat al-usra)'라는 가족 카드로 여성이 속해있는 가족 증명서이다. 이 신분증을 소유한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도 사업체 운영이나 국가장학금으로 유학을 갈 수 있으며, 집을 빌릴 수도 있다. 사우디 상무·투자부는 2018년 2월 18일 여성이 창업 때에는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사우디 여성들은 연애하거나 무슬림이 아닌 사람과 사귀거나 결혼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무슬림 남자는 다른 종교의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 주말에 사우디 남성들은 수백만이 자동차로 사우디와 바레인을 잇는 킹 파흐드 코즈웨이(King Fahd Cause way)를 건넌다. 그들은 주변국 도시에서 극장과 술, 매춘과 유흥등을 즐긴다. 바레인은 이슬람국가이면서도 서구문화에 관대하여 술과 섹스가 개방되어 사우디 남성들에게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여성은 국적을 불문하고 외출 시에 엄격히 베일(아바야)을 착용해야 한다. 베일을 착용하는 것은 이슬람이 발흥하기 전부터 중동 지역의 가부장적 전통, 강렬한 태양과 모래 먼지 등의 기후의 영향이 크다. 이슬람에서 여성들의 베일 착용은 정복으로 접촉하게 된 비잔틴(동로마제국)과 페르시아 관습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그의 부인들에게 베일을 착용하도록 요구하였다. 이후 무슬림들 여성에게 베일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오늘날 베일은 이슬람의 상징이 되었다. 2002 년 3 월 메카의 여학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화재로 인해 15명의 소녀가 사망하였다. 소방관과 종교경찰들이 그들을 구해 내지 못하게 하였다. 그 이유는 소녀들이 베일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하였고, 이슬람광신도들도 학교의 비상 요원들이 소녀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거절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우디 젊은 여성들은 해외여행 시에 비행기 안에서 스키니 청바지와 풀오버(Pullover)로 입기 위해 전통 의상을 갈아입을 것이다. 2017년 7월 19일 한 여성이 미니스커트와 배꼽티를 입고 사우디의 유명한 유적지 나즈드주의 마을을 걸어 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특별히, 사우디 사회의 어두운 면 중 하나가 집안에서 발생하는 명예 살인이다. 현대 사우디는 국가의 법률 시스템을 이슬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관례에 따라 가족을 수치스럽게 하는 여성의 살인, 즉 명예 살인을 허용한다. 이는 우르프('Urf 관습법)를 샤리아(Sharia)의 법에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우디는 종교적인 이유로 여아 살해 및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명예 살인이 합법화된 나라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가족의 명예와 또 다른 차원에서 사우디 국가의 명예가 여성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여긴다.

여성 할례는 원래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아프리카의 전통이었으며, 이슬람이 발흥하기 오래전에 시작된 종교적 관습이 아닌 가부장적 부족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 왕족 술타나는 친언니가 12살 때 할례를 받았으며, 그녀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많은 여성이 할례의식을 행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여성 할례 의식은 사우디 대도시보다는 아직 전통이 강한 시골 지역에서 은밀히 시행되고 있다.

또한, 2018년 3월 12일, 사우디 문화정보부가 이혼 여성과 관련해서 발표한 성명서 내용도 사우디 내 커다란 여성의 변화로 간주할 수 있다. 즉, 이혼한 여성이 별다른 소송 없이 남편과의 합의만으로도 양육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은 남편과 양육권 때문에 별도의 분쟁이 없다는 전제하에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지만 실로 사우디라는 나라를 보아왔던 수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스포츠 분야에서는 그 변화가 매우 느리다. 제15회 아시안 게임(2006년 12월 1~15일)이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었는데, 45개국에서 총 12000여 명의 참가 선수 중 여성 선수가 쿠웨이트가 238명 중 49명, 레바논이 143명 중 37명인데 반해, 사우디는 154명의 선수단 중에 여성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 사우디 여성 선수로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여성 유도의 워잔 사흐르카니(16)가 고국에서 냉대를 받았다. 그는 수영모처럼 머리에 딱 달라붙는 '변형 베일'을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그의 변형 베일 착용을 비난하였다. 그의 경기는 사우디 국영 TV에서 생중계되지도 않았다.(계속)

이정순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