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교양
지식과 교양

송용구 | 글라이더 | 352쪽 | 17,800원

<교양>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Dietrich Schwanitz)에 의하면, 교양이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교양은 문화사의 기본적 특징을 파악하고 미술, 음악, 문학의 대표작을 이해하는 데 있다. 그리고 역사와 문학에 관한 지식은 교양에 필수적이다. 특히 교양으로써의 독서를 이야기하자면, 고전을 빼놓을 수 없다.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의미 있는 대화라면, 고전 독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고전을 읽음으로써 과거의 지적 유산을 이어받을 수 있고, 현재의 좌표를 파악할 수 있으며, 미래도 전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고전'이라는 말만 들어도 많은 사람이 부담을 느낀다. 필자도 고전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고전은 우리로 고전(苦戰)케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고전은 사실 가볍거나 쉬운 책이 아니라, 종류가 다른 책일 뿐이다. 고전은 인류의 정신적·영적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 작품들은 세월의 엄중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고전'이라는 명예의 전당에 그 이름이 올라갔다.

송용구 교수의 <지식과 교양>은 '마음을 헤아리는 지식, 행동을 이끄는 교양'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지식의 향방과 교양의 책무를 묻고 답한다.

저자는 먼저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문명의 이기(利器)에 익숙해져 있다. 과학기술의 편리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참된 행복을 안겨주는가? 우리는 편리하고 안락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과학기술과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성, 존엄성, 인격 같은 가치는 도대체 어디로 이주하였다는 말인가?"

저자는 오늘의 현실을 꿰뚫어보면서 "자본과 기술과 권력과 스펙을 소유하기 위해 인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동들이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간을 나무에, 인생을 땅에 비유해 설명한다. "인간의 인격은 그 땅에 자리잡은 뿌리다." '인격'의 뿌리에서 인간성의 줄기와 가지가 솟아난다고 그는 말한다. 그 가지 끝에서 '존엄성'이라는 열매가 맺혀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도 기계의 부품처럼 수단으로 이용당하다 기능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폐기물처럼 조직 사회에서 방출당하는' 우리의 가족과 이웃과 동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인격을 인간다운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시대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냈다.

<지식과 교양>은 문학, 철학, 역사학, 정치학, 인류학, 문명학(文明學)에 이르기까지 인문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계적인 고전으로 손꼽히는 명저 30권을 해설한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레프 톨스토이의 <부활> 같은 휴머니즘의 대작,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처럼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실체를 밝혀주는 명저들이 이 책에서 그 진수를 드러내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 현실에 대한 통찰력,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 양귀자(소설가)는 "독서를 통하여 미지의 것을 탐색하고 자아를 발견해 가는 과정은 삶의 가장 큰 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을 하나의 나무로 비유한다면 책 읽기야말로 절대 조건의 밑거름이라는 말에 나는 유감없이 동조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동의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사고와 지성의 지평이 이전보다 더 넓게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세계관, 인생관)을 접할 수 있으며, 질문의 힘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려면 인문고전에 익숙한 교양을 바탕으로 사고해야 한다. 지식과 교양의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기 원하는 독자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