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심장 누가복음
기도의 심장: 누가복음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 송동민 역 | 이레서원 | 136쪽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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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 시리즈가 좋다. 이미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기획과 제목으로 각 성경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주목할 만하고 읽어 볼만한 책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연이은 출간과 예고를 보다가 제목이 다른 책에 비해 확 튀는 책이 있었는데, 바로 이 <기도의 심장: 누가복음>이다.

솔직히 제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복음에 기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 제목처럼 해당 성경의 성격과 핵심 특징을 잘 드러내느냐 하는 점에서 썩 와 닿지 않았다.

영어 원제도 엇비슷하다. 'Revealing the Heart of Prayer'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번역서와 별반 차이 나지 않는 듯하기도 하지만, 누가복음에 대한 관찰적 접근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조금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IVP의 '말씀과 삶' 시리즈도 부제가 그 성경공부 교재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데, 그중 애착이 가는 책 중 하나인 '자존감'은 부제의 원제목이 'Seeing Ourselves As god Sees us'인 반면 번역서는 '건전한 자아상을 찾아서'라는 제목을 붙이는 아쉬움을 낳았다).

문제는 과연 기도의 심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며, 또 누가복음에서 기도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청년 때 대학부 수련회 교제를 '엘더'들이 직접 만든 적이 있었다(엘더는 리더를 가르치는 역할을 했는데, 다니던 교회 내 호칭이었다). 그때 인물중심의 성경공부 교재의 주제가 베드로였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해석상 문제로 심각하게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질문이나 토론을 생각해 한 엘더가 잘 구성해 만들긴 했지만, 과연 그러한 해석을 본문이 지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고, 설혹 그런 요소가 어느 정도 있더라도 지엽적인 요소를 개인 성경공부나 소그룹 공부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공부에서 내어놓아도 타당한가 하는 것이었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성경 해석과 성경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을 묵상하고 받아들이는 측면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굳이 이십년 전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앞서도 이야기했듯 이 시리즈가 각 성경의 특징을 잘 잡아내고 그 전체적인 성격과 주제를 드러내는 특징이 있으므로, 책에 대한 기대감이 개인적으로 컸기에 더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 시리즈 내에서만 본다면 약간 그 흐름에서 벗어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가치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시리즈가 지향하던 목적에서는 거리가 있게 된 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편집을 맡고 있는 책임자가 직접 이 책을 썼다는 점에서 더 아이러니컬하다.

저자의 표현처럼 기도는 누가복음의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것이 핵심적인 주제냐고 묻는다면, 쉽게 말할 수 없을 듯 싶다. 누가복음에서 기도의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는 것이 곧 누가복음의 주제가 기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저자는 3장에서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중심이 기도라고 말하고, 4장에서는 누가복음 안에서의 기도와 구속사역을 논술한다. 이러한 저자의 접근은 탁월하고 인상적이다.

특히 4장에서 누가복음의 기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논술하는 것은 마음에 박힌다.

하지만 그것에서 누가복음의 주제가 기도라고 말하기에는, 누가복음의 주요한 많은 부분이 비어 보인다. 그리고 그 비어있는 부분은 누가복음에서 간과하기에는 그 비중이 크다.

그래서 이미 번역된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그 핵심에서 많이 벗어나 보이는 듯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은 누가복음을 해석하는 핵심적 관점은 아닐는지 모르지만, 누가복음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중요한 부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우리가 누가복음을 묵상하고 이해하는 데 우리의 관점과 시각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마무리하려 했다.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Craig G. Bartholomew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교수. ⓒ유투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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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놓고 정리하기에는 제목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기도에 관한 서술은 너무 묵직하다.

왜 저자는 그냥 기도라고 하지 않고, '기도의 심장'이라고 표현했을까? 그것은 저자가 누가복음 전반에서-누가가 쓴 사도행전을 연결하며 기도를 언급하기도 한다-서술하는 기도의 역할과 파워 때문이다.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 주제는 아니고 핵심적인 가르침으로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있어 기도가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치 심장이 뛰듯 기도가 심장처럼 뛰고 있기에, 주님의 사역은 힘과 능력이 있었고 하나님의 아들이심에도 그 기도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

그런 점에서 누가복음에서는 기도의 심장이 뛰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누가복음의 주제가 기도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뛰는 기도의 힘으로 예수님의 사역이 가능했고, 또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여러 믿음의 사역자들과 사도행전에서 나타나는 믿음의 공동체의 선교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는 듯하다.

특히 저자는 책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누가복음에 나타나는 기도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어 주기도의 의미를 보여주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의 의미와 힘을 설명한다. 또한 이러한 예수에게 있어 기도의 의미는 결국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임을 누가복음의 해설보다 더 비중을 들어 설명하는 것 같다.

목회자뿐 아니라 공동체 및 성도들에게 있어서도 기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정례적 기도가 아니라, 그 기도의 심연 속에 들어가야 함을 보여준다. 목회자에게 있어 이러한 기도의 고리가 지켜져야 함을 강조한다.

또 이러한 기도의 심장은 성경 연구나 서적에도 담겨야 함을 주장한다. 학술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기도의 심장을 실은 신학서적 등이 신학자들에게도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영성의 문제를 들어 신학적 결여를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 저술에도 기도의 영성이 녹아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 시리즈의 기본적인 특성과 성격에서 벗어나면서도 이렇듯 기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 '기도의 심장'이 죽은 개인이나 교회는 결국 죽은 것과 진배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저자의 이 시리즈에서의 일탈은 시리즈의 의도에서 조금 벗어난 면이 있긴 하지만, 기도가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갖고 있는 중요성과 생명력-심장으로서-을 보여주었고 또한 강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어떤 면에서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에서는 말씀의 강조가 상대적으로 약화된 면이 있지만, '일상을 변화시키는' 측면에서의 기도의 역할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도를 강조하는 영성적인 중요한 도서들의 목록에 올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히 말할 만 하다. 결국 이 '기도의 심장'을 잃은 교회나 목회자 그리고 성도들에게 일종의 제세박동기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추신: 이 시리즈와 책에 대한 제목의 의문으로 인해 시리즈의 원서들을 아마존에서 찾아보게 됐다. 대충 훑어본 것만으로도 열권 남짓 되는 시리즈들은 역시 제목만으로도 이후 번역 출간될 책들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원서로도 그렇고 번역서로도 성경전권에 대한 출간을 기대한다.

제목에 대한 집요한 물고 늘어짐은 이 책에 대한 말꼬리 잡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리즈에 대한 강한 애정임을 이해해주시길....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기도의 심장'보다 원서의 제목이 조금 더 나을 듯 싶다고 마지막으로 다시 시비를 걸어본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