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갑자기 끼어드는 차 때문에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길은 꽉 막혀 있는데 미안하다는 표시도 없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는지 급하게 차를 멈추어 세우는 것입니다.
또다시 부딪칠 뻔한 나는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겨우 빠져나와 옆에 차를 대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분위기는 순간 OK목장의 결투를 연상케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앞, 뒤 자리의 창문이 같이 열렸습니다.
차 안에는 건장한 청년 네 명이 앉아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운전 좀 똑바로 하세요."라고
조금씩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행히 청년들은 착했습니다.
모두 한목소리로 머리를 숙이면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얼른 창문을 닫고 꽁지가 빠지게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강자 앞에서는 아무리 극심한 분노라도 단 1초 만에 가라앉힐 수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약자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쉽게 화를 낼 수 있는가.'

"분노는 타인에 대하여 유해하지만, 분노에 휩싸인 당사자에겐 더욱 유해하다."
톨스토이의 말입니다.

배경락/서북교회 담임목사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