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박사님, 오랫 만에 소식 전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어느 날 원서를 읽다 보니 하늘은 핫솨마임(남성복수명사)으로 땅은 하아레츠(여성단수명사)로 표시되었는데, 영어성서를 검토해보니 하늘을 sky로 표현한 것이 (CEV, ERV), 하늘과 땅을 묶어서 그냥 universe로 표현 한 것이 (GNB, ISV) 하늘을 heaven(단수)으로 표현한 것은 (KJV, BBE, WEB, LXX, BRENTON, DRB, GENEVA, BISHOP, GW, WYCLIFFE) 10종, 하늘을 heavens(복수)로 표현한 것은 40종(NKJV, NIV.....)이었습니다. 구약의 원전인 히브리어에서는 왜 하늘을 복수로 표현하고, 땅은 단수로 표현했나요? 오늘의 과학적 의미와 연계하여 좋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60회 기독교학술원 창조론
▲조덕영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답변)

하늘에 대해

우리말은 '하늘'에 대해 '하늘들'이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지만 성경에 420여회 나오는 '하늘'에 대해 성경은 '하늘'이라는 단수형이 아닌 엄밀하게 말하면 복수형의 '하늘들'(솨마임, shamayim)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영역(英譯) 성경들도 이 단어의 용법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 '하늘'(heaven) 또는 '하늘들'(heavens)로 각각 다르게 번역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형태는 복수형이나 일반적으로 단수로 해석하는 단어는 '하늘' 말고도 하나님('엘로힘')이나 물(maim,창 1: 6-10), 생명(chayyim,=> 生/'하야','chayah'의 복수형) 등이 있습니다.

영어 성경(KJV, NIV)을 읽다가 창세기 1장 1절 첫 구절부터 heaven과 heavens로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여 고민하는 분들을 가끔 본 적이 있습니다. 박 목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실 성경을 꼼꼼히 읽기 시작해야 성경이 그리 단순한 책이 아니고 사본과 성경마다 서로 다른 부분도 많고, 해석상 충돌도 많으며 어려운 구절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기복주의와 성공주의는 잘 전파하나 성경 공부와 교리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아서 최근 한국교회가 이렇게 이단들에게 잘 속고 세속화되어 가는 게 아닌 가 참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늘의 복수형에 대해

하늘의 복수형은 유대인들이 하늘을 우리가 숨 쉬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구름 아래의 하늘과 그 위 해와 달과 별들이 존재하는 천체(天體)로서의 하늘, 그리고 영적 존재인 천사와 하나님의 영광의 현현이 함께하는 영적 천상 세계(삼층천)로서의 하늘 등으로 다양한 측면으로 이해하였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몰트만도 전체로는 하나(단수)이나 천체를 다층구조(多層構造)로(복수로) 이해하고 있던 유대인들의 하늘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성경이 하늘(들)의 하늘(쉐메 핫솨마임, 왕상 8:27; 대하 2:6; 6:18; 느 9:6; 시 148: 4)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이 같은 유대인의 사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성경은 그 하늘을 궁창(라키아, 창 1:6,7,8)과 같은 말로 치환하기도 하고, 하늘의 궁창(창 1:14)이라는 말도 사용하여 하늘을 궁창보다 좀 더 포괄적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땅에 대해

질문하신대로 땅(erets)은 복수형 '하늘'과 달리 여성단수명사휴지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단수형이기는 하나 '하늘'과 마찬가지로 좁은 의미와 포괄적 의미를 모두 가집니다. 즉 땅을 단순히 하늘과 비교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우리들이 발붙여 사는 지구(地球)를 말하기도 하고, 땅 아래의 지하 세계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나안 땅 같은 특별한 땅(창 12:5)의 한 부분이나 단순한 터(ground)나 대지(land)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런 가하면 지구만이 아닌 우주 세계 전체의 온 물질과 땅을 포함하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완전한 모든 창조 영역(창 2:4; 14:19; 출 20: 11; 31:17; 신 3:24)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창세기 1장 1절의 땅은 앞에서 설명한 단순한 지구나 특별한 땅이나 터나 대지를 설명한 단어가 아닌 우주의 모든 원초적 물질(기본 요소)로서의 땅 전체를 표현한 단어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해석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창세기가 시간(태초), 공간(천=하늘), 물질(지=땅) 창조의 이 첫째구절을 바탕으로 빛(첫째 날), 두 광명과 별(넷째 날) 등이 창조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가면서-창세기 1장에 대해

신앙의 선배들이 해석에 완전 일치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고, 때로는 구체적 해석을 꺼려했던 것처럼 창세기 1장 해석은 연약한 인간이 해석하기에는 늘 부족하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절실하게 느끼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창세기 1장은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남겨주신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에 대한 요약압축선언문인 것은 분명하므로 성령의 선하신 인도하심에 따라 어떤 해석이 바른 해석이고 제대로 된 해석인지 바르게 이해하여 전파해야 하는 당위성과 사명이 인간에게는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보다 탁월한 하나님의 사람이 나와서 더욱 명쾌한 창세기 해석을 많은 성도들에게 제공해 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샬롬!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