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만찬 등 하루를 함께하며 친분을 다졌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내놓았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고 밝혔다. 마치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사 2:4)"는 선지자들의 말씀이 떠오르는 예언자적 외침이 선언문에 담겼다.

해방 후 원치 않는 대결로 일관해 온 한반도 70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그야말로 희망적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그간 기도해 온 대로, 이 선언문이 한반도에서,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실현되길 염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선언'이자 '예언'임을 기억해야 한다. 예언을 실현시키는 것은 우리 남북한 정부와 사람들의 몫이다. 상징적인 몇 가지 장면에 의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큰 틀에서 합의한 이 선언문을 실현시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 회담을 불러온 원인이자 국제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원인인 북한의 비핵화이다. 더 이상 이 땅에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국제사회의 염원대로 '북한 정권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로 이끌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이날 선언문에서 회담의 주 의제였던 비핵화 관련 내용이 굉장히 빈약했다는 점이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 외에는 의미 있는 문구가 없고, 이 용어 자체가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북한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의 완전무결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날까지 일관되게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에서 이것이 구체화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샴페인을 일찍 터트려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대오를 흐트러트리는 경제협력부터 손을 대려 한다면, 하나님은 우리의 소원인 비핵화와 평화통일을 들어주지 않으실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지금도 사랑과 자유라는 단어의 뜻도 모른 채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매우 아쉽다. 배석자 없이 두 정상들만 밀담을 나눈 '도보다리 대화'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을 가능성도 사실상 희박하다.

국민들의 바람대로, 북한 주민들의 기초적인 인권과 인간다운 삶, 그리고 신앙의 자유 등이 추후 회담에서 꼭 다뤄져야 할 것이다. 핵을 완전무결하게 폐기해야 하듯, 북한 내 각종 수용소와 일상을 감시하는 각종 비인권적인 제도 등도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 탈북민들의 안전한 국내 입국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훈 국정원장 등 회담 실무진에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 문제를 성숙한 자세로 잘 접근해 주리라 믿는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를 믿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이 때를 위함(에 4:14)'이라는 사명감으로, '죽으면 죽으리이다(에 4:16)'는 심정으로 임해주길 바란다.

더구나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돌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탓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왔으리라는 것이 중론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편으로 이벤트가 중심이 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그 이전의 여러 차례 국제 협약에서 '비핵화'를 비롯한 각종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깨버리는 북한의 행태를 여러 차례 보아왔다. 그들의 '진정성'은 한 차례 회담에서의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이후 비핵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이를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한 채 그들의 '양면전술'에 들떠 거침없이 이용당해 온 것이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나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지금처럼 덮어놓고 비판하거나 모욕을 주기보다, 진정성 있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말과 행동으로 적대행위를 서슴치 않던 우리의 '주적'과 그 수장을, 마치 '평화의 사절단'과 '통 크고 귀여운 지도자'처럼 대할 수 있는 국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 30일부터 시작된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북한자유주간 행사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사로, 지난 2004년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돼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매년 4월 말 열리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국민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거국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자유주간 개회를 선언하고, 탁현민 행정관이 각종 행사를 남북정상회담 급으로 연출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 말씀대로 위정자들을 위해,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으로 테이프를 끊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로 순적하게 이어지도록, 또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한 '햇볕'이 내리쬐도록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