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남북정상회담
▲남북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한 두 정상이 분단의 선을 오갔다. 70여년 동안 분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지만, 하룻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북쪽에서 온 청소년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적이 있다. "선생님, 통일되면 남한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해서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된다고 말하잖아요. 근데 그게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조선을 수탈한 것과 뭐가 달라요? 남한에서 통일을 말하지만 다 돈 이야기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통일이 돈, 돈, 돈...."

그랬다. 고향이 북쪽인 분들에게 통일은 돈이 아닌, 고향에 가는 길이다. 두고 온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어쩌면 우리는 북한 사람은 없고 북한 땅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파주 지역 땅값이 들썩이고, 젊은이들은 군대 안 가도 되느냐는 문의를 하고, 냉면집은 길게 줄이 늘어선다고 한다.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북한 지도에는 온통 지하자원과 경제 개발구만 표시되어 있다. 횡으로 한반도를 갈랐던 분단선이 종으로 남북한을 연결하는 철도선으로 표현된다.

필자 역시 부산을 출발해서 평양을 거쳐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가는 꿈을 꾼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북중러 접경지역에서 내 조국의 반쪽 땅을 남의 나라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처절함이 있었기에, 부산에서 출발하는 국제열차는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다.

하지만 통일과 평화를 늘 우리의 관점에서, 남한 사람의 경제적 부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네 동포라고 말하는 북한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 평화'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슬로건처럼 "이제 시작이다". 감동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지만, 이제는 들뜬 마음들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준비해 가야 할 때다.

판문점 선언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겼다. 종잇장에 불과한 공허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당당하게 북한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며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강동완
▲강동완 교수.
김정은이 협상장에 나온 건 대북 제재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타격과 북한 주민들의 켜켜이 쌓인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응집된 결과도 한몫 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통 큰 결단의 지도자 김정은'을 재평가할 게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북한 주민들의 힘을 다시 봐야 한다.

독재에 억압당하며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이 깨어나고 있다. 김정은이 말하는 '인민의 수준 높은 요구'가 어쩌면 북한 사람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을 그 독재자가 깨우치면 좋겠다.

통일은 남북한 출신의 사람들이 민주와 평화를 통해 더불어 행복한 자유 한국의 바른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강동완
동아대 교수, 부산하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