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에서 내가 만난 하나님'(3)

17년째 전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으로 지목된 북한에서 지하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그가 만난 예수를 부인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예수를 전하기 위해 북한에서 10곳이 넘는 감옥을 전전하면서도 믿음을 지켜낸 탈북인 목사의 간증을 소개한다.

오픈도어 북한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모습.(사진은 글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오픈도어
1997년 5월 딸이 굶어 죽고, 그해 10월 저희 남편이 보위부 감옥에서 순교 당하고 며칠 후, 중국에 여행 갔다 온 자매가 저에게 조그만 종이쪽지를 주었습니다. 이걸 자꾸 읽으니 기도가 된다고, 제게 가져오면 알 것 같다며 외우라고 준 것은 주기도문이었습니다. 작은 종이의 앞뒤에 깨알같이 썼는데, 콩알처럼 만들어 옷에 숨겨 들어올 때 몸수색에서 발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어떻게 기도하는지도 모르고 기도했는데, 주기도문을 외워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외우며 '꼭 남편이 못한 일을 내가 하리라'는 결심이 있었습니다.

1998년 8월 14일 밤, 동네 사람과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8월 장마철, 강 위에서 밥 한 그릇 얻어먹겠다고 떠난 사람들이 영양실조가 와서 허약한 몸에 물살에 밀려가서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모릅니다. 그 시체가 중국 쪽으로 가면 중국에서 군인들이 긴 막대기로 밀어 북한 쪽으로 떠내려 보냅니다. 시체가 북한 쪽으로 가면 북한 군인은 또 중국 쪽으로 가라고 밀고, 북한 사람이 그렇게 가치가 없고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강을 건너가려면, 사람이 다니고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 밑으로 가야 했습니다. 정찰하는 이들이 측량을 위해 다리 기둥에 박아놓은 쇠에 올라 건너가는데, 발을 제대로 디딜 곳도 없어서 쉬지 않고 계속 이 기도만 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남편이 하지 못한 일을 꼭 하겠습니다.'

지금 같으면 밑에 물이 출렁거리는 것이 보이고 죽을 것 같은데, 기도하면서 건너니 하나님이 저를 살리신 것 같습니다. 큰 기둥을 건널 때, 잡을 곳도 없이 계속 기도하고 주님을 붙잡고 가니 정말 주님께서 건너가게 하셨습니다. 또 다리의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보니 앉아서 죽을 수도 없고, 함께 건너가는 청년이 저를 붙잡아주다가 그 청년도 작으니까 저를 잡지 못해 넘어졌습니다. 마른 풀대들 위로 막 넘어지니까 소리를 듣고 중국 군인들이 놀라서 "누군가!"하고 소리치지만 내려오지는 못했습니다. 북한 군인은 중국 군인들도 무서워하거든요. 거기서 그 청년을 찾느라 헤매고 다니다 중국 군인들한테 붙잡혔지만, 이 사람들도 저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집으로 가라고 다시 강 옆에 두었습니다.

8월 13일 토요일, 두만강을 건너서 15일 아침에 남편이 알려준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김 장로님을 찾으러 갔더니, 젊은 여인들이 한복을 예쁘게 입고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띠를 띠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얼굴을 보니까 다 결혼 한 여인들 같은데 누굴 또 사랑한다고, 내가 얼굴이 좀 뜨거워졌습니다. '저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이구나, 교회는 이상한 곳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오는 사람마다 친절하고 반갑게 대해주고, 기뻐서 웃는 것이 천사처럼 아름답고 놀라웠습니다. 먼 훗날에 성경을 읽으며 '아 그것이 주님의 사랑이었구나!' 알게 됐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 지역에서 누가 소개해주어 일을 했습니다. 벌판의 작은 농막에서 힘들게 일하고, 밥을 먹을 때도 마스크를 껴야 했습니다. 마스크를 열고 밥을 한 숟갈 먹고 다시 마스크를 썼습니다. 이때 소형라디오를 하나 구해 밤마다 제주 극동방송을 듣고 새벽기도도 열심히 했습니다. 한국이 새벽 1시면 그곳은 새벽 2시인데 제주 극동방송이 나왔습니다. 그것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성경을 다 쓰기도 했습니다. 몇 달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그때 숙소에 같이 있던 중국 조선족 청년이 벼를 베다가 실수로 자기 손바닥을 낫으로 베었습니다. 후딱 뒤집히니까 살이 두꺼웠습니다. 이 청년은 주인이 병원을 안 보내주니 자기 살을 덮어놓고, 거기다가 담배와 된장을 섞어 이겨서 감고 일을 했습니다. 주인이 일을 하라고 하니까요. 얼마나 아파하는지, 하룻밤 지나니 붓기 시작하고 이틀째, 삼 일째 되는 날은 손이 두 배, 세 배 불어나고 피부가 너무 불어 저절로 터져 물이 나오고 팔까지 새카맣게 검게 변했습니다. 저는 그 청년이 너무 불쌍해서 기도했습니다. '이 사람을 하나님이 살려주시면, 하나님을 알게 해주세요.'

청년이 동네 작은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패혈증이 와서 팔을 잘라도 살지 못살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그 팔을 붙잡고 울고, 이 사람을 살려달라고 엎드리고 기도했습니다. 새벽녘에 깜빡 잠들다 눈을 탁 뜨는 순간에 이 청년이 "내가 천사를 봤다"고 했습니다. 천사가 어떻게 생겼냐, 뭐라고 말하더냐고 물으니 청년이 "저 문이 열리더니 구름 위에 받들려서 천사가 하얀 옷을 입고, 얼마나 환한 옷인지 세상에서 그처럼 아름다운 것을 못 봤고, 나는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천사가 '울지 말아라. 내가 너의 병을 고쳐주리라'고 말하고 그대로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나도 놀라서 청년 팔을 보고, 이 청년도 놀라서 팔을 내려다보는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몇 배로 불어나고 간장 빛으로 새카맣던 피부가 정상으로 다 회복되고, 진물 나고 터진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팔목과 손만 연한 보라색으로 흔적만 남아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나도 놀랐지만, 그 청년이 더 놀랐습니다. 자기 동네에 교회가 있었는데, 교회가 전도해도 청년은 '예수 믿으면 노래방도 못 가고 담배, 술도 끊어야 하는데, 혼자 사는 내가 담배, 술을 끊을 수 없다'며 교회에 안 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장애인 아니면 가난한 사람만 다니는데, 하나님 계시면 왜 잘살지 못하고 병도 고쳐주지 못하냐, 너희가 속아서 목사 살려주느라 헌금하고 온다"고 놀리곤 했었답니다. 그랬는데 그날 밤 청년이 막 울면서 무릎 꿇고 앉아 몇 시간 회개를 했습니다. "내가 팔을 잘라도 죽을 수밖에 없었는데, 나를 살리신 것을 보니까 하나님이 이 세상 있는 것 알았다"고, "세상 좋은 것 다 버리고 이제 하나님 말씀대로 살겠다"고 그렇게 울었습니다.

내가 중국의 목사님 댁에서 '세상에서 방황할 때'(주여 이 죄인을), 그 찬송 하나를 배웠습니다. 내가 유일하게 부를 수 있는 찬송가를 그 청년이 여느 때 들었으니 자기에게도 가르쳐달라고 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청년이 음치인데 계속 그 노래를 부르고, 우울하던 사람이 그날부터 바뀌더니 항상 웃고 기뻐하고 살았습니다. 예배를 드리면 같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주인은 영원히 돈도 안 주고 북한 사람이니까 부려먹으려고 하고, 그것이 너무 강도가 세서 있을 수 없어 계속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도망칠 기회와 지혜를 주셨습니다. 시내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으니 도망칠 수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나오게 됐습니다.

제가 농촌에서 가정부로 일할 때, 밤에 제주 극동방송을 들었습니다. 새벽 2시 반쯤 되면 방송 소리가 멀어지면 힘으로라도 막 잡아당기고 싶은 심정으로 방송을 들었습니다. 그 가까운데 교회가 보이는데, 중국 공안이 북한 사람을 잡으러 오기 때문에 교회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참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안타깝고, 교회에 갈 수 없으니 교회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나도 교회 가고 싶다'고, '나도 말씀 듣고 싶고, 마음대로 찬양도 배우고 마음대로 부르고 싶다'고, 이렇게 항상 눈물 흘리고 살았는데 주일날 더 눈물이 났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제주 극동방송을 들을 시간, 주일날 새벽 눈을 떴습니다. 시골의 1평짜리 방 천장 위에 환한 빛이 있었습니다. 불도 없는데 깜짝 놀라서 저게 무슨 빛이 있나 해서 보니까 495라고 숫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자동차 번호인가 하다가 혹시 찬송이 아닐까 해서, 불을 켜고 찬송가를 찾아보았습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그것을 읽으면서 정말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만 모시고 살면 내 마음도 천국이 되는구나' 했습니다. 그때부터 말씀을 외우고, 혼자서 예배드려도 기쁘게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 날 조용하고 따듯하고, 산골짜기에 시냇물이 졸졸졸졸 흐르는 소리와도 같고, 너무나 평온한 소리로 '주님 주시는 은혜로다. 주님 주시는 은혜로다. 주님 주시는 은혜는 나와 더불어 늘 평안하리라'는 음성을 주셨습니다. 깜짝 놀라서 내가 그 자리서 '내가 언제 잡혀갈지도 모르고, 두려움 속에서,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갓집 개보다도 못한 시대에 사는데 내 마음이 어떻게 평안할 수 있겠습니까', 감히 그때는 믿음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주님은 아무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후 감옥 10곳, 그 험한 감옥에서 고문받고 터지고 정신 잃고 다니면서, 그때에야 왜 주님이 나한테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 후에 여러분이 성경을 처음부터 다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성경을 처음으로 읽을 때 10대 원칙을 보며 김일성 주체사상이 이걸 딱 바꿔놓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가나의 혼인잔치,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은 절대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술을 좀 많이 뽑아보았는데, 누룩도 안 들어가고 아무것도 안 들어가는데 포도주가 되다니 성경도 좀 보탠 거지, 재미있게 읽으라고 좀 보태서 썼는가 보다 했습니다. 계속 궁금한데 내가 모르니까 하나님이 책망하지 않으시고, 체험을 통해 알게 하셨습니다.

중국의 한 한국 사람 집에서 일할 때, 그 집 할머니가 불교를 믿으면서 나를 예수 믿는다고 자꾸 핍박했습니다. 자기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반찬과 맛있는 것은 다 냉장고 넣고 김치도 나를 안 먹였습니다. 예수 믿는다고 핍박하고, 정말 멸시, 천대받고 있었습니다. 제삿날이 되니까 수정과를 20리터 통에 가득 만들고, 다른 음식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다음날이 구정이었습니다. 똑같은 다른 통은 냄새를 빼라고 쌀뜨물을 담아놨는데, 그 통을 빨리 깨끗이 가셔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20리터 통을 열고 한창 쏟다가 통이 가벼워져 보니까, 내가 실수해서 쌀뜨물 통을 쏟지 않고 쌀뜨물 통은 저 구석에 있고 수정과 통을 다 쏟은 거예요. 그것은 돈 주고도 살 수 없고, 그 할머니의 얼굴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그 얼굴이 떠오르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때 내가 믿지 않던 포도주 기적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 내가 이 귀한 음식을 다 버렸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그 할머니가 너무 무섭다'며 '가나의 혼인잔치 포도주 기적, 그것이 정말 있는 일이라면 내게 그런 기적을 달라'고 나도 모르게 그런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음성으로 그 통에다 있었던 것을 갈라내라고 하셨습니다. 막 할머니가 들어오고, 놀라서 빨리 재료를 땅에다 쏟고 어쨌든 갈라놨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 몰라서 서 있는데, 거기다 물을 채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놀라서 세탁기 수도꼭지를 틀고 막 두근거리며 채워서 갖다 놓았습니다.

밤 12시가 돼서 할머니의 큰아들이 왔는데, 준비가 다 돼서 사장님들이 오셨으니 나더러 수정과를 갖다 주라고, 맛을 보여주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심장이 뛰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갖다 주고, 약과도 갖다 줬는데 사람들이 먹어보고 마시고, 그 시간이 몇 시간은 걸린 것 같았습니다. 다 마시고도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아 이게 수정과가 아니라 맹물인데 이상해서 저러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할머니가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맛있어요, 맛있어요. 작년 것보다 더 잘됐네요" 했습니다.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그 할머니가 기분이 좋아서 나도 한 잔 갖다 주고 저에게도 한잔 마셔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갖다가 마셔보니까 너무나 내가 긴장해 있었는데, 정말 맛있는 거예요. 물만 담았는데 색깔도 수정과와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 성경에는 거짓말이 하나도 없고 보탠 것도 없구나' 그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다음에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내 돈으로 성경책과 찬송책을 사서 농촌의 중국 사람들한테 주며 내가 만난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너희도 믿어보고 체험해 보라며, 그렇게 전도하다가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어느 날 중국 공안이 호구조사를 왔습니다. 피할 새도 없이 경찰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의 아들은 한국 성경을 보고 있었고, 저는 중국에서 출판한 중국 성경, 조선말 성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국 성경을 보면 뺏어간다고 했는데, 아들 것은 안 보고 내 것만 보자고 해서 뒤표지도 보았는데 중국 글씨가 있으니 신분증과 호구 조사만 하고 그냥 갔습니다. 하나님께서 위험한 일을 당하면 정말 피할 길 주신다는 것을 그때 또 알게 됐습니다.

정말 유혹도 많이 받았습니다. 동방번개라는 것이 있었는데 자기네들에게 들어오면 '붙잡혀 가지도 않고 보호해주고, 매달 생활비도 주고 집도 해결해 주겠다. 오라'고 했습니다. "내가 죽고 사는 것은, 붙잡히고 붙잡히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니까 하나님의 뜻에 맡기고 나는 그런 데는 안 간다"고 말했습니다. 까딱하면 내가 잡혀가지 않고, 먹을 것 주고 집도 주고 돈도 준다는데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나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도 하나님이 제게 뜻이 있어 그런 믿음을 주셨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