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사역자
▲한 찬양 사역자가 교회에서 찬양을 부르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1년간 찬양사역 및 (기독교) 예술 활동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최근 2년 안에 자신의 이름이나 팀명으로 발표한 음원이나 음반이 있습니까?"
"찬양사역 및 (기독교) 예술 활동 외 다른 일자리에도 종사하고 계시다면, 그 업무 내용은 무엇입니까?"
"찬양사역으로 받는 교회나 단체에서의 사례(비)는 평균(회당) 얼마씩 되나요?"
"찬양사역 및 예술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 능력에 대한 한계(회의)를 느낀 적이 있나요?"

한국찬양사역자연합(찬사연)이 최근 찬양 사역자를 비롯해 기독교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설문조사(https://bit.ly/2J3Fmdc) 내용이다. 30개에 가까운 항목에서 사역의 동기와 내용, 생활환경, 사례비 등 매우 구체적인 것까지 자세히 묻고 있다. 한국교회 ‘찬양사역’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첫 시도다.

한국교회 안의 ‘문화’는 주로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찬양 사역자, 혹은 CCM 가수들이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갈수록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소리엘, 송정미, 고형원, 박종호, 꿈이있는자유… 이젠 모두 추억이다. 기라성 같은 후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 만큼 위축됐다는 의미다. 찬양사역이 전 같지 않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다.

위에 옮긴 질문들이 이런 찬양사역의 현 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사례(비)는 평균(회당) 얼마씩 되나요?” “경제적 능력에 대한 한계(회의)를 느낀 적이 있나요?”…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대형교회 예배에서 유명가수가 예배 중 드라마 ‘도깨비’의 OST를 불러 논란이 됐다. 이 예배는 일반적인 기독교인들만을 위해 드린 것은 아니었고, 새 신자들을 위한 소위 ‘열린 예배’였다고 한다. 교회에 처음 온 이들이라면, 평소 TV서 보던 연예인이 반가웠을 것이다. 교회도 아마 그럴 목적으로 그 가수를 섭외했을 테고. 하필 부른 노래가 ‘도깨비’의 OST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런데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 예배에서나 다른 여러 모양의 집회에서 연예인은 단골손님이다.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그들의 간증과 찬양을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유명한 동영상 사이트에서 그와 같은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로 찬양을 부르지만 대중가요나 인기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회가 연예인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대중적 영향력 때문이다. 전도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이게 꼭 나쁜 건 아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 선한 도구로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과한 데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말이다.

“사람들만 많이 모이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문제다. 교회가 이벤트와 쇼로 사람들을 모으려 해선 안 된다.” “연예인을 세운다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들도 많다. 하지만 ‘연예인이면 다’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교회가 너무 연예인만 찾는다.”

한때 취재 중 들었던 말들이다. 유명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연예인 한 명을 부르는 데 드는 돈이 제법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찬양 사역자가 귀띔한 거라 흘려들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찬양사역의 쇠퇴가,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교회의 쇠퇴가 오버랩 됐다. ‘교회가 너무 인기에 연연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한 동안 맴돌았다.

부디 찬사연의 이번 실태조사가, 문제를 직시하고 반성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 영혼을 뜨겁게 할 ‘불후의 찬양’들이 교회에 더 울려퍼지길 고대하며. 한국교회의 부흥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