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철학회
▲김유신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신임 회장 이경직 교수. ⓒ학회 제공
'인공지능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한국기독교철학회 2018년 춘계 학술대회가 지난 3월 24일 서울 방배동 백석대 목양동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박근수 교수(서울대)가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초청강연을 했고, 김유신 교수(부산대)가 '인공지능의 형이상학: 기독교적 관점에서', 손화철 교수(한동대)가 '포스트휴먼 시대의 기독교와 기술'을 각각 발표했다.

김유신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문제는 기독교 철학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성공은 물리주의, 특히 환원적 물리주의의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김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이 바둑과 체스의 챔피언이 된 것은 인간에 비해 우수한 하드웨어와 한 분야에 필요한 엄청난 학습량과 정보량을 갖췄고 신호처리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이지, 사고하거나 반성하거나 의식이 있어서는 아니다"며 "전체적으로 인간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부분에서는 인간을 훨씬 능가한다. 그러나 직관과 추론에서는 인간만큼 직관적이고 도식을 형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뇌도 물질의 복합체이고 그 작동이 물리적 작동이기에 뇌를 스캔해서 모방한다면 의식이 나오지 않을지 물을 수 있고, 인공지능도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물리과학이 세계를 파악하는 매우 훌륭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과학은 여전히 세계를 다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과학이 이상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세계를 다 파악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는 과학 이전에 생겼고, 과학은 명백히 우리 사고의 산물이며 우리 사고는 세계가 존재하고 난 후 생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신 교수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과학은 이렇듯 우연의 산물이므로, 오늘날과 다른 형태의 과학도 가능해질 것이다. 앨빈 플란팅가는 이를 '어거스틴 과학'이라 불렀다"며 "다시 말해 성경이 보여주는 인간 개념, 신의 존재, 영혼의 문제 등과 모순되지 않는 형태의 과학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의 신앙과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경적 설명과 조화되는 과학이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는 현대 과학이 단지 부분적으로만 유용하거나 '근사적 참'일 수밖에 없기에, 도구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지 세계에 대한 참인 온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비합리적이진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과학을 두려워하고 성령을 감성이나 감각 혹은 무속의 영역으로 쉽게 제한시키려 한다"며 "그러나 오히려 지성적 상상력을 확대하여, 성령과 영을 우주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본다면, 기독교 신앙의 폭을 넓히고 물리주의와 유물론을 전체 세계 이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쉬우며 기독교 세계관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한국기독교철학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회 제공
손화철 교수는 "포스트휴먼의 가능성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취해야 할 접근 방식은 '미래의 포스트휴먼'에 대한 입장 정리가 아니라, 현대 기술의 현재 문제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며 "기술 개발에 있어 단순 부작용이나 오용을 막으면 된다는 식의 간단한 접근이 아니라, 기술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직간접적 결과들을 숙고하고, 포스트휴먼으로 생겨날 다양한 상황 중 기독교적 입장에서 추구할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려는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인공수정에 찬성하면서 배아의 유전자 치료에 반대할 수 있는지, 유전자 치료와 인간 향상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장기이식은 권장하면서 인공장기는 거부할 것인지 등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내린 후에도, 그러한 기술들이 활용되는 세상의 모습이 어떠할지 그리고 어떠해야 하는지 숙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기독교는 개발되는 기술들에 '왜?'를 묻고 답해야 한다. 격심한 경쟁과 혁신을 추구하면서 폭주기관차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기술사회의 흐름에, '왜 그 기술이 필요한지, 그 기술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좋아지는지'를 물어야 한다"며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기술의 발전 자체에 대해 묻기보다 그 발전이 초래할 수도 있는 부작용을 막는데 주력하지만 정작 그 기술이 왜 개발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는데, 이러한 접근 역시 기독교가 유의미하게 세상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의 형상을 강조하면서 과연 소외된 자들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섬겼는지 반성하고, 과학기술을 창조의 이름으로 받으면서 그 창조가 하나님 나라에 유익한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였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의 도전은, 그 전복적 특징을 빌미로 내친다면 포스트휴머니즘 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화철 교수는 "남들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기술발전의 당위에 대해 묻는 것은 상당히 경건한 신앙 행위이기도 하다"며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타락의 어두움이 드리워 있음에 대한 탄식이기도 하고, 인간의 창조에 하나님의 통치가 스며있다는 믿음의 고백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좌장은 이경직(백석대)·신상형(안동대) 교수, 논평은 김명석(국민대)·최태연 교수(백석대)가 각각 나섰다. 종합토론 사회는 회장 박창균 교수(서경대)가 맡았다.

학회는 학술대회에 앞서 이관표 박사(한세대)에게 '한국기독교철학 학술상'을 수여했으며, 차기 회장에 이경직 교수를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