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예술단
▲출연진들 모습. ⓒjtbc 캡처
조용필, 이선희, 레드벨벳, 백지영, 서현, 알리, 정인, 윤도현밴드 등 북한으로 떠난 우리나라 가수들의 공연을 앞두고, 동아대 강동완 교수님이 전망과 주의점을 분석해 주셨습니다. 강 교수님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인 <한류, 통일의 바람: 아랫동네 날라리풍>,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 등 북한 내 한류와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탈북민 정착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을 위한 예술단 본진이 방북길에 올랐다. 4월 1일과 3일 각각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공연은 남측 단독공연과 남북한예술단 합동공연으로 진행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조금씩 개선의 여지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합동공연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의도하는 음악정치의 일환으로'우리민족끼리'의 정치적 메시지를 부각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북한은 합동 공연에서 과연 어떤 곡을 제시할까? 2000년대 초반 수차례 열린 남한예술단의 평양공연과, 2018년 이번 공연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략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당시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이면서, 남한 예술단의 방북공연이 이어졌다. 남한의 대중가요를 공식적으로 처음 접한 북한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조용필, 이선희, 이미자, 최진희 등의 노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호응과 친근감을 표시했다. 반면 핑클, 베이비복스 등 이른바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 불리는 댄스가수들의 노래와 의상에 대해서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2000년대 초반의 공연과 2018년의 공연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시대에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 등을 통해 기존 음악의 형식은 물론 공연방식에 변화가 있었다.

레드벨벳 봄이 온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공항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jtbc 캡처
여성 가수들로만 구성된 김정은 시대의 대표악단은 현란한 춤과 율동, 전자악기 등을 동원해 마치 한국 걸그룹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또한 화려한 조명, 꽃가루와 축포, 관객과 무대 사이의 간격 좁히기 등 공연 형태의 변화는 분명 김정일 시대와 차이가 있다.

북한의 공식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공연 무대와 관객 사이의 간격 좁히기에 대해서 북한은 "무대를 관람자들 속으로 깊숙히 배치하여 배우들과 관람자들이 이전보다 더 친근하게 교감 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화려한 조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음악의 형상 세계와 맞물려 돌아가는 화려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조명효과로 예술공연의 색채를 한결 돋구어준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무대의상과 관련해서는 "공연의 주제와 성격에 맞게 특색 있는 무대의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 것도 대담한 혁신"이라 선전한다. 따라서 북한의 공연이 남한 음악 쇼를 모방하는 것이라면 2000년대 방북 공연 때의 문화충격과는 다른 양상일 것이다.

두 번째로 북한 내부에 유입된 한류(남조선풍)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남한 영상물과 대중음악에 노출됨으로써 공연관람 행태나 수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번 평양공연에서는 남북 합동공연 때 의도적으로 관객들이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치거나 환호성을 치며 적극적으로 호응할 가능성도 있다.

2005년 조용필의 평양공연을 끝으로 중단된 남한 예술단 평양공연이 수 십년 만에 재개되는 만큼, 이번 공연이 따스한 봄날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4월 3일에 예정된 남북한 합동공연에서 북한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강동완
▲강동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남북한 가수가 함께 손잡고 부를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북한이 의도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정치적 메시지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고 한미동맹 와해와 미군철수 등을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는 결단코 지금의 시대과제가 아님이 분명하다.

사상의 노래 포성을 울린다는 북한의 '음악정치'로 인해, 남북 합동공연이 봄날의 꽃샘추위로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 음악은 사상만 있고, 남한 음악은 사랑만 있다는 말이 있다. '봄이 온다'는 이번 공연의 제목처럼, 따스한 사랑으로 갈등과 대립의 사상을 녹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강동완(姜東完)
부산 동아대학교 교수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부산하나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