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 교장
▲곽일천 전 서울디지텍고 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일선 교육자로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소송을 제기했던 곽일천 서울디지텍고등학교 전 교장이 29일 서울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사실 그의 출마 결심이 언론에 알려진 건 하루 전이이었지만, 그는 이날 기독교계 언론 앞에서 이를 공식화 했다.

그 만큼 곽 전 교장은 기독교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교육감이 되겠다고 한 것도 신앙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선거 과정이 힘들 것이라는 걸 그도 잘 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보다 더 높은 곳에 하나님이 있다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8년 전, 처음 서울디지텍고 교장이 됐을 때만 해도 희망이 없었어요. 보잘 것 없는 학교 같았거든요. 곧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았죠. 학교에 와 보신 분은 아실텐데, 이런 곳에 학교가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니(서울 용산 경리단길에서 한참 언덕을 오르면 그 꼭대기에 학교가 있다. 마치 숨어 있는 것처럼-편집자 주). 하지만 지금 많은 것들이 변했어요. 취업률도 높고 여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쓰신 것 같아요. 이번에도 그런 하나님을 믿고 불가능할 것 같은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몇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원어민 교사 확충,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및 각급 교실에 공기청정기 보급, 될 수 있는 한 학교의 자율을 보장하는 '작은 교육감' 지향... 그리고 그 중에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있다.

곽 전 교장이 생각하는 지금의 학생인권조례는 정말 학생들을 위한 조례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방종으로 이끌 위험이 더 크다. 동성애가 그 대표적 예다. 학생인권조례는 사실상 동성애 비판을 막는다. 성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그들에게, 이런 것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하는 것은 교육자이자 그 역시 부모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가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진짜 교육'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고? 곽 전 교장이 보기에 오늘날 교육감 선거의 방점은 교육이 아니라 '선거'에 있다. 정치적 문제와 깊이 결부돼 있고, 그것을 잘 이용하는 자들이 교육감이 되는 까닭이다. 그는 "이젠 진짜 교육을 생각하는 교육감이 나와야 한다"며 "그러자면 교육 일선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 온 자가 교육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진단하는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 상황일까? 지나친 획일화와 규제로 다양성과 자율성이 위축됐다고 곽 전 교장은 판단한다. 그는 "결국 교육 현장의 주인공은 정부도 교사도 학부모도 아니다. 오로지 학생들"이라며 "그들이 원하는 교육,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교육이 진짜 교육"이라고 했다.

그러자면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학습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어디까지나 '서포터'로 머물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나친 규제로 학교들을 획일화 하고 자율성을 꺾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들의 길을 스스로 찾고 걸어가게 해야 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그들 앞에 나서 '나를 따르라'고 해선 안 되겠죠. 그것은 오만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작은 교육감'이 되겠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소송을 제기하려고 했을 때, 학교 교사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 혼자야 얼마든 소송에 나설 수 있고, 그로 인한 손해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장으로서 학교도 책임져야 했기에, 저로 인해 혹시나 학교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물었던 거죠. 하지만 그들이 제 진심을 이해해주었어요. 설사 학교에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미션스쿨로서 옳은 일을 했기에, 그마저 영광이라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교육감 선거에 떨어진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들을 위해 진짜 옳은 일이 무엇인지, 그것만 붙들고 가겠습니다."

곽일천 전 교장은

서울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학사(생물학),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박사(환경관리 정책) 학위를 취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환경기술개발원 실장, 경원대 사회과학대학장 및 행정학과 교수, 유엔 환경 담당관, 유엔 지속개발위원회 정부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서울디지텍고 교장으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