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관 노마드 카페
▲본인의 저서를 들고 있는 신성관 목사. ⓒ이대웅 기자
<심플리 가스펠>, <심플리 바이블 플러스> 등으로 한국교회 성경 읽기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신성관 목사(36)가, 이번에는 새로운 교회론을 제시한 <노마드 교회(이상 새물결플러스)>를 펴냈다. 신 목사는 지난 3년간 전국을 다니며 주로 청년들에게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성경'을 가르쳐 왔다. 이번 <노마드 교회>에서는 이 시대 청년들과 함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에 임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특히 안양 지역에 '더함 교회'를 개척한 뒤, 최근 아파트 상가로 옮겨 '노마드 북카페'를 세웠다. 월-토요일에는 그야말로 북카페이고, 주일에는 '더함 교회'가 북카페를 빌려 예배드리는 형식이다. 주일을 제외하면 신 목사는 이곳에서 '사장님'으로 '바리스타' 전도사와 함께 고객들을 맞이한다. 전형적인 '카페 교회'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요즘 회자되는 '선교적 교회'의 최전선인 셈이다. 직접 '하나님 나라'를 일상에서 살아내고 있는 신 목사를 만났다.

-'더함 교회' 설립 이유가 궁금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반영하는 교회를 세우고 싶었습니다. 주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집회 강의를 많이 다녔는데, 제가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교회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정작 청년들은 '그런 교회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결국 하나님 나라는 이론이 아니라 '교회 운동'이라는 것이 제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작지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부여한 성경적 교회를 세우고 싶은 꿈을 갖게 됐습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신 목사가 그간 발간한 책. 왼쪽부터 <심플리 바이블 플러스>, <심플리 가스펠>, <노마드 교회>. ⓒ새물결플러스 제공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교회를 말합니다. 에베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라고 말씀하셨듯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교회에 반영되고 투영되어, 단지 예배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가치와 정신, 운영과 프로세스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이 투영된 교회'란, 예수 그리스도와 원형적  식탁에 앉아 누구나 먹고 마실 수 있는 교회일 것입니다. 예수님 우편이나 좌편의 높낮음이 아니라, 누구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교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모두가 하나님 나라의 성도로 교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 투영은, 단순히 교회가 종교행위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정치·경제·문화 등에 걸쳐 총체적인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민 중에  그런 가치가 투영된 교회를 설계했습니다.

이곳은 재건축된 아파트 신축 단지입니다. 월 임대료가 안양시에서도 좀 비싼 편입니다. 교회의 자리 선택에 있어, 제가 마을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 입주해 있고, 아파트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간 아파트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했고, 주민들의 고민이나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개척 전부터 주민들에게 교회가 어떠한 장소로 쓰임받기를 원하는지 묻고 소통하기 위 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장소를 얻게 됐고, '북카페' 형식으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더함 교회는 2년간 원룸 오피스텔에서 개척 모임을 가졌다. ⓒ교회 제공
-'북카페'라는 결론이 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도 카페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녀봤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도 있고, 뉴스를 보면 이 땅의 청년들이 꿈 꾸는 직업 중 '공무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위해 카페에서 공 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공부하고 있으면, 푸대접이나 냉대를 하는 사회적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런 청년들이 아메리카노 한 잔에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로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웰컴 키즈 존(Welcome Kids Zone)'을 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후, 유모차를 끌고 갈 곳이 없어 헤매는 많은 엄마들이 낮에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유아실 컨셉을 한쪽에 디자인 했습니다.

키즈카페 정도는 아니지만,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려와서 함께 책 읽을 시간이 있어 좋다는 말씀들을 해 주십니다. 초등학생을 키우는 어머니들도 아이들과 함께 책 읽을 시간을 가져 좋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게 저희가 생각하고 꿈꾸는 주일학교입니다. 자체 프로그램이 아니라, 건전하고 좋은 도서들을 제공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낮에는 어머님들이, 저녁에는 청년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이런 정신을 책 <노마드 교회>에 담았습니다. 책에 담긴 프로세스를 교회에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오갈 데 없는 청년과 어머니들이 잠시 쉬어가고, 그러다 정착하는 교회 말입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엄마’들을 위한 ‘웰컴 키즈 존’. 아이들을 데려와 쉴 수 있다. 예약도 가능하다. ⓒ교회 제공
-이곳에는 교회 간판도, 십자가도 없습니다.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웃음). 하지만 저는 '십자가가 홍보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적으로 십자가 철탑을 높고 크고 밝게 하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과연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언제부턴가 한국교회에서 '십자가'는 홍보 수단이 된 것 같습니다.

보이는 십자가는 없지만, 십자가의 삶이 카페에 녹아지길 바랍니다. 바울이 말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이  단순히 십자가를 건축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카페 운영을 통해, 그리고 우리의 손님 응대를 통해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도, 고시공부하는 청년들도 환대받을 수 있는 카페를 통해, '십자가'라는 간판보다 삶으로 교회를 보여주자는 것이 제가 쓴 책 <노마드 교회>의 핵심 가치입니다.

그러다 보니 방문하시는 분들이 묻기 시작했습니다. '일요일에 왜 쉬냐'고,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느냐'고 물으십니다(웃음). 주민들이 오시면 서비스를 많이 주는 편이거든요. 배고픈 시간에는 쿠키나 빵을 건네면서 이런저런 대화도 합니다. 그런 물음들이 오면, 기독교 정신을 설명해 줍니다. 마을 주민들을 직접 전도하기보다,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놓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청년과 지역 주민들로 북적이는 노마드 북카페.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다. ⓒ교회 제공
-카페에서 주민들 대상 프로그램도 여는 것으로 압니다.

"매달 한 번씩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콘서트'를 열 것입니다. 김경집 선생님을 초청해 30여명이 참석 한 가운데 첫 콘서트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음악회'를 개최해 주민 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아직 제가 그저 '사장님'인 줄 압니다(웃음). 특별히 목사라고 소개하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바랄 뿐이지, '목사'라는  것이 꼭 드러내야 하는 신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스스로 자신을 향해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불러줘야 하는 이름 아닐까요. 저도 그렇지만, 성도님들도 삶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기를 바랍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교회에서 하는 거냐'고 묻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교회와 상관 없는 일반 카페인 줄 압니다. 이곳 이름은 '노마드 북카페'입니다. 주일에는 '더함교회'가 '노마드 북카페'를 빌려 예배를 드리는 형식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름이 두 개입니다. 노마드 북카페, 그리고 더함교회이죠."

신성관 노마드 카페
▲신 목사가 노마드 북카페에서 성도들과 함께한 모습. ⓒ교회 제공
-흔히들 생각하는 '카페 교회'가 아니군요.

"노마드 북카페는 '건축으로서의 교회'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보통 '카페 교회'가 교회 행사를 위해 카페를 비워주는 입장이라면, 이곳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페가 우선이고, 카페 운영 차원에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입니다."

-카페 이름을 '노마드(유목민)'라고 붙인 이유는.

"요즘 청년과 엄마들도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목민 된 청년과 엄마들이 목마름과 갈증을 잠시나마 해갈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바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따로 전도지를 돌리거나 교회 홍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님 은혜로 물어 물어 오는 분들이 계속 있습니다. 여전히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음을 느낍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동체'입니다. 성경도 그렇습니다. 에덴에서도 아담과 하와라는 공동체가 있었고,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이뤘으며, 이스라엘도 민족 공동체였고, 예수님도 제자들과 공동체를 꾸렸습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북카페 전경. ⓒ교회 제공
어떻게 수요예배와 금요기도회, 새벽기도회 등이 없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성도들이 평일날 자연스럽게 카페로 모입니다. 종교적인 예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일을 끝내고 잠시 쉬기 위해 청년들이 방문합니다. 자발적으로 오는 성도들을 그렇게 만납니다. 목회자로서 심방과 목양에 소홀할까봐 고민했는데, 성도들이 찾아오는 교회가 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도 유목민 생활을 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한 번도 에덴을 '소유하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라'고 하셨을 뿐입니다. 유목민적 삶을 살아야, 하나님을 의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노마드'는 이스라엘의 성막과 같습니다. 언제나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교회 말입니다. 언제나 교회를 접어서, 일상과 일터와 가정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교회를 꿈꿉니다. 그래서 성도들도 주중 예배보다, 일상과 일터와 가정에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건물로 서의 교회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교회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회로서 다른 프로그램은 없나요.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도 합니다. 공동체적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월요일부터는 일상으로 그 교회를 가져갑니다. 일상과 가정에서 교회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교회론입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지난 1년간 주일예배에서 공동체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교회, 그리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에 대한 것입니다. 바울의 교회론과 구약의 공동체론을 1년 가까이 전했고, 레위기와 신명기,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적 가치를 많이 전했습니다.

성경에서 공동체적 메시지를 찾아보니 안식일과 안식년, 희년의 가치가 중요했습니다. 안식일은 사람이 쉬는 것인데, 레위기 20장을 보면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들만 쉬는 게 아니라 남종과 여종들도 안식하라는 메시지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인문·소설 신간 위주로 꽂혀있는 북카페 책꽂이. 인문학 서적들을 기증받고 있다. ⓒ교회 제공
'피라미드적 세상'을 살아가던 노예 출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남종과 여종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듯 안식과 쉼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가 첫 번째입 니다. 기존 교회에서 행해지던 지나친 교회 봉사와 사역으로부터 자유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안식년으로, 7년째 '땅이 쉬는 해'를 주셨습니다. 자라나는 곡식들이 누군가의 노동을 통한 게 아니라 100% 하나님 은혜로 열매맺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것인 그 열매를 나그네들에게 주라고 하신 명령을 적극 반영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안식년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의 월급에서, '잉여 자원'을 고민하는 공동체가 됐으면 합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인데,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고민하는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셋째는 희년의 가치입니다. 그 핵심은 노예 해방과 빚의 탕감입니다. 현 시대 많은 청년들이 빚의 노예, 학자금 대출의 노예가 되어갑니다. 이런 사회 구조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가치를 꿈꾸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카페 수익금도 청년들의 빚 탕감을 위해 쓰여지길 바랍니다."

-적자 아닌가요.

"조금씩 적자를 면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출이 남아 있습니다(웃음)."

-'노마드'라는 것은, 이 건물에서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공동체로서의 교회와 일상으로서의 교회가 일치되는 것이 '노마드 교회' 의 핵심입니다. 물론 언제든지 이 건물에서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동체와 일상으로서 예배의 일치됨이 우리의 핵심입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북카페 전경. ⓒ교회 제공
그리고 빛과 소금으로 살고자 하면 세상으로 나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 전제는 세상이 '어둠'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빛에 안주한다면, 빛의 역할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와 세속의 경계에 살아야,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너를 통해 모든 족속이 복을 얻게 하겠다(창 12:3)'는 사명이 이스라엘의 선민 사상으로 실패했다면, 이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라 세속과 하나님 나라의 경계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건물에 갇혀 교회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기독교 문화 안에서만 살아가려 하기보다, 어떻게 보면 급진적일 수 있는 그 경계에서 살아내길 바라는 교회가 바로 '노마드 교회'입니다."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추가하자면 레위기의 정결법은 정결한 자가 부정한 것을 만들면 부정해지지만, 예수님이 그 정결법을 뒤집어 놓으신 게 아닌가 합니다. 예수님이 부정한 자를 만지시면, 부정한 자가 오히려 정결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속과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세속의 사람들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세속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인터뷰중인 신성관 목사. 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곳이 ‘웰컴 키즈 존’이다. ⓒ이대웅 기자
성도들과 꿈꾸는 노마드 교회는 정착하는 곳이기보다, 교회를 접어 일상과 세속의 경계에서 전신갑주를 입고 사는 곳입니다. 어쩌면 성장한 그리스도인일수록, 교회에 피신하고 웅크리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모습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바울과 베드로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이방인들과도 거리낌없이 식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 카페를 '기독교 카페', '카페 교회'가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유도, 거룩과 세속이 만날 수 있는 살롱, 광장, 아고라가 됐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하는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보다 더 나아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셔널 처치'가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회의 위치는 거룩과 세속의 경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십자가 인테리어를 통해, 멋진 채광과 구조물을 통해 거룩해지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의 정신이 투영됨으로써 거룩해지는 것입니다.

많은 목사님들이 물으십니다. '왜 편한 목회를 놔두고 이렇게 하느냐'고요. 질문의 답은 짧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굳이 사마리아인이 다니는 길로 가셨을까요?' 지금 한국 기독교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이 점진적이라면, 혁신은 한 번에 뒤집어 엎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유대교 안에서 개혁이 아니라 혁신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북카페 인테리어 공사 모습. ⓒ교회 제공
우리도 기독교적 개혁보다는 혁신을 꿈꿉니다. 다소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교회로서의 흔적을 이곳에서도 나타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주일에 우리는 분명 교회의 모습입니다."

-카페 인테리어도 그 일환인가요.

"나무도, 문고리도 재활용 폐자재를 활용했습니다. 천장 색칠도 버리는 페인트와 섞었습니다. 최대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최대한 재활용 가능한 나무로 활용해 폐기물을 최대한 적게 내고자 했습니다. 책장도 나중에 떼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창조론자라는 것은 단순히 '젊은지구론'을 믿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아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면,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이 세상을 아끼고 서비스하고 섬기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분이 G.E 디자인 김기호 대표였습니다. 김 대표님은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들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폐자재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입니다. 실제로 저희 카페 일부 나무들과 페인트 등도 모두 재활용한 것들입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공사 중 성도들과 함께한 모습. ⓒ교회 제공
-아까 사장님이라고 하셨는데, 바리스타도 전도사님이시죠.

"목회자도 주중에 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론도 혁신돼야 하지만, 목회자로서의 삶에도 혁신이 필요합니다. 노동을 하기 위해 카페를 선택한 측면도 있습니다. 저도 해본 적이 없어,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자영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웃음).

카페 운영이 교회 운영과는 다른 점도 있고, 기독교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서비스를 많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손님을 응대하고 커피를 비롯해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기독교적 가치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미래에는 청년들이 카페에서 일하고 저희는 사역에 전념할 때도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력단절 청년들이 잠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노마드 북카페' 바리스타인 이충성 전도사(27)는 "더 풍부한 성경공부를 위해 신학교에 갔지만, 정해진 답만 알려줘 갈증을 느끼던 차에 신 목사님을 만났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동참하게 됐다"며 "평범한 목회를 할 수도 있지만, 이미 바뀐 가치관을 숨겨놓고 아닌 척 하기가 힘들겠더라"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차라리 공짜로 주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팔아야 하니 처음 며칠 동안은 잠을 못 잘 정도로 고민했다. 손님이 '이게 커피냐'면서 컵을 내리치는 꿈을 며칠 꿨다(웃음)"며 "조금 힘들어도 제가 좋아하고 원하는 사역을 하자는 마음이다. 주변 친구 전도사들도 다 본인이 섬기는 교회를 욕하면서 이런 공동체를 찾고 싶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신성관 목사 부부(양쪽)와 바리스타 이충성 전도사(가운데). ⓒ교회 제공
-비전이 무엇인지요.

"요즘 교회를 찾는 청년들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메가처치이고, 하나는 아주 작은 교회입니다. 가장 위험한 곳이 100-150명 정도의 중소형 교회입니다. 이곳 청년들은 대다수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27-35세의 결혼한 청년들입니다. 남선교회·여전도회로 오라는데, 좀 그렇지 않습니까(웃음).

결국 그 연령대 커뮤니티가 따로 있는 메가처치로 옮겨갑니다. 중소형 교회들은 그 연령대를 케어할 수 있는 사역자가 없습니다. 정확히는 30-40대인데, 그들이 갑자기 40-50대 성도님들과 어울리기가 힘듭니다. 이 세대를 위한 교회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세대는 애매합니다. 50-60대는 추억으로나마 그 교회 개척에도 동참했던 핵심 멤버입니다.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30-40대는 다음 세대도 아니고, 주일학교처럼 케어를 받지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교회 주요 의제에 참여할 수도 없습니다. 후임 목사 결정도 50-60대가 주도하는데, 정작 그 목사와 가장 오래 신앙생활을 해야 할 30-40대는 배제당합니다. 그 세대들의 중소형 교회 이탈에 가속도가 붙고 있고, 이들은 메가처치로 가는 게 현실입니다.

신성관 노마드 카페
▲북카페 대형 서재 앞에 선 신성관 목사. ⓒ이대웅 기자
아주 작은 교회를 찾아가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교회론적 가치를 품고 부여하는 교회로 가는 것입니다. 100명 중 1명 정도이지만,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를 찾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선교단체 출신으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듣고 보고 배웠기에 크기와 상관없이 그런 교회를 찾아갑니다. 나머지 청년들은 부모가 다니는 교회에 그저 남아있습니다.

그들이 말합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견디고 있다'고요. 결혼하면 옮기겠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견디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과연 이러한 세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저희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언젠가는 다음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자녀 세대들을 위해 비켜줘야 할 때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그들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러나야 할 때를 잘 찾고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지요. 그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부분 아닐까요. 저희도 언젠가는 '꼰대'가 될 테고, '우리 때는 안 그랬어'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