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퍼스 사순절, 고난주간 묵상 돕기 위한 곡

김신의 기자 입력 : 2018.03.12 16:47

그리스도의 겟세마네 기도부터 십자가까지

베스퍼스 합창단
▲고난주간 저녁기도 (Evening Prayer for Holy Week). ⓒVespers Choir

예배음악 프로젝트 합창단 베스퍼스의 백정진 지휘자가 사순절(Lent) 묵상을 돕고자 몇 가지 곡을 소개했다.

사순절의 첫 시작은 흙으로부터 왔음을 알고 흙으로 돌아갈 것을 고백하며, 우리의 유한함과 하나님의 무한하심을 기억하는 ‘재의 수요일’로 시작한다. 여섯 번의 주일을 지난 후엔 고난주간(3/25~)으로, 성금요일에 이를수록 자신의 죄에 대한 참회와 십자가 묵상은 점차 가속화한다.

앞서 소개했던 ‘Miserere’와 ‘Lamentations of Jeremiah I’는 시편 51편과 예레미야애가 1장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면, 이어 이번에 소개할 곡은 예수 그리스도의 겟세마네의 기도부터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백정진 지휘자는 다음과 같이 곡을 소개했다.

스테이너(John Stainer, 1840-1901)의 ‘십자가(The Crucifixion)’는 겟세마네의 기도부터 십자가에서 운명하시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오라토리오(Oratorio: ‘기도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지닌 교회 라틴어 ‘오라토리움(oratorium:’에서 온 단어로, 주로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한 극음악을 뜻한다-편집자 주)입니다.

John Stainer: The Crucifixion (Clare College)

독창자와 합창이 나레이션, 예수, 제자, 군중 등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과 각 장면 사이에 삽입되어 회중이 함께 부르도록 한 찬송(Hymn)은 바흐의 수난곡의 영향이라 하겠습니다.

한 시간 가량의 이 오라토리오에서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God so loved the world)”은 무반주곡으로서 곡 중앙에 위치(21악장 중 제10악장)하여 주님 수난의 이유와 의미를 잔잔하지만 명징한 어조로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 3:16)

John Stainer: God So Loved The World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다룬 수많은 음악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곡이 바흐(J. S. Bach, 1685-1750)의 수난곡(Passion)일 것입니다. 수난곡은 본래 성금요일 예배 때 복음서에 기록된 주님의 수난 이야기를 낭독하던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복음서의 내용을 그대로 단선율의 노래로 읊었다가, 다성음악의 시대에는 합창으로 발전되었고, 바흐에 이르러서는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전에 없던 대규모의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바흐 역시 이 수난곡을 성금요일 저녁예배를 위하여 작곡했고, 당시 예배전통에 따라 1, 2부로 나누어 그 사이에 설교가 들어가도록 만들었습니다.

바흐의 수난곡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극의 흐름을 잡아주는 합창과, 성경의 말씀을 노래한 후 이 말씀을 대하는 개인 내면의 반응을 노래하는 아리아, 신자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코랄(chorale)이 첨부되어 있어, 이 수난곡을 듣고 있노라면 2천 년 전 겟세마네와 빌라도의 뜰, 골고다 언덕의 현장에 있던 제자, 성난 군중, 조용히 뒤따르던 여인이 되어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이를 수사학적으로 절묘하게 해석하는 음악을 통해 균형 잡히고도 생생한 조명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유다의 배반에 대해 말씀하시자 제자들이 묻는 장면 중에 갑자기 등장하는 코랄의 고백은 듣는 이의 마음을 찌릅니다.

● 예수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 제자들(합창): 주여 나는 아니지요?
● 코랄: 아 그것은 저입니다! 손과 발이 묶여 끌려가고 상하는, 주님께서 당하신 그 고난은 바로 나의 영혼이 받아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빌라도의 재판장면입니다.

● 빌라도: 내가 누구를 놓아주기 원하느냐?
● 군중: 바라바!
● 빌라도: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랴?
● 군중: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 코랄: 이 얼마나 놀라운 형벌인가! 선한 목자, 죄 없는 주께서 그의 양을 위하여 대신 죗값을 치루시다니.

이어지는 아리아는 거대한 드라마의 흐름을 멈추게 합니다. 바흐는 베이스 악기를 제외시켜 당시 작법의 관행을 깨뜨리고 천상의 소리를 상징하는 고음역대 소리(소프라노, 플루트, 오보에)로만 채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중심에서 역설적인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소프라노의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도 멎어버릴 듯 이렇게 말합니다. 결국 이 시기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복음의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으로, 오로지 사랑으로 주께서 죽으려 하시네.”

Johann Sebastian Bach BWV 244 ‘Matthäus Passion’ Ton Koopman
 Aus Liebe will mein Heiland sterben , Matthäus Passion BWV 244

한편 베스퍼스는 오는 3월 21일 오후 8시 용두동 교회에서 ‘말씀과 음악으로 드리는 사순절 저녁기도(A Service of Music & Readings for Lent)’ 예배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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