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

존 월튼, 브렌트 샌디 | 신득일·오성환 역 | CLC | 440쪽 | 22,000원

CLC의 '고대 근동 시리즈'는 애서가들이 구비해야 할 항목 중 하나이다. 지식은 근원을 지향하기 때문에 인류 근원은 성경의 배경이 유력하다. 그래서 성경을 연구하면 인류 역사도 함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성경으로 인류 역사를 탐구하면 서구 일변의 역사에서 중동, 즉 '고대 근동(古代近東, Ancient Near East)'을 풍성하게 정립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CLC에서 시리즈로 한국교회에 소개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고대 근동을 연구하는 학도에게 꼭 필요한 연구물들이다.  

CLC 고대 근동 시리즈에서 장국원 박사의 <고대 근동 문자와 성경(1996)>을 제외하면 모두 해외 학자의 저작이라는 것은, 우리 신학의 수준을 단편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신학도들이 CLC의 고대 근동 연구 도서를 섭렵하면서, 고대 근동 문화에 대한 연구서를 출판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의 부제는 'Ancient Literary Culture and Biblical Authority'이고, 원제는 'The Lost World of Scripture'이다. 출판사에서 부제를 부각시키고 원제('성경의 잃어버린 세계')를 축소시킴으로써 독자의 접근성을 제한했는데, 아마 원제가 갖는 의미가 상당히 충격적인 어휘라고 판단한 것 같다.

학문에서는 저자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는 성경 기록 이전의 세계와 기록 과정을 탐구한 것이다. 원제를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성경이 없었던 세계'라고 하면 될 것이다.  

고대 사회를 탐구하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이다. 그러나 그 고대 사회에서 성경이 기록됐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는 고대 근동 사회가 '듣기 위주의 사회'라며, 현재 디지털 사회와 다른 분위기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듣기 위주의 사회는 예수님 당시의 세계까지 유지됐다고 제시한다. 1세기 근동에서는 문자(기록된 말)보다 구술 본문이 더 중요한 위치였다는 것이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는 구술 문화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한 뒤, 기록하는 방법으로서 문학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도입시켰다. 그리고 문학에서 역사보다는 계시를 연결하는 것을 주장한다. 구술에서 기록으로 가는 과정에서 계시를 제시함으로써, 명료한 개연성을 밝히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필자는 하나님의 화수에서 인간의 화효(기록) 과정을 계시로 본 것으로 이해했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에 화수 형태(locution), 화수 행위(illocution), 화효 효과(perlocution), 화행(speech acts) 등 언어학 어휘가 등장하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다. 역시 신학은 역사, 언어, 철학, 법률, 과학을 총칭해야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의 정수이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는 '성경이 기록되는 과정에 대한 탐구'로 정리하고 싶다. 성경이 없었던 시대, 소통이 전무했던 시대에서 발화와 암기가 문자로 정립되고 문자로 소통하는 시대로 변화됐다. 기록된 문자인 성경에 익숙한 우리에게, 성경이 기록되는 과정에 대한 탐구는 학문의 즐거움의 영역이다.

고대 근동, 인류 시원을 탐구하는 학도에게 CLC의 '고대 근동 시리즈'는 절대적으로 가치를 갖는다. 학문의 기초 영역이다. 많은 신학도, 그리스도인 지성들이 탐독해야 할 귀중한 도서이다.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는 그 과정에 한 획을 긋고 있다. 고대 성경 저자들의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익한 도서이다.

고경태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