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허물라

입력 : 2018.03.05 18:32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것들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하시니라(요 2:16)".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어찌된 일인지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하시며 크게 호통을 치십니다. 성전 안에서 돈 바꾸는 사람들은 외국 화폐로 교환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외국 화폐에는 로마 황제 등 이교도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유월절이 되면, 누구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성전에서 희생제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타국에서 온 이들도 매우 많았기 때문에 성전 안에는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 때를 노려 한몫을 잡으려는 장사치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성전 책임자에게 뒷돈을 주고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환전 업무를 독점함으로써 큰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성전 안팎은 기도와 찬양 소리보다 물건을 사고 파는, 한 마디로 시장터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화를 내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화내신 이유는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행동은 제사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제사의 참된 정신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그 정신이 흐려졌기 때문에 분노하신 것입니다.

이방인의 뜰은 이방의 모든 민족들도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자유로이 나아갈 수 있음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신성한 성전의 예배가 배금주의에 의해 변질되는 것을 막아내고 싶으셨습니다.

허물라고 하신 성전은, 사흘 안에 다시 세우시겠다던 성전은, 바로 당신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즉 흉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성전은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몸이었고, 비뚤어진 마음이자 우리의 잘못된 신앙생활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기도의 지향이 주로 무엇이었던가 생각 해 봐도, 우리 역시 세속적인 바람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 기도가 주로 그런 것이었고, 만일 그것을 이미 얻었다면, 더 이상 기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인들은 걸핏 하면 쉽게 "피로 값주고 산 교회, 주님의 몸된 교회, 제단"이라고 말합니다. 주님의 전이란 단순하게 보면 성전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구약적 맥락과 시적 수사법 측면에서 볼 때, 은유법으로 하나님의 권능과 은혜가 흘러나와 그의 통치가 펼쳐지는 장소 또는 하나님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기도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건, 아직도 그것들을 완전히 얻지 못한 때문일지 모릅니다. 얻지 못했기에 그것을 원하면서 이어져 온 시간들.... 그렇다면 내 신앙은 그 동안 무지개를 좇듯,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헛된 시간들이었을까요?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설령 그렇게 보인다 해도 이 모든 것, 우리의 기도와 지향이 바뀌면, 모두 해결될 일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제 무엇을 허물고 무엇을 다시 세우시겠다는 건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덧 사순절 시기도 점점 더 깊어갑니다. 세상 사람들과 달리, 감히 주님의 길을 함께 걸으려는 우리입니다. 그러기 위해 세상을 닮은 우리 성전, 허물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성전을 허물기 위해서는 나의 교만과 욕심, 나의 몸과 정신에서 완전히 빼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교회 안에 문제가 벌어지는 이유는 세상적 욕망이 교회 안에서 활개를 치고 있어, 늘 분쟁과 아픔이 도사리고 있는 것인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상대나 남들만 다 그렇게 한다고 알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주님께서 "말세에 의인을 보겠느냐"고 하십니다. 말세에는 거짓 선지자가 판을 친다고 우리에게 알려 주셨습니다. 거짓 선지자를 분별하지 못하고 맹종으로 일관하는 신앙인들 때문에, 오늘날 교회 목사 가운데 교주로 변해 버려 주님의 백성들을 현혹하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분쟁에 휘말려 아픔을 겪고 있는 교회가 있습니다, 목회자 한 사람을 잘못 청빙하여 벌어진 일이지만, 걸핏 하면 자기와 코드가 안 맞는 사람들은 다 나가라고 하기도 하고, 사탄이나 신천지 같다는 말까지 하고 있어, 현재 많은 아픔과 고통 속에 싸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더구나 교회 문을 쇠사슬로 묶어, 사람을 선택하여 교회 안으로 들여보내는 희한한 교회도 있습니다.

기독교가 박해받던 시절, 굴에서나 산 또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나님께 예배하며 목숨을 걸었던 시대도 아닙니다. 오늘날 같은 은혜의 시대에 교회 문을 쇠사슬로 잠그고 선별하여 교인들을 입장시키는 일은 흔히 조폭들이 하는 짓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지나친 욕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부귀, 영화, 권력, 이 모두를 배설물같이 여긴다는 사도 바울을 늘 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말과 행동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성직자로서 존경받지 못하고 분쟁에 휩싸여 사탄에게 미소만 주는 꼴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흘에 새 성전을 짓겠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심령에 세상의 명예와 욕심, 교만, 권력을 내려놓고, 정화된 주님의 마음으로 돌아와, 내 마음 속에 있는 세상적인 것들을 다 허무는 모든 신앙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효준 은퇴장로(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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